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선업계에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치열한 경쟁 관계였던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손을 잡고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최종 후보에 올랐는 것이죠.
독일의 강력한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2파전으로 좁혀진 이 승부에서 캐나다가 한국 잠수함에 주목하는 핵심 이유가 바로 전투관리시스템입니다.
미국산이 아닌 100% 한국산 시스템이라는 점이 캐나다에게는 놀라운 매력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미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무기 체계, 그리고 고객 맞춤형 유연성까지 갖춘 한국의 KSS-III 잠수함이 어떻게 캐나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원수 사이였던 두 거대 조선소의 역사적 협력
한국 방산업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관계로 알려진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위해 전례 없는 협력에 나섰습니다.

이 두 기업은 그동안 한국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은 물론 호주의 범용 호위함 조달 사업에서도 각각 다른 모델을 제안하며 격렬하게 경쟁해왔죠.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할 정도로 두 회사의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호주 정부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도대체 어디냐고 물을 정도"였다는 것이죠.
더욱 놀라운 것은 두 회사가 한국형 구축함 사업 관련 기밀 유출 소송에서도 격렬하게 대립했던 사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두 업체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공동으로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애초에는 한화오션이 영국 방산업체 Babcock과, 현대중공업이 미국 기업 L3Harris와 각각 협력할 계획이었지만, 돌연 손을 잡고 캐나다 양쪽 해안에 정비 시설을 설치하는 제안까지 공동으로 제출한 것입니다.
이는 그간의 극심한 경쟁 관계를 생각하면 정말 전례 없는 일이며, 국익을 위해 기업 간 경쟁을 내려놓은 역사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KSS-III 잠수함 성능
캐나다 국영방송 CBC가 직접 취재한 KSS-III 배치II는 그야말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어뢰와 탄도미사일을 모두 발사할 수 있는 3600톤급 재래식 잠수함으로, 그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죠.

항속거리는 무려 7000해리(약 1만3000km) 이상으로, 3주 이상 수중에서 작전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의 연속 잠항 시간이 약 2~5일인 것과 비교하면 혁명적인 발전인 것입니다.
이러한 획기적인 성능 향상의 비결은 바로 동력원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납축전지 대신 삼성SDI가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함으로써, 21일 이상 연속 잠항이 가능해졌죠.
일반적인 디젤-전기식 잠수함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스노켈 마스트를 수면 위로 올려야 하는데, 이때 RF 반사와 배기가스의 열 신호로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의 장시간 용량으로 이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100% 한국산 전투관리시스템의 전략적 가치
CBC 보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KSS-III를 제어하는 전투관리시스템이 미국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KSS-III의 전투관리시스템은 100% 한국에서 설계·개발된 것이죠.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캐나다에서는 최근 새 호위함에 채택된 미국산 전투관리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산 시스템의 큰 단점은 운용과 관련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 미국이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산 시스템은 캐나다가 완전한 주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가 KSS-III를 구매할 경우, 캐나다 자체 시스템이나 다른 외국산 시스템, 또는 기존 한국산 시스템 중에서 선택하여 통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미국이나 유럽산이 아닌 한국산 어뢰와 미사일도 구매할 수 있다고 제안했죠.
호주 콜린스급 잠수함의 고통스러운 교훈
미국 시스템을 탑재한 잠수함이 얼마나 큰 문제를 겪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호주의 콜린스급 잠수함입니다.

1990년대 초 호주는 6척의 콜린스급 잠수함을 도입했는데, 이 잠수함은 스웨덴 코크럼스 설계를 기반으로 했지만 미국산 AN/BYG-1 전투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처음에 이 잠수함이 "가장 소음이 적고 가장 발전된 재래식 잠수함"이라고 주장했으나, 2003년 호주 언론은 이 잠수함이 "록 콘서트처럼 시끄럽고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미국산 전투관리시스템과 스웨덴 설계의 호환 문제로 인해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발생했죠.
미국의 지원으로 개량이 이루어진 후에도 다양한 고장과 문제가 계속되었고, 2010년에는 6척 중 단 2척만이 실제 작전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상황이 너무 심각해져 호주의 싱크탱크인 코코다 재단은 콜린스급을 대체할 신형 디젤잠수함 12척을 건조하는 것보다 미국으로부터 최신 원자력 잠수함 10척을 도입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호주는 2021년 미국 및 영국과 오커스 협정을 맺고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는데, 콜린스급의 실패 경험이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맞춤형 솔루션과 빠른 납기
한국은 캐나다에 매우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계약이 체결되면 6년 내에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다고 약속했으며, 캐나다 내에 정비 시설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잠수함은 계약 체결 이후 납품까지 통상 약 9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를 6년으로 단축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죠.
이는 캐나다의 군사적 독립성을 높이고 자체 방산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캐나다는 현재 진행 중인 수상함 건조사업의 건조비 폭등 경험으로 인해 이미 검증된, 신뢰성과 가격을 입증할 수 있는 잠수함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한국의 제안이 다른 경쟁국들보다 더 매력적인 이유는 일본과 같은 경쟁국들이 자국 해군의 함정 건조 일정과 제한된 건조능력으로 인해 캐나다 사업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인 반면,
한국은 민간 상선과 군함 건조 모두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 인력과 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K조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환점
캐나다 왕립 해군의 앵거스 탑시 중장이 직접 한화오션의 거제 조선소를 방문해 장보고-III BatchII급 3척을 동시에 건조하는 현장을 견학한 것은 한국 제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방산 기술력과 유연한 협상 자세가 세계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독자적인 전투관리시스템과 고객 맞춤형 접근법은 미국의 엄격한 통제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디젤 잠수함 생산을 거의 하지 않는 반면, 한국은 SLBM 능력까지 제공할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미사일 시스템도 통합해줄 수 있습니다.
경쟁 관계의 두 대형 조선소가 국익을 위해 협력한 이번 사례는 한국 방산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
럼프가 재선되어 미국의 외교 정책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미국산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죠.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단순한 수출을 넘어 한국 방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립적인 플레이어로 자리잡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