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남매 키운 두 엄마 등장... 임산부의 날, 모처럼의 잔치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보건복지부·인구보건복지협회 주최로 열린 ‘제19회 임산부의 날’ 기념행사에서 13남매를 키워온 두 엄마가 각각 국민훈장(석류장)과 국민포장을 받았다.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엄계숙(60)씨는 경북 구미에 살면서 남편 김석태(65) 목사와 사이에 5남 8녀를 뒀다. 현재 자녀 13명 중 9명은 직장인이고, 2명은 대학생, 2명은 고등학생이다. 큰딸 김빛나(37)씨와 막내딸 김온새미(17)양은 스무 살 터울이다. 엄씨는 이날 수상 후 본지 인터뷰에서 “올 초 엄마 환갑잔치해준다고 아이들이 다 같이 모여 음식도 하고 이벤트도 해줬는데 언제 이렇게 다 컸나 싶어서 뿌듯하고 든든했다”고 했다. 이어 “돌이켜 보면 아이 8명이 한꺼번에 수두에 걸린 적도 있었고 육아가 쉽진 않았다”면서도 “힘든 것보다 아이 낳아 키우는 기쁨이 훨씬 더 크니 그 기쁨을 많은 분이 아시면 좋겠다”고 했다. 엄씨는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 ‘국민 희망 대표’ 20명 중 한 명으로 초대받기도 했다. 집안일을 챙기면서 교사 등을 대상으로 출산·양육에 관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날 엄씨를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큰딸 김빛나씨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다”며 “이 세상에 우리 편이 15명(가족)이나 있다는 게 지금까지 살아오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엄씨처럼 13남매(8남 5녀)를 출산해 키워온 이영미(59)씨는 국민포장을 받았다. 이씨는 배우 남보라(35)씨 어머니이기도 하다. 자녀는 배우, 치위생사, 미술가, 은행원, 박사 등으로 성장했다. 이씨는 한국출산장려협회 홍보대사 등으로 활동했고,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회단체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첫 임신이 23세 때, 마지막 임신은 44세 때였는데, 막내가 이제 중학교 3학년”이라며 “20여 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보니 어려움이 없진 않았지만, 잘 커 준 아이들 덕분에 행복한 순간이 남들보다 더 자주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운 1980~2000년대와 비교하면 출산·양육 지원 정책이 많이 생겼지만,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면서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직장 문화, 육아휴직도 없고 일을 쉴 수도 없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이 절실한 것 같다”고 했다. 가족 대표로 참석해 이씨에게 꽃다발을 건넨 남편 남상돈(61)씨는 웃으며 “아내가 늘 중심을 잘 잡아줬고, 나도 아이들도 아내에게 의지하면서 힘든 일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다양한 저출산 극복 정책을 마련한 경상북도, 간호사로서 산전·조기 아동기 가정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김은영(51) 서울대 산학협력단 선임연구원, 영유아 문화원을 설립한 기독교텔레비전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박상근(59) 인구보건복지협회 임신출산양육종합센터장, 김형숙(57) 서울 송파구 생애건강과장, 나성훈(51) 강원대병원 교수는 국무총리 표창 대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이날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표창을 받은 경상북도는 이철우 도지사가 올해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추경 예산 1100억원을 편성하고, 결혼·임신·돌봄 등 관련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올 7월엔 저출생 극복 정책을 발굴·추진하는 ‘저출생 극복본부’를 정식 출범했다. 경북도 차원에서 임신·출산 지원 사업을 대폭 강화하면서 2024년 분만 예정자는 총 8923명으로, 지난해(8873명)보다 늘 것으로 보인다.
임산부의 날은 안전하고 건강한 임신·출산을 지원하고, 임산부 배려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2005년 제정됐다. 이날 행사에는 유공자 가족과 임산부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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