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영화의 역사를 바꾼 쉬리의 두 주역이 20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엔 총이 아니라 별을 사이에 두고. 최민식과 한석규가 장영실과 세종으로 마주 앉은 그 영화 이야기입니다.
왕과 노비, 하늘을 함께 보다
조선의 하늘을 갖고 싶었던 왕 세종과, 그 꿈을 손으로 만들어낸 관노 출신 천재 장영실. 영화는 물시계 자격루와 천문 기구들을 함께 만들며 신분을 뛰어넘은 우정을 쌓은 두 사람의 20년을 따라갑니다. 멜로 거장 허진호 감독은 이 관계를 한 편의 애틋한 드라마로 빚어냈습니다.

역사의 미스터리, 안여 사건
영화의 출발점은 실록의 미스터리입니다. 세종이 아끼던 장영실은 왕의 가마 안여가 부서진 사건 이후 곤장형을 받고 역사 기록에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영화는 그 공백을 상상력으로 채웁니다. 왜 세종은 그토록 아낀 사람을 내쳐야 했을까. 그 답을 향해 가는 후반부가 이 영화의 심장입니다.

20년 만에 재회한 두 배우
1999년 쉬리에서 총구를 겨눴던 한석규와 최민식은 이 영화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연기합니다. 두 사람이 밤하늘의 별을 함께 올려다보는 장면은 개봉 당시 관객들이 꼽은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신구, 허준호 등 노련한 배우들의 앙상블도 사극의 무게를 든든히 받쳤습니다.

빅3 대전에서 살아남은 이야기
2019년 겨울 백두산, 시동과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불운 속에서도 이 영화는 200만 관객을 모으며 저력을 보였습니다. 화려한 스펙터클 대신 두 사람의 대화와 침묵으로 승부한 정공법 사극이라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재평가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밤하늘이 유난히 맑은 날, 조용히 꺼내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 괜히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게 되는 것은 부작용이니 감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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