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취득’ 길 열린 고려아연…MBK “정상가보다 높게 사면 배임”

최윤범(왼쪽부터)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제공

법원이 영풍 측이 낸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대한 지분 확보 전략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2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며 공개매수 기간(9월13일~10월4일) 동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고려아연은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대한 대응책을 본격적으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최윤범 회장 측이 확보해야 하는 지분을 최소 6% 수준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지난달 4000억원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으며, 이달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현금 등을 더하면 1주당 80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6%는 넘길 수 있지만, 수요가 얼마나 몰리지가 관건이다.

이 외에도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은 오는 21일까지 주당 3만원의 대항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MBK는 즉각 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수관계인으로 인정되지 않아 영풍 측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도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는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임이므로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에 대해 배임, 시세조정, 자본시장법상 별도매수 금지의무 위반, 대항공개매수 취지에 반함, 주주총회결의에 따른 이익잉여금 한도상 자기주식 취득 불가 등을 법적 리스크로 제시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