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 품는 은행·증권사…한화투자증권도, 하나금융도, 미래에셋도 가상자산 거래소와 손잡는 이유

은행과 증권사 같은 전통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가상자산 업체들과 손을 잡고 있다. 한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를 확보하려고 은행 문을 두드리던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금융사들은 가상자산 시장을 단순히 ‘코인 투자’를 넘어 스테이블 코인과 토큰증권(STO) 등 미래 디지털 자산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들도 가상자산 시장 침체를 극복할 통로로 인식, 서로가 ‘윈윈’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20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주식 136만 1050주를 5978억원에 현금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주식 취득 뒤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지분율은 9.84%가 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다음달 15일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주식 취득 목적을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 및 사업시너지 확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지분은 기존 5.94%에서 9.84%로 확대된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사인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228만4000주를 1조33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보유한 4대 주주에 올랐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도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92.06%(2691만주)를 1335억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와 함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통 금융권의 가상자산업계 투자 움직임은 금융의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평가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날 “몇년 전만 해도 코인 투자를 도박처럼 생각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며 “한국은행도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추진하는 등 화폐가 디지털화하는 시대에서 금융권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가상자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 코인·토큰증권 등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금융사는 디지털 자산의 발행과 운용을, 가상자산업체는 거래·유통을 담당하는 방식의 협업이 거론된다.
금융사들은 펀드·연금 등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에 디지털 자산을 더한 새로운 형태의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도 고민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두나무와 지난해 말부터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서비스 공동 개발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과 전통 자산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 중”이라며 “고객들에게 스테이블 코인, 토큰 증권 등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업체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최근 코인 거래대금 감소와 매출 급감으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하려는 대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두나무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34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5% 줄었고 영업이익도 880억원으로 78% 급감했다. 빗썸 역시 올해 1분기 매출이 8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9억원으로 95.8% 급감했다.
양측의 ‘만남’은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행정지도 등을 통해 금융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이른바 ‘금가분리’ 규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직접 보유 등은 금지하는 기조가 강하다.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제도적으로 불명확한 게 많아 기상자산 시장에 관심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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