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과학기술인상에 박문정…고분자 합성·제어 분야 개척

이채린 기자 2024. 10.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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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고분자 합성 및 구조 분석에서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고 연구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박 교수는 학계에 '고분자 말단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했다.

올해 1월 박 교수는 공동연구를 통해 머리카락의 수만 분의 1 크기의 나노 물질로 배관공의 악몽 구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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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선정된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 포스텍 제공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고분자 합성 및 구조 분석에서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고 연구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박 교수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그동안 고분자 합성 연구에서 고분자 사슬의 말단은 학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고분자에서 말단부는 1%도 되지 않기 때문에 분자구조식 작성 시 말단부 생략이 허용됐다. 말단부가 고분자의 열역학적 상전이 거동과 열적 특성, 기계적 물성에 미치는 영향이 경시됐다. 

박 교수는 고분자 말단부의 중요성을 선도적으로 인식했다. 연구를 이어가던 중 고분자 사슬 말단에 강한 분자인력을 유도할 수 있는 '작용기'를 도입하면 기존 정립된 고분자 상전이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상전이란 물질이 온도, 압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phase)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을 가리킨다. 

박 교수는 학계에 '고분자 말단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했다. 말단화학은 한종류의 고분자로부터 간단한 말단치환만을 통해 다양한 고분자구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으로도 응용성이 높은 것으로 주목받았다. 말단그룹 치환만을 통해 중심부 나노구조체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정립한 것이다. 

또 박 교수는 이 방법론을 기반으로 상상과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블록공중합체 시스템에서 '배관공의 악몽(Plumber΄s nightmare)' 구조를 최초로 발견했다. 블록공중합체란 고분자 두 개 이상이 다른 고분자 사슬에 규칙적으로 연결된 고분자다. 

배관공의 악몽 구조란 미국 화학자이자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휴즈와 스타니슬라스 라이블러가 1988년 제시한 기하학적 구조다. 원통형의 관이 모두 연결됐지만 외부로 연결된 배관이 없는 구조다. 이론적으로 이 구조를 나노 구조체로 구현하면 다른 나노 구조체와 차별화된 광학적·기계적 특성을 가질 것으로 추측됐다. 문제는 모양이 특이하고 복잡해 구조를 실제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올해 1월 박 교수는 공동연구를 통해 머리카락의 수만 분의 1 크기의 나노 물질로 배관공의 악몽 구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형태의 블록 공중합체를 만들어 전체 길이와 연결 부위의 길이를 조절하며 자가조립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나노 구조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정립한 셈이다. 연구결과는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크게 실렸다. 

박 교수는 “교과서에 없던 주제에 빠져 7년동안 한우물을 판 것이 성과를 보여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전고체 전지 등 에너지 소재로 쓰이는 전하수송 고분자 설계·합성 분야의 국제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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