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러다 물 끓어오를라...화끈·끈적한 거북의 수중 짝짓기 [수요동물원]

정지섭 기자 2024. 10. 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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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거북의 물속 교미장면 생생하게 포착
같은 거북이라도 땅거북은 Tortoise, 물거북은 Turtle로 분류
공룡같은 외모에 걸맞게 성격도 포악한 늑대거북과 악어거북
늑대거북이 수중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고요한 늪에서 물결이 일렁입니다. 거품도 뽀글뽀글 올라오네요. 무슨 일인가 하고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니 잿빛 두 몸뚱아리가 부둥켜있습니다. 전후좌우 자세를 바꿔가며 떨어질 듯 접착하기를 반복하네요. 둘의 몸짓은 처절하고 집요하며 끈질깁니다. 늑대거북 커플의 수중발레, 아니 수중흘레 장면입니다. 우선 동영상부터 보실까요?

이 애욕의 에너지가 열로 변환돼 수온이 치솟아 물이 팔팔 끓는 건 아닌지 모를 지경이네요. 까칠한 등딱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살갗을 맞댄 이 암수의 사랑의 몸짓을 통해 종족은 대를 이어가게 됐어요. 이 장면을 포착해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미국 어류야생동물국은 이런 촌평을 남겼네요. “이 끝내주는 친구들은 볼일보는데 결코 부끄럼을 타지 않는다”고요.

초대형 민물거북이자 강 생태계 최고 포식자인 악어거북 성체와 새끼./Garry Tucker. United States Fish and Wildlife Service

거북은 파충류 4대 파벌중의 하나를 이룹니다. 하지만 포악한 악어, 징그러운 뱀, 날랜 도마뱀과 비교해 유순하고 진중한 이미지가 강해요. 등에 얹은 육중한 등딱지와 느릿한 걸음걸이 때문이죠.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이들의 삶을 살펴보면, 여느 파충류들처 찬피가 흐르는 냉혹한 사냥꾼임을 알수 있습니다. ‘맹수로서의 거북’의 선두에 있는게 바로 요놈들, 사진속 주인공인 늑대거북과 그 사촌뻘인 악어거북입니다. 상대적으로 덩치도 크고 우락부락해 괴물의 면모가 드러나는 악어거북(alligator snapping turtle)과 그나마 좀 점잖게 생긴 늑대거북(common snapping turtle)으로 이뤄진 일파예요.

정면에서 본 늑대거북. 공룡을 연상시키는 생김새다./Sam Stukel. United States Fish and Wildlife Service

우리가 악어라고 부르는 놈들을 영어로는 크로커다일·앨리게이터·카이만·가비알 등으로 제각각 부르는데 거북도 이와 비슷합니다. 대개는 터틀(turtle)이나 토터스(tortoise) 둘 중의 하나예요. 후자는 주로 뭍에서 네발로 쿵쿵 쾅쾅 걸어다니는 땅거북이고, 전자는 물에서 헤엄치는 빈도가 높은 물거북입니다. 바다·늪·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거북들이 대개 터틀인데, 땅거북에 비해 상대적으로 터프하고 육식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사람에게 들려있는 늑대거북. 얼마나 큰 민물거북인지 짐작할 수 있다./Virginia Department of Wildlife Resources

그 선두주자가 바로 늑대거북과 악어거북이예요. 여느 거북들에 비해 등딱지는 우툴두툴 거칠고, 배딱지는 부드럽기 그지 없습니다. 강바닥에 가라앉아 가만히 있는 습성에 맞게 진화했어요. 머리와 꼬리는 기괴하게 커요. 껍데기 속에 집어넣는 건 꿈도 못 꾸죠. 그래서 거북이라기보다는 공룡의 한 종류였던 갑룡 안킬로사우루스를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하지만 초식공룡이었던 안킬로사우르스와 식성은 딴판이죠.

정면에서 본 늑대거북의 모습. 포식자의 면모가 드러난다./Grayson Smith. United States Fish and Wildlife Service

악어거북과 늑대거북, 둘의 이름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스내핑(snapping)이라는 단어에서 이 족속의 특성을 유추해볼 수 있어요. ‘딱’하고 부러뜨린다는 뜻이죠. 가만히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먹잇감이 근처에 다가왔을 때 입을 딱 하고 닫아버립니다. 악어 못지 않은 치악력으로 쇠꼬챙이처럼 벼려진 아래턱과 위턱이 먹잇감을 아래위에서 동시에 내리꽂습니다. 이 단번의 공격으로 모든게 끝나요. 거북의 숨통이 끊기기 전까지, 아니 심지어 숨통이 끊긴 다음에도 닫힌 아래위턱이 열릴 가능성은 만무해보입니다. 딱 하고 닫히는 순간 물고기·개구리·올챙이들의 운명은 결정나는 거죠.

악어거북이 물고기를 사냥하기 직전의 모습./United States Fish and Wildlife Service

어차피 잡아먹힐 바에야 몸뚱이가 작은 놈들이 오히려 덜 가엾습니다. 최소한 고통은 덜 한채 삶을 마감할 수 있거든요. 문제는 한 입에 삼키기 어려운 제법 큼지막한 먹잇감들이 잡혔을 때예요. 늑대거북과 악어거북의 날카로운 턱은 물고 끊어내기에 적합할망정 씹는 용도는 아닙니다. 목구멍으로 넘기기 위해서는 다시 잘게 조각내야 하죠. 한번에 씹어삼키기 부담스러운 먹잇감이 버둥거릴 때는 앞발을 신경질적으로 휘젓습니다. 앙다문 아래위턱이 단단한 고정핀 역할을 하니 거친 앞발길질에 물고기의 몸뚱이는 버텨내지 못하고 산채로 부서집니다.

갓태어나 사람 손바닥 위에 올려진 새끼 늑대거북./Courtney Celley. United Stated Fish and Wildlife Service

비늘이 떨어져나가면서 물속은 순간적으로 물속이 비늘조각들로 보석처럼 눈부시게 빛나요.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지느러미가 뜯겨져나갑니다. 형체가 흐물흐물해졌는데도 여전히 눈꺼풀 없는 눈은 꿈벅이고 아가미는 하늘하늘 물질을 하고 있어요. 산채 조각난 몸뚱이가 거북 목구멍으로 넘어간 뒤에도 물고기가 몸부림치며 남긴 잔해들로 주변은 아득합니다.

악어거북이 아래위턱을 벌리며 위협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Garry Tucker. United Stated Fish and Wildlife Service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잔해들은 물바닥으로 가라앉고, 소화된 물고기 몸뚱이들은 거북의 똥으로 배출될 겁니다. 그것들을 자양분 삼아서 물풀은 자라날 거고요. 잔혹해보여도 자연은 그렇게 작동합니다. 늑대거북·악어거북의 생김새에 반전이란 없습니다. 험상궃은 외모에 걸맞게 성미 또한 거칠죠. 그렇지만 이들 덕에 늪과 강의 생태계 또한 우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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