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란봉투법에 분사·M&A 제약받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가 이달 21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카카오아지트 앞에서 경영쇄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윤상은 기자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향후 6개월 뒤 시행을 앞둔 가운데 자회사 구조조정과 분사를 반복해온 카카오를 향한 노동조합의 고용 안정 요구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노란봉투법은 △원청·본사 등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구조조정·인수합병(M&A) 등으로 노동쟁의 범위를 확장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자회사 노동조합도 본사와 직접 교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동쟁의도 지금보다 늘어날 수 있다.

27일 카카오 노조에 따르면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노사는 검색 사내독립조직(CIC) 임직원의 신설 법인 이동을 두고 고용 안정성 보장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노조가 본사인 카카오를 향해 직접 단체교섭 테이블에 앉을 것을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노란봉투법에는 원청-하청, 모회사-자회사 관계를 막론하고 노동조건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을 사용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자회사 노조도 카카오와 단체교섭 가능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가 자회사의 분사·구조조정으로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검색CIC 임직원의 계열사 이동에 관해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만의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본사인 카카오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2019년 사내 독립기업(CIC) 'AI Lab'을 분사시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설립했다. 2019년12월말 기준 카카오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지분율은 95.91%였다. AI Lab은 검색엔진, 인공지능(AI), 챗봇 업무를 담당했다. 카카오 노조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속해서 소속 직원들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이동시키면서 본사 복귀를 약속했다.

문제는 본사 복귀 무산이다. 올해 7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검색CIC 임직원 129명을 대상으로 본사 복귀가 아닌 카카오 그룹 내 신설 법인으로의 이동 희망 신청을 받았다. 카카오 본사에 속했던 포털 다음을 분사하면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개발자로 인력 일부를 채우는 절차다.

게다가 카카오가 포털 다음 분사 뒤 매각까지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검색CIC 임직원의 계열사 간 이동 신청은 저조했다. 회사의 약속과 달리 본사로 복귀하지 못하고 신설 법인으로 이동하면 향후 매각 절차에 따른 고용 불안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에 노조는 본사 복귀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그래프= 윤상은 기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지난 구조조정으로 쌓여 있던 불만도 최근 함께 표출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임직원 수는 출범 초기 832명에서 2022년 1176명까지 늘어났다. 이 회사는 2023년 희망퇴직을 진행해 임직원 수를 609명으로 줄였다. 본사인 카카오가 결정한 자회사 구조조정으로 고용 안정성을 위협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향후 카카오엔터프라즈 노조가 고용 안정성을 두고 카카오 본사와 직접 교섭하려면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한다. 박성우 노무사는 "이 사례에선 본사가 자회사 노동자의 전보를 결정했는지 살펴서 사용자 범위를 따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기준만 세운 것이고 향후 시행령이 마련되고 관련 판례가 쌓이면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진 사용자 범위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카카오는 법안이 이제 막 국회 문턱을 넘은 만큼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노동조합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측은 "고용 안정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노조 및 직원들과 성실히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가 구조조정 야기하면 파업 가능

향후 카카오의 투자와 구조조정에 따른 쟁의 활동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 노란봉투법은 기존 '근로조건 결정'에 한정된 파업 사유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과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변경했다. 노조는 M&A, 사업장 이전 등 경영상 결정으로 인한 고용 불안이 야기된다고 판단하면 파업까지 진행할 명분을 얻는다.

카카오 노조는 올해 3월 카카오의 포털 다음 분사를 반대한 바 있다. 이 결정이 사실상 매각을 염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기업이 매각을 진행할 때 구조조정까지 수반하는 사례가 많은 점을 이유로 고용 안정성을 우려했다.

또 카카오 노사는 계열사별 단체 협약에서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진행 시 노조가 사전에 협의한다는 내용을 넣은 바 있다. 2023년부터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엑스엘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골프사업 자회사 카카오VX,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자회사의 희망퇴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카카오가 희망퇴직을 진행할 때 단체 협약을 지키지 않으면 노조는 쟁의에 돌입할 명분을 얻는다.

이에 관해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기존 법에서 노조는 구조조정을 반대한 파업에 돌입할 때도 임금 단체 협상 결렬을 이유로 내세워야 했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뒤부터 매각 등으로 인한 고용 불안 상황에서도 노동권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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