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에 ‘윤 대통령 대담’ 진행했던 박장범 내정
‘파우치’ 발언 논란 이력…야권 이사들 “가처분 낼 것”
KBS 이사회가 여권 성향 이사 주도로 박장범 KBS 앵커(사진)를 차기 사장 최종 후보자로 23일 결정했다.
표결에 불참한 야권 이사들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하루 총파업에 돌입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면접심사와 투표를 거쳐 박장범 후보를 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며 “대통령에게 사장 임명을 제청하는 공문을 인사혁신처로 송부했다”고 밝혔다. 표결에 야권 성향 이사 4명은 불참했다.
이날 면접엔 박장범 앵커, 박민 현 KBS 사장, 김성진 KBS 방송뉴스주간이 참여했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임명 제청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대통령이 임명한다. 차기 사장 임기는 오는 12월10일부터 2027년 12월9일까지다. 대통령이 임명하면 박 앵커는 KBS 최초로 9시 뉴스 앵커 출신 사장이 된다.
박 앵커는 1994년 2월 KBS 공채 20기로 입사해 사회부장·비서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9시 뉴스 앵커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방송된 윤 대통령 신년대담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 명품백을 두고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말해 ‘대통령 심기 경호’ 등 논란이 일었다. 이날 면접에서도 “기본적으로 언론에서 구분하는 품목은 생필품과 사치품 두 가지 분류이지, 명품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수입 사치품을 왜 명품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권 이사 4명은 입장문을 내고 “위법성이 큰 사장 선임 절차의 중단을 호소했지만 여권 이사들은 귀를 닫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위법적으로 구성된 여권 이사들의 박장범 사장 후보자 선출은 원천무효”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사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KBS 위법 상태의 해소에 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사장 선임 결과는 결국 이 정권이 언론을 장악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면서 “KBS본부는 불법적 이사회의 사장 임명 제청을 인정할 수 없으며,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 끝까지 싸워 공영방송 KBS를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KBS본부는 이날 하루 총파업에 돌입해 사장 선임 절차 중단 및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총파업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조합원 500여명이 모여 KBS 본관 내부 곳곳에서 피케팅 등을 진행했다. KBS 다수 뉴스 프로그램이 결방되거나 축소 편성됐다.
KBS 측은 “수신료 분리고지의 재정위기 상황에서 파업은 KBS를 위태롭게 한다”며 “노조의 불법행위 발생 시 손실액은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도 이날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임 자체가 적법성 논란에 휩싸인 인물들이 무슨 자격과 염치로 KBS 사장 선임이라는 중차대한 결정에 참여한단 말인가”라고 밝혔다. 현재 2인 방통위 추천과 윤 대통령 재가로 이뤄진 KBS 새 이사 임명 효력을 두고 법원에서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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