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이제 남녀 동일 美NYPD 체력시험…기자가 직접 해보니
남녀 모두 동일 조건·기준으로 시험
4.2kg 조끼 입고 달리고, 넘고, 당기고, 끌고, 쏘고
체력, 근력, 순발력 모두 요구…4분 40초 내 통과해야
"필기 1등이어도 체력 불합격이면 탈락"
경찰청이 2026년 순경 공개채용 시험부터 '순환식 체력검사'를 도입한다. 이른바 미국 NYPD(뉴욕경찰국) 등에서 쓰고 있는 체력시험을 들여온 것인데, 남녀 모두 동일 조건에서 시험을 본다.
단 1번 실시되는 시험에서 4분 40초 내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탈락이다. 필기시험에서 1등을 해도 체력시험에서 탈락하면 떨어지는 것이다. 경찰청은 '2024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약 4천만 원에 달하는 새로운 체력검정 시스템을 선보였는데, 기자가 직접 해봤다.
뛰고, 넘고, 당기고, 끌고, 쏘고…새로운 경찰 체력시험
첫 단계는 숫자 '8' 형태의 구간에 마련된 여러 장애물을 통과하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장애물은 1.5m 길이의 장판으로, 뛰어서 넘어야 한다. 발이 닿으면 장비가 인식해 경고음이 울린다. 경고음이 울리면 그 즉시 다시 시작이다.
장판을 지나면 5단의 계단이 나타난다. 한 번에 1단씩 올라야 하고 내려온 뒤에는 반환점을 돌아 다시 계단을 오르고 내린다. 계단을 지나면 0.6m 허들 2개를 넘는다. 이어 1.5m 높이의 장벽을 타고 넘어야 한다. 장벽을 넘으면 다시 첫 장애물이었던 1.5m 길이 장판 넘기를 시작한다. 이 과정을 총 여섯 번 반복했다.
처음 몇 바퀴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총 6번을 반복하고 나니 숨이 생각보다 빨리 차오르기 시작했다. 참고로 체험에 나선 기자는 매주 달리기와 구기 운동을 한다.
첫 단계를 넘고 나면 두 번째 단계인 장대 허들 넘기가 나온다. 먼저 배를 깔고 엎드린 다음 일어서서 가운데 허들을 넘는다. 이후 등을 깔고 누운 뒤 다시 허들을 넘는다. 이 과정을 3번 반복한다.
숨이 점차 가빠지더니 4.2kg의 조끼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세 번째 단계인 당기고 밀기 구간이다. 32kg의 무게추가 달려있는 기계를 당긴 상태로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이를 세 번 성공하면, 이젠 민 상태로 똑같이 반복한다. 확실히 당기거나 밀지 못해 무게추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경고음이 울린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사람 형태의 인형(72kg)을 끌고서 약 11m를 이동한다. 이미 앞선 구간들에서 뛰고, 넘고, 당기고, 끌며 근육을 썼던 터라 72kg는 절대 만만치 않은 무게였다.
마지막 구간은 총기 방아쇠 당기기. 한 손만 써서 방아쇠를 당기는 것(주손 16회, 약손 15회)인데 체험 전 가장 쉬운 구간으로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근육에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방아쇠 당기기가 쉽지 않았다.
시험이 끝났고, 최종 기록은 4분 19초였다. 통과는 했지만 한동안 숨이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美 NYPD 체력시험 도입하는 경찰청 "통과 못 하면 불합격"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남녀 응시자 공통 시험이라는 점과 채점 방식의 변화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시험은 남녀 기준도 다르고, 기준에 따라 부여되는 점수도 달랐다"며 "또 체력이 부족해도 기록에 따라 체력 점수가 부여됐지만 새로운 시험은 합격 아니면 불합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기시험에서 전체 1등을 하더라도 체력에서 떨어지면 불합격인 것"이라며 "결국 현장에서 업무 수행을 해야 하니 이 조건 이상의 체력을 갖춘 사람을 뽑으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국제치안산업대전 현장에서 만난 한 경찰관은 "체력, 순발력, 근력을 모두 요구하는 시험이고, 불합격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다"며 "평소 운동 등으로 체력이 없는 경우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 확실히 여성 응시자들이 어려워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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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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