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 가는 한국축구 의혹·파문…정치권 이어 대통령까지 “진상 명백히 밝혀야”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하는 조직(전력강화위원회)이 있었음에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한이 없는 인사가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후보자 면접은 불투명·불공정하게 진행됐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논란에 대해 “축협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문체부가 여러 의혹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확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며 “특히 국민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인 감독 선발은 과정부터 공정하고 책임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홍 감독 선임에 있어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권한이 없음에도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이끌던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홍명보를 1순위로 한 최종 감독 후보군을 추린 후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자 이 기술이사가 이후 선임 작업을 주도한 것이다. 문체부는 최종적으로 홍 감독을 선임한 절차인 이사회 서면 결의는 감독 내정·발표 후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 문체부는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정몽규 협회장이 클린스만 당시 감독 후보자를 최종 면접한 것도 규정 위반으로 봤다.
반면, 축구협회는 “문체부 발표는 협회장 직무 범위와 전력강화위 역할에 대한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정관에 따라 협회장이 업무를 총괄하고, 긴급한 사안은 회장이 먼저 처리한 뒤 이사회 승인을 받아도 된다는 것이다.
협회는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문체부 감사의 지적 사항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과 관련 규정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사회 승인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부분 등 미비한 점들은 보완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고 주장했으나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 최종 감독 후보자 2명에 대한 최종면접을 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닌 회장이 직접 진행한 점, 이사회 선임절차가 누락된 점 등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부적정한 감독 선임 문제가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축협은 축구팬과 국민들에게 백배사죄해야 하며 조속히 부적절한 감독 선임을 철회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축구협회는 향후 있을 월드컵 대회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뒤로 숨지 말고 국감 시작 전까지 축구팬들과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주 현안질의에 이어 문체부 감사를 통해서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발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대한민국 축구 최고의 황금기를 각종 논란으로 허비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입증 불가능한 자기기만적 욕심을 버리고 투명한 미래 축구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혜이지만 특혜인줄도 모르고 만끽하며 살아온 홍명보 감독 역시 그나마 남은 역사와 명예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오는 22일 대한체육회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문체부는 이달 말 축구협회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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