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형 SUV '보레알'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유럽 시장에만 매달려 있던 르노가 본격적인 글로벌 공세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경쟁사들이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레알은 르노가 지난 2023년 발표한 '인터내셔널 게임플랜'의 핵심 모델이다. 30억 유로(약 4조 5천억 원)를 투자해 유럽 밖 70여 개국에서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산물이다. 파브리스 캄볼리브 르노 브랜드 CEO는 "2027년까지 유럽 외 지역 차량 1대당 매출을 2019년 대비 2배로 늘리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최근 르노의 선전이 있다. 2025년 상반기 유럽 외 지역 판매량이 16.4% 급증했고, 카르디안과 콜레오스 같은 신차들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2024년 전 세계 157만 7천 대 판매 중 40%인 56만 대가 유럽 밖에서 팔렸다는 것은 르노의 글로벌 전략이 궤도에 올랐다는 신호로 읽힌다.
보레알의 가장 큰 무기는 완성도다. 다치아 빅스터를 기반으로 하되 디자인과 품질을 대폭 끌어올렸다. 전면부에는 바디 컬러 메시 그릴과 분할형 헤드라이트, 새로운 'Nouvel'R' 로고가 적용됐다. 특히 기존 빅스터의 어수선했던 후면부를 슬림한 테일라이트와 각진 범퍼로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 눈에 띈다.
실내도 만만치 않다. 10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구글 서비스가 내장된 10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48색 앰비언트 조명, 하만카돈 10스피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 고급 사양을 아낌없이 투입했다.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770리터의 화물 적재가 가능한 실용성도 갖췄다.
안전 장비는 24개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탑재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이 결합된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 자동 긴급 제동, 사각지대 경고 등 최신 기술이 총망라됐다. 이 정도면 현대차의 스마트센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파워트레인은 1.3리터 터보 엔진에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했다. 브라질 사양은 플렉스 연료 사용 시 최대 161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3초면 충분하다. 강력한 성능은 아니지만 실용성과 연비를 고려하면 적절한 선택이다.
르노의 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현지 생산 체계다. 브라질 쿠리치바 공장에서는 라틴 아메리카 17개국용을, 터키 부르사 공장에서는 동유럽과 중동, 지중해 연안 54개 시장용을 각각 생산한다. 물류비를 줄이고 현지 시장에 맞는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구조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써온 전략과 흡사하다. 현대차도 미국, 중국, 인도, 체코 등에 현지 공장을 두고 해당 지역에 맞는 차량을 생산해왔다. 르노가 뒤늦게나마 이런 전략을 채택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임을 깨달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레알은 올해 말 브라질에서 첫 출시된 후 2026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판매에 들어간다. 라틴 아메리카와 중동, 동유럽 등 현대차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에서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르노는 유럽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했다. 하지만 보레알로 대표되는 최근 행보를 보면 변화의 의지가 확실해 보인다. 르노가 정말 정신을 차리고 나온다면 글로벌 SUV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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