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SBI저축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은 재작년부터다. 자산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데다 투자 자산의 손실이 컸던 탓이다.
건전성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 온 SBI저축은행은 올해 금리 인하에 따른 중금리 대출 확대와 업무 자동화를 통한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2일 SBI저축은행 감사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808억원을 냈다. SBI저축은행의 순이익은 2021년 3495억원, 2022년 3284억원을 기록하다 2023년 891억원을 내며 급감했다.
반면 영업수익은 2021년 1조3381억원, 2022년 1조6514억원, 2023년 1조7745억원, 2024년 1조601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다. 실제로 총자산수익률(ROA)이 2022년과 2023년 2.1%였는데 2024년 0.6%로 낮아졌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22년 19.2%, 2023년 17.8%, 2024년 4.7%를 각각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의 영업비용은 지난해 1조4874억원으로 전년 1조6655억원 대비 감소했다. 특히 이자비용이 2023년 6138억원에서 2024년 4657억원으로 줄었는데, 지난해 예금금리가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SBI저축은행의 정기예금 1년물 금리를 보면 2023년 3.6~4.0%, 2024년 3.25~3.7% 수준이었다.
영업비용이 줄었음에도 수익성이 악화한 원인으로 먼저 줄어든 자산이 지목된다. SBI저축은행의 자산총계는 2022년 16조원, 2023년 15조원, 2024년 14조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총 여신은 2022년 14조원, 2023년 12조원, 2024년 11조원을 각각 기록했다. 자산 감소는 2023년 레고랜드 사태 영향으로 여신이 줄어들면서 수신이 자연스레 줄어든 탓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졌다"면서 "중저신용자를 취급하는 2금융권에서 대출을 쉽게 내줄 수 없다 보니 나가는 돈(수신금리)은 계속 늘어나고 들어오는 돈(여신금리)은 한정적이 되면서 수익이 쪼그라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익성 악화에는 또 SBI저축은행이 투자한 자산의 손실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유가증권평가및처분손실이 3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73억원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늘었다.
매도가능증권처분손실이 103억원, 매도가능증권손상차손이 178억원이다. SBI저축은행은 주식, 회사채, 수익증권 등에 투자하고 있는데 관련 자산 처분에 따른 손실과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이 커진 것이다.
이 외 인건비도 2023년 386억원에서 2024년 50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서 SBI저축은행 측은 "재작년에 거의 없었던 성과보수가 지난해 일부 지급되면서 인건비가 늘어났다"면서 "인력에 큰 변동은 없다"고 전했다.
SBI저축은행은 재작년부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건전성도 뒷걸음질 쳤다. 건전성 지표로 손실흡수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022년 143.3%, 2023년 83.8%, 2024년 79.6%로 낮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 평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13.2%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도 증가했다. 연체율은 2022년 2.0%, 2023년 4.9%, 2024년 5.0%를 각각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2.6%, 5.9%, 6.4%로 높아졌다.
다만 저축은행 평균보다는 낮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8.52%,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6%다.
이에 SBI저축은행은 올해도 리스크 관리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여기에 자산을 늘리고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다만 단기간에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BI저축은행 측은 "아직 경기가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 리스크 관리를 하되 지금 업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금리가 거의 바닥에 가까운 상황이라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해 보려한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일반 은행과 달리 대출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묶여 있기 때문에 예금금리가 낮아져야 예대마진이 확대되면서 대출 여력이 늘어날 수 있다.
이어 SBI저축은행 측은 "올해 디지털 관련 본부를 신설해 내부 업무 자동화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금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