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포커스] 10대부터 유명인까지…100조원 넘어선 불법 도박
불법 도박이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코미디언 이진호(38)씨가 소셜미디어(SNS)에서 불법 도박 사실을 고백한 데 이어 도박 중독으로 상담을 받는 10대 청소년은 4년째 증가 추세다. 이들은 불법 도박 중에서도 온라인 도박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다. 온라인 도박 경험이 있다는 30대 직장인 전모씨는 “(온라인 도박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불법 도박 시장은 지난 2022년 기준 약 103조원으로 추정된다. 2007년 출범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총 6차례에 걸쳐 집계했는데 처음 100조원을 넘겼다. 검거·적발되지 않는 도박 범죄 비율이 99.9%라는 통계를 고려하면 시장 규모를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 도박에 빠진 이들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것은 높은 접근성과 빠른 게임 진행 속도다. 카지노나 경마 등 특정 장소를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1시간 이상 걸리는 스포츠 경기와 달리 최소 초 단위, 분 단위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불법 도박 경험으로 사감위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참여한 한 인원은 “시간과 돈만 있으면 (온라인 도박을) 할 수 있다”며 “접근성이 용이하니 단기간에 돈은 더 많이 잃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이 역시 “잃는 것도 빠른데 따는 것도 빠르다”고 했다.
10대 청소년부터 60대 이상 고연령층까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온라인 도박이 확산하는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경찰이 적발한 사이버 도박 피의자는 5414명이다. 20대(1475명)와 30대(1462명)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10대와 60대 이상도 각각 170명(3.1%), 430명(7.9%)이었다.
◇불법도박 시장 103조원? “가늠조차 안 돼”
사감위는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불법 도박 시장 규모를 102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카지노, 경마 등 합법 사행산업 매출의 4배 이상이다. 전체 불법 도박 가운데 온라인 도박은 37조5059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는 추정치일 뿐 실제 불법 도박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감위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를 보면 불법도박 경험자는 793명으로, 조사 대상자 5398명의 14%다. 반면 2019년 불법도박 사범은 8347명으로, 인구 5178만명 0.016%다. 실제 불법도박 현황을 반영한 것이라면 사법당국에 신고한 비율은 0.1%에 불과하다. 사감위는 “미신고 현상으로 사법당국이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암수율이 무려 99.9%”라고 밝혔다.
실제 10대 기준으로만 봐도 도박 중독 치료를 받는 인원은 형사 입건된 수를 훌쩍 넘어선다. 올 들어 7월까지 도박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10대는 2349명인데, 경찰에 형사 입건된 10대는 328명이다. 도박에 노출된 청소년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도박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10대는 지난 2020년 1064명에서 올해까지 4년 연속 늘었다.
불법 도박 단속 담당자는 “시장 규모가 100조원은 넘는 것 같은데 가늠조차 안 된다”며 “단속 경험을 미뤄볼 때 실제로는 더 크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금전 문제→사회적 관계 훼손, 범죄 연루
불법 도박은 금전 문제를 시작으로 사회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을 높인다.
불법 도박 사실을 고백한 코미디언 이진호씨는 자신의 SNS에 “2020년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됐고 감당하기 힘든 빚은 떠안게 됐다”며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도박에서 손을 뗼 수 있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금전적 도움을 받은 상태였다”는 글을 올렸다. 이진호는 방탄소년단(BTS) 지민, 방송인 이수근 등으로부터 돈을 빌렸지만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대들의 경우 도박 빚을 갚거나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 지난해 6월 10대 A군 등은 경기 김포 한 금은방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금목걸이와 금반지 등 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도박 빚을 갚으려 범행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② 의대 준비하러 대학 일찍 간 과학영재들, 조기진학제 손 본다
- [단독] 삼성전자, P2·P3 파운드리 라인 추가 ‘셧다운’ 추진… 적자 축소 총력
- [단독] 서정진 딸 관련 회사 과태료 미납, 벤츠 차량 공정위에 압류 당해
- [단독] ‘레깅스 탑2′ 젝시믹스·안다르, 나란히 M&A 매물로 나왔다
- “트럼프 수혜주”… 10월 韓증시서 4조원 던진 외국인, 방산·조선은 담았다
- 가는 족족 공모가 깨지는데... “제값 받겠다”며 토스도 미국행
- 오뚜기, 25년 라면과자 ‘뿌셔뿌셔’ 라인업 강화… ‘열뿌셔뿌셔’ 매운맛 나온다
- [인터뷰] 와이브레인 “전자약 병용요법 시대 온다… 치매·불면증도 치료”
- ‘꿈의 약’ 위고비는 생활 습관 고칠 좋은 기회... “단백질 식단·근력 운동 필요”
- 위기의 스타벅스, 재택근무 줄이고 우유 변경 무료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