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통일운동가 임종석의 통일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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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통일운동가를 자처해 온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일, 하지 말자"고 말해 논란이다.
그는 "통일 강박관념을 내려놓자.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대통령비서실장인 그가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 3명이 남북정상회담 때마다 합의했던 통일의 당위와 필요성을 부인한 것이다.
그 자리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통일은 겨레의 여망"이라고 손잡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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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말 전대협 의장 시절 ‘통일의 꽃’ 임수경을 평양에 보냈던 그는 2000년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남북 간 교류 확대를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했고, 대북송금사건 특검 수사에 반대했다. 대통령비서실장직을 떠날 때 “원래 자리로 돌아가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통일이 좋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통일, 하지 말자”고 말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임 전 실장은 연설에서 ‘통일 유보’ 주장을 두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남북 간 화해 협력에 거부감이 생긴다는 것이 하나고, 통일을 유보할 때라야 남북 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다른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북한의 불법적 핵무기 개발이 핵심적인 이유라는 사실조차 그는 외면했다.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는 그의 주장은 김정은의 올 초 발언과 흡사하다는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김정은은 올 초 “남북은 더이상 동족관계가 아니며, 두 개의 적대적 국가”라고 선언한 뒤 초강경 대남 압박을 주도해 왔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문 전 대통령은 “기존의 평화와 통일 담론을 전면 재검토하자”고 화답하듯 말했다. 이 말은 “북한이 연방제 통일론 등을 폐기한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비현실적 통일 논의는 접자”는 임 전 실장 생각과 상통한다. 연설 내용이 알려진 뒤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이 비판에 나섰는데, 문재인 정부 외교부 차관 출신이 나서 방어막을 쳤다. 이날 연설이 돌출행동이 아니라 사전에 조율된 것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임 전 실장은 차제에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도 없애거나 고치자고 했다. 그러나 북한 땅을 우리 영토로 여길 때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다. 이 조항을 폐기하면 탈북자를 보호할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임 전 실장은 왜 이 시점을 골라 이런 연설로 논란을 일으켰을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북한의 주장에 편승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의 위험성을 부각하는 것이 1차 의도일까. 여전히 남는 의문으로, 앞으로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주장을 추가로 내놓을 때 속뜻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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