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한국형 목구조의 실험, 완도 목조주택

한국형 목구조의 실험
완도 목조주택

프리컷 중목 구조와 북미식 경골 목구조 사이에서 찾은 하이브리드라는 해답.
한옥의 전통적 감성에 생활의 편의를 얹어 새로운 목조주택을 지었다.


단층으로 시원스레 길게 뻗은 주택 외관.
(위, 아래)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입면을 드러내는 주택.

농촌 주택과 어촌 주택, 국내 중목 구조와 북미식 경골 목구조의 만남

지금은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대지는 섬에 위치한다. 고갯길에서 삶의 터전인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땅이었다. 이 땅에서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켰던 구옥을 철거하되, 마당에서 바다를 마주하던 기존 집의 기억을 오마주하고 너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을 닮은 주택을 새로이 계획하였다. 구옥은 실내 공간과 외부공간의 경계가 모호했고 안과 밖의 중간에 있던 툇마루가 이를 분리해 주었다. 이는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 햇빛이 강하고 바람이 잦은 어촌 주택에 적합한 형태였다. 아울러 어촌이지만 밭농사도 함께 이루어지는 농촌 주택의 특성도 함께 있었다. 이러한 점들을 재해석하여 새로 지은 주택에는 농작물을 보관하는 창고(농촌)를 실거주 공간과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구획하고, 생선을 손질하는 너른 공간(어촌)을 봉당으로 구성하여 하나의 지붕 아래 연결하였다.


SECTION


(위, 아래) 현관에는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벤치를 두었으며 외출하고 돌아와서 곧바로 욕실로 향할 수 있도록 동선을 계획했다.
간살 중문은 집의 인테리어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PLAN


(위, 아래) 주택의 실내외를 연결하는 봉당은 이 집만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여름에는 개방하여 공기 순환을 돕고, 겨울에는 폴딩도어를 닫아 방풍 효과를 누리는 등 계절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또한 출입 동선, 창고, 보조 주방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더불어 건물 단면 구조의 일정화된 동일 모듈을 기반으로 장방형으로 건물을 계획하여 목구조의 산업화를 시도하되, 일부 변주 구간인 사선 구조재, 외벽 돌출구간, 모퉁이 창 등을 둠으로써 다양한 공간감이 드러나도록 계획하였다. 중목이 가진 구조적 장점을 극대화하여 벽과 벽 사이의 거리를 확보함과 동시에 구조재이자 인테리어 마감 요소로써 활용했다. 이 외에도 목재 마감재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천장, 창호, 실내 벽체 등에 적용했다. 또한 하나의 지붕 아래 창고, 봉당, 거주 공간을 나눠 구획했다. 특히 건물의 실내이자 실외 공간 역할을 겸하는 봉당을 건물의 중심에 뒀다. 여름에는 개방하여 쾌적함을 도모하고 겨울에는 폴딩 도어를 닫아 방풍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장방형의 기존 골격을 토대로 현관과 주방을 잇는 회유 동선을 계획해, 쉽게 현관, 봉당, 주방을 서로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기존 집을 계승하면서도 살기 편한 쾌적한 가사 동선과 농촌주택과 어촌주택의 특징이 모두 반영된 목조주택이 새로이 태어났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전라남도 완도군
대지면적 : 1,603.10㎡(484.93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202.27㎡(61.18평)
연면적 : 196.80㎡(59.53평)
건폐율 : 12.62%
용적률 : 12.28%
최고높이 : 4.7m
주차대수 : 1대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벽 – 경량목구조 2×6 + 중목구조 / 지붕 –경량목구조 2×10 + 중목구조
외부마감재 : 세라믹사이딩 + 외단열 스터코
단열재 : 외벽 – 그라스울 R23 / 내벽 –그라스울 R19 / 바닥 – THK100 비드법보온판 / 지붕 –그라스울 R37
창호재 : 레하우 시스템창호 + 3중 로이유리 47mm
철물하드웨어 : ∅16mm 스테인리스 스틸 L앙카 + 중목 프리컷 접합 철물
에너지원 : LPG
구조설계(내진) : 우딘목재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감리 :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 044-866-8339 https://studio-elephants.com

지붕의 사선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입체적이고 멋스러운 실내. 목구조 특유의 형태와 질감이 실내에서도 느껴질 수 있도록 마감했다
방 옆의 거실 한편은 방으로 나누지 않으면서도 아늑한 느낌으로 안쪽에 들여서 구획해 거실과 방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했다.
코너 창 덕분에 채광, 환기, 조망이 용이한 방. 단아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도배 / 바닥 –이건마루 / 천장 – 자작합판 + 도배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비앤코 + 진테크비젼
주방·거실 가구·붙박이장 : 제작 가구
조명 : LED 3인치 7W 다운라이트 + T5 간접 조명
현관문 : 이글루도어 위 적삼목 취부
중문 : 우딘목재
방문 : 영림도어

(위, 아래) 마을의 자연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잘 어우러지는 주택.

more about : 하이브리드 목구조의 국산화

국내 목조 건축물은 크게 기둥·보 가구조 형태의 중목 방식과 북미식 벽식 형태의 경골 목구조 방식으로 나뉜다. 중목 방식은 공간의 구조적 변경과 형태 구현이 자유로운 대신, 단열 및 벽체 형성에 취약한 점이 있다. 반대로 경골 목구조는 단열 및 벽체 형성에 유리하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자유로운 공간감 형성 및 자연스러운 구조재 노출의 제약이 있다.

완도 주택에서는 중목 구조와 경골 목구조를 각각의 기능과 성격에 맞게 분리 및 결합하였다. 구조 프레임의 기본 기능 및 인테리어 요소로 중목 구조를 노출하고, 경골 목구조는 벽체로서 내진 및 단열에 치중하도록 했다. 지붕의 경우, 전통 한옥처럼 수직·수평재는 중목으로 처리하되, 사선 서까래 부재는 모두 북미식 경골 목구조로 하여 추가적인 중목 구조 없이 지붕 두께를 줄이고, 단열 성능을 높여 효율적인 기능 분배를 도모하였다.

국내 중목 프리컷 업체를 통해 중목 구조를 가공하고 설계함으로써 국산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상품으로서의 목조 주택 설계 및 시공을 시도하였다. 중목 구조의 기둥 ·보 사이즈에 맞추어 경골 목구조를 결합시키고 동시에 일부 목재를 노출시키기 위해 구조재의 규격도 함께 고려하였다.


이양재  |  사진 윤홍로  |  기획 오수현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1월호 / Vol.299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