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석열 정부 들어 ‘업무상 질병 인정률’ 뚜렷한 하락세

김지환 기자 2024. 10. 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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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산재환자 모욕하는 대통령실 규탄 긴급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 뇌종양 산재 노동자인 이하희씨가 영상을 통해 증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자 질병을 산재로 인정하는 비율이 윤석열 정부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업무상 질병 인정률은 55.8%를 기록했다. 2014~2016년 45% 안팎이던 인정률은 2017년 52.9%로 올라섰다. 이후 줄곧 오름세이던 인정률(2018년 59.6%, 2019년 60.6%, 2020년 61.4%, 2021년 63.1%)은 2022년 62.7%로 하락했고, 지난해는 57.9%를 기록했다.

질병별로 보면 근골격계 질환은 올해 상반기 66.2%로 2021년(70.7%)보다 4.5%포인트, 뇌심혈관계 질환은 올해 상반기 32.2%로 2021년(38.3%)보다 6.1%포인트 하락했다. 정신질병과 직업성 암은 올해 상반기 59.0%, 58.7%로 2021년보다 각각 11.5%포인트, 10.9%포인트 떨어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질병을 산재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 건수가 증가한 것을 인정률 하락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증가한 신청 건수 중 애초부터 산재 인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허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18년 신청 건수는 1만2975건이었는데 지난해는 3만1666건으로 약 2.4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신청 건수는 1만8098건으로 이 추세대로 갈 경우 올해 전체 건수는 3만6000건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권동희 노무사는 “신청 건수가 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의 능동적 대응은 부족했다. 이 때문에 부실한 재해조사 및 판정 사례가 늘면서 인정률이 떨어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뇌심혈관계 질환 인정률 하락에 대해선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시간이 감소 추세여서 인정률도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음성 난청 인정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전체 질병 인정률 하락 요인이다. 2020년 71.4%까지 올랐던 인정률은 지난해 59.3%, 올해 상반기 55.2%를 기록했다. 노동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산재보험제도 특정감사 결과에서 지난해 9월 제정된 ‘소음성 난청 장해판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과도한 보상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인정 기준에 미달하는 고령자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이 증가한 것이 인정률 하락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권 노무사는 “가이드라인은 이전 지침과 달리 난청 유형별 장해판정, 청력검사 방식 등에 세부 기준을 두고 있어 산재 인정 범위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은 지난해 말 ‘전 정부의 고의적 방기로 조 단위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산재 카르텔 여론몰이에 나섰지만 감사 결과 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노동부 산재보상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는 산재 인정을 받아야 할 노동자들이 ‘나이롱 환자’로 몰리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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