"지옥 같아" 폐경 여성 절반이 겪는 통증…이름도 생소한데, 무슨 병?

박정렬 기자 2024. 9. 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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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환갑을 맞은 윤모씨는 요즘 들어 외부생식기에 느껴지는 작열감과 통증이 점점 심해지며 불편함을 겪고 있다. 혹시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몇 날 며칠을 고심한 끝에 병원을 찾은 윤 씨는 생소한 '위축성 질염(노인성 질염)'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폐경을 맞는 여성은 몸 곳곳에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감소에 따른 이상 신호를 감지한다. 위축성 질염이 대표적이다. 위축성 질염은 폐경 이후 난소기능이 저하되면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질 자정작용이 저하돼 나타나는 병이다. 난소 제거술을 받은 경우,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받는 경우, 조기폐경인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위축성 질염은 주로 50~60대 이후 여성에서 나타나 노인성 질염 또는 비특이성 질염이라고도 부른다. 의학적으로는 질이나 비뇨기 증상을 모두 유발하기 때문에 질 위축과 이에 수반되는 증상을 설명하기 위해 '비뇨생식기 폐경기 증후군(G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김우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기 전후나 폐경기를 거치는 과정에 난소는 점차 기능을 잃고, 호르몬의 기능이 떨어져 질 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진다"며 "가려움증, 화끈거림, 통증 등의 증상, 즉 위축성 질염이 나타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여성호르몬 부족 원인…"건조하고 불편"
위축성 질염은 폐경 여성 중 많게는 약 5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될 만큼 드물지 않다. 질벽을 둘러싼 조직이 얇고 건조해지며 염증이 발생하는데 이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첫 번째 징후는 윤활 부족(건조함)으로 이는 성관계 중에도 느낄 수 있다. 평소 작열감과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비뇨 증상으로 배뇨 통증, 반복적인 요로감염, 절박뇨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가려움증은 장시간 지속되고, 강도가 강해 반복해서 긁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라 상처가 발생하거나 세균 감염이 더 쉽게 일어나게 된다.

이 밖에 질 점막이 얇아지고 질 분비물이 줄어들면서 가벼운 자극에도 쉽게 출혈이 일어나거나 성교통과 성교 후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교통은 "지옥에 갔다 왔다"고 표현할 만큼 심한 경우도 있다.
너무 자주 씻거나 비누 사용하면 오히려 안 좋아
위축성 질염의 치료는 심한 염증이나 감염이 동반된 경우 세균을 없애기 위한 항생제 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근본 원인이 호르몬 부족에 의한 변화인 만큼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가 우선된다. 보통 전신 혹은 국소 에스트로겐 요법(topical vaginal estrogen)을 시행한다. 질 도포용 에스트로겐 질정이나 크림은 폐경 후 질 위축으로 인한 증상뿐 아니라 성교 시 심한 통증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김우정 교수는 "질정이나 크림은 전신으로 흡수되는 양이 미미해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며 "환자가 여성호르몬 치료를 거부하거나 호르몬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질 보습제로 질 건조감을 줄이고, 성관계 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수용성 윤활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우정 교수


여성호르몬을 함유한 질정은 질 속에서 혈류와 상피 콜라겐, 질 피부 두께, 신축성, 산도 등을 적정하게 유지 개선하며 증상 완화를 돕는다. 저용량의 경구 여성호르몬 제제 복용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단, 고령 환자의 경우 여성호르몬 제제의 득실이 있는 만큼 전문의와 상의 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질염을 예방하려면 일상생활 속 관리도 중요하다. 흔히 청결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라 여기지만, 오히려 너무 많이, 잘못된 방법으로 씻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씻을 때 보디샴푸나 비누를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세균 유입을 막으려면 질 내부를 적당한 산성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보디샴푸나 비누로 자주 씻으면 오히려 질 내 산성도 균형이 깨져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 여성청결제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아니다.

김우정 교수는 "위축성 질염은 나이 들면 누구나 생길 수 있고 그 자체가 건강상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면서 "많은 여성이 드러내는 것을 꺼려 불편해도 그냥 받아들이는데, 간단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존재하는 만큼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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