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진짜 모른다고?" 밤 운전 중 갑자기 나타는 '이 차량'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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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고속도로와 비 내리는 도심에서 전조등·미등을 켜지 않은 채 달리는 스텔스 차량은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도로 위 투명 인간’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야간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주간보다 약 1.6배 높다. 그만큼 등화장치는 운전자 시야 확보와 더불어, 타인에게 차량의 위치와 존재를 알리는 필수 안전 장치다.

도로교통법 제37조는 야간 및 악천후 시 전조등·미등·번호등 점등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승용차 기준 2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낮은 처벌 수위 탓에 스텔스 차량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DRL과 디지털 계기판이 만든 착시

사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스텔스 차량이 늘어난 배경에는 기술적 착시가 존재한다. 첫째는 주간주행등(DRL)이다.

2015년 이후 출시된 차량에 의무 장착된 DRL은 낮 시간대 전방 시인성을 높여주는 장치지만, 후방 미등과 번호등은 점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는 전방이 밝으니 모든 불빛이 켜졌다고 착각하지만, 후방 차량이나 보행자에게는 단순한 검은 덩어리처럼 보인다.

둘째는 디지털 계기판의 함정이다. 과거 아날로그 계기판은 전조등을 켜야만 불빛이 들어왔지만, 최신 슈퍼비전 클러스터나 디지털 콕핏은 시동만 켜도 환하게 빛난다.

이로 인해 운전자는 등화장치가 작동한다고 오인하고, 결국 전조등·미등 없이 주행하는 위험 상황이 발생한다.

연쇄 추돌을 부르는 도로 위 범죄행위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스텔스 차량은 단순한 부주의를 넘어선다. 불빛 없는 차량은 후행 운전자가 속도와 거리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게 하고, 갑작스러운 급제동으로 연쇄 추돌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골목길에서 진입하는 차량이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는 차량 접근을 인식하지 못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나만 괜찮다’는 착각이 만든 명백한 도로 위 범죄행위다.

AUTO 기능 활용과 인식 개선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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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전자 스스로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다. AUTO(자동 점등) 모드를 활성화하면 조도 센서가 주변 밝기를 감지해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전조등과 미등을 켠다.

구형 차량처럼 AUTO 기능이 없는 경우라면, 해 질 무렵이나 터널 진입 전 직접 등화 스위치를 작동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정부와 경찰도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범칙금은 위험성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많다.

스마트국민제보 등 공익신고 활성화와 야간 집중 단속을 통해 ‘등화 미점등은 반드시 적발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작은 습관이 생명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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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차량은 첨단 기능에 대한 맹신과 운전자 무관심이 빚어낸 사회적 재난이다.

라이트를 켜는 작은 행동은 단순히 내 시야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나를 인식하고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상대방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지금 이 순간, 내 차량의 라이트 스위치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나와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