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내가 살아온 삶이자 역사”
평생 기록 고스란히 보관한 이국식 전 경남교육청 국장
국민학교부터 퇴임까지 50여년간
성적표·임명장 등 총 298매 보관
근현대사 교육양식·인쇄술 엿보여
개인회고록·교육문권집 곧 발간
실물 소장자료도 교육청 기증 계획
“교육청도 기록 보존 박물관 설립을”
“기록은 내 살아온 삶과 같다. 한 번뿐인 삶인데 이런 걸 보면서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도 해보고….”
경남교육청 초대 미래교육국장(2019년)과 창녕교육장(2017년)을 지낸 이국식(64) 전 국장이 내놓은 두툼한 파일클럽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통지표는 물론 첫 부임 임명장까지 소중한 개인의 추억이자 대한민국 교육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기록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의 기록의 출발은 어머니다. 어릴적 희미한 기억으로는 어머니가 헌 와이셔츠 통에 성적표와 각종 상장들을 차곡차곡 보관하며 소장해 왔다. 그의 어머니는 막내였던 이 전 국장 외에도 위로 3형제의 기록까지 모두 챙겨 놓았을 정도로 자칫 잊힐 수 있는 자식들의 삶을 꼼꼼하게 챙길 정도로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의 정성을 보고 자란 그도 42년간의 교직생활의 기록을 모았다. 결혼 후 8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에도 가장 먼저 챙긴 것은 기록물을 담은 박스였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창시절 교육문권은 75매가 소장돼 있다. 초등학교때 통지표 6매, 임명장12매, 상장, 표창장 23매, 졸업장1매 등 모두 42매, 중학교때 통지표 3매, 임명장 5매, 상장, 표창장 14매, 졸업장 1매 등 모두 23매, 고등학교 때 통지표 2매, 상장 및 표창장 7매, 졸업장 1매 등 모두 10매다.
그의 교육문권을 보면 우리 근현대사 학교 교육 양식과 인쇄기술 발달은 물론 성적표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1966년 창녕 대합국민학교 1학년 성적표는 16절 크기로 세로양식에 ‘통지표’와 ‘수료증’을 겸한 양면인쇄로 1학기와 2학기 내용이 함께 작성돼 있다. 내용에는 5단계 평가의 교과학습활동, 3단계 평가의 행동발달상황, 그리고 특별활동과 신체검사, 출석상황과 함께 서술식 특기상황을 기술하고 있다. 국민학교 1학년 2학기 첫 반장이 되었을 때 받았던 임명장은 역시 16절 크기의 가로 양식으로, 밀랍을 먹인 원지에 철필로 긁어 등사판에 밀어서 제작했다. 요즘 인쇄기술로 보면 조잡해 보이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1972년 2월 초등학교 졸업 당시에 192명 졸업생 중 5명이 수상한 6년 개근상과 당시 경남교육위원회 김주익 교육감으로부터 받은 표창장도 눈에 띈다. 학창시절의 기록 보관은 어머니 몫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는 그의 몫이었다. 그가 보관하고 있는 교직문권은 상장 13매, 표창장 14매, 임용장과 임명장 22매, 위촉장 83매, 발령통지서 44매, 연수이수증 21매, 자격증 7매, 공로·감사패 19종 등 총 223매다.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1980년 3월 1일자 함안 수곡초등학교(폐교) 첫 발령시 인사발령 통지서를 포함해 퇴직 때까지 임용장, 임명장 등 인사 관련 모든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1984년 창녕교육청의 문제은행 자료작성 실무위원 위촉을 시작으로 각종 위촉장 58매, 현직에 근무할때 총122회의 외부 강의원고 및 관련 자료, 개인상장과 표창장을 비롯해 경남교육청의 통신장학, 장학월보, 교육경남 게재 원고, 지역신문 게재 원고 등 수많은 자료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특히 첫 발령 학교부터 담임을 맡은 제자들 명단과 함께 근무한 교직원 현황, 그 당시의 개인역할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는 제자들 초청 모임때 기록을 다시 보고 이름을 기억한 뒤 출석을 불러 깜짝 놀라게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회고한다.
그는 머지않아 개인회고록 및 교육문권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이미 모든 자료는 스캐너 과정을 거쳐 디지털자료로 전환해 아카이브 형태로 보관 관리해오고 있다. 문권집 발간 후에는 실물 소장자료 전부를 경남교육청 기록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그는 “개인이나 조직의 활동 기록 보관과 관리는 역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특히 교직생활 활동내용의 기록과 보관 관리는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다”면서 “교직활동의 작은 내용들도 보관해 관리해보면 훗날 의미있는 개인 역사자료가 될 것이다. 단위학교에서도 해마다 생산되는 수많은 교육관련 자료를 꾸준히 보관 관리하는 교육적인 의식변화와 마인드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교육자료 관리를 위한 교육행정 당국에도 할말을 남겼다. “단위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역사 보존관리를 위한 ‘학교역사관’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의무적으로 교육자료를 관리하는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대구교육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경남교육청도 전시공간과 아카이브 센터를 겸한 교육박물관을 신설해야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이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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