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폭염에 어류·가축 폐사 속출 '피해 급증 비상'

연일 폭염 탓에 경남지역 농어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수온으로 양식어류가 폐사하고 더위를 이기지 못한 가축도 죽고 있다.

거제·통영·고성지역 어가 50곳에서 조피볼락, 넙치 등 157만 8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통영지역 어가 38곳에서 조피볼락·숭어·말쥐치 등 122만 6000여 마리, 거제지역 어가 11곳에서 조피볼락·넙치·강도다리·볼락·말쥐치 33만 2000여 마리, 고성지역 어가 한 곳에서 넙치 2만여 마리 폐사 신고를 했다.

거제시는 19일 양식장을 찾아 고수온 어류 피해 예방을 당부하고 있다. /거제시

경남도는 19일 기준 어업피해액을 21억 원으로 추산하면서 수온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피해가 일정기간 지속하겠다고 내다봤다. 도내 해역 전역에는 고수온 경보가 발효됐고 평균 수온은 29.2다. 통영과 남해 일부 지역은 30도를 넘어섰다. 이번 양식어류 피해는 이례적으로 급격한 바다 수온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13일 냉수대가 소멸하면서 수온이 급상승하자 지난 주말부터 폐사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도 경남 해역에 7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55일간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돼 통영·거제·고성·남해·하동 등 경남 5개 시군 어가 322곳에서 양식어류 1400만 마리와 멍게가 대량 폐사했다. 경남지역 고수온 피해액은 200억 원이었다.

폭염 탓 가축 폐사 피해는 11만 마리를 넘어섰다. 20일 기준 16개 시군이 집계한 피해 가축은 총 11만 6965마리다. 메추리·닭·오리 등 가금류가 90% 이상을 차지했다. 메추리 6만 500마리, 닭 4만 804마리, 오리 5808마리, 돼지 9853마리다. 지난해 폭염 피해 가축 총 7만 9058마리(메추리 4만 9000여 마리, 닭 1만 9000여 마리, 오리 1000여 마리, 돼지 8800여 마리)를 앞선 것으로 앞으로 더위가 이어진다고 예보돼 축산 농가가 긴장하고 있다. 도는 시군 생산자단체·농협 등으로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는 법, 가축 음수 관리 요령 등 폭염 대비 가축 사양관리 지침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차광막, 환풍기, 물뿌리개, 단열효과가 있는 특수페인트 등 농가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남 전 해역에 고수온 경보가 발효된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경남도농업기술원은 단위면적당 사육두수를 평시보다 10~20% 줄여 축사 내 온도상승을 줄이고, 사료는 조금씩 자주 급여할 것을 권했다.

이 같은 폭염 피해는 경남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국 곳곳에서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경북지역도 고수온 탓에 8일부터 19일까지 양식장 23곳에서 55만 5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피해 추정액은 4억 2000만 원이다. 전남지역도 18개 어가에서 29만 3000여 마리가 폐사해 5억 4000만 원 피해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는 6월 11일부터 8월 19일까지 양식 218만 1000마리, 가축 94만 9000마리(가금류 89만 3000마리, 돼지 5만 6000마리)가 가축재해보험 피해 신고로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뜨거운 바다 위 물고기 '둥둥' 양식어민 한숨

통영·거제지역 수온 30도 육박
"마땅히 대처할 방법도 없어"

20일 통영·거제 가두리양식업계는 이번 주부터 고수온 피해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고수온 피해 특성상 어류들이 서서히 폐사해 물 위로 떠오르는 만큼 28도 이상 고수온이 지속되면 떼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태풍이 예고되면서 고수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긴장하고 있다.

거제시 일운면에서 조피볼락·참돔·감성돔·농어 등 8개 어종을 양식하는 정운학(42) 씨는 "조피볼락과 쥐치 등 고수온에 약한 어종부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난해까지는 28도 이상은 오르지 않았는데 올해는 30도까지 나오니까 피해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큰 피해가 없기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통영시 산양읍에서 참돔·조피볼락 등을 양식하는 김성호(59) 씨는 "지난주부터 수온이 급격히 오르더니 하루 이틀 만에 완전히 바다 상황이 바뀌었다"며 "엊그제부터 조금씩 고수온 피해가 발생했는데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폐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윤수(57) 경남어류양식협회 회장은 "욕지도는 수온이 29~30도에 육박하니까 가두리 한 망에 전량 폐사가 보고되고 있다"면서 "고수온은 고기가 쉬엄쉬엄 죽어나오니까 한 달 넘게 피해가 이어져 피해 조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어민들이 한 달 전부터 먹이를 주지 않고, 조기 출하 등 고수온에 대비해왔지만 지금으로서는 마땅히 대처할 방법도 없다"면서 "어류 사체를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오지만 손을 쓸 수 없으니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태풍 영향으로 비가 온다고 해서 바다 수온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라면서 "태풍으로 바닷물이 뒤집히면서 고수온이 섞여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통영시는 21일부터 공식적인 고수온 피해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송무원 통영시어업진흥과장은 "19일까지 44건 이상 피해 보고가 접수됐지만, 대량 폐사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 조사를 시작해 공식 피해집계 자료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봉화 기자

산청군이 지난 13일 축산분야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일제 점검을 하고 있다. /산청군

선풍기 틀고 물 뿌려도 '헉헉' 축산농가 시름

축사내온도 낮추려 '안간힘'
유지비·노동강도 쌓여 피로감

불볕더위에 경남지역 축산농가 시름이 깊다. 폭염 피해를 막으려는 시도에도 폐사 가축이 늘고 있으며 유지비 부담과 노동 강도까지 더해 피로가 쌓인다.

14개 양계농가에서 닭 57만 40000여 마리를 키우는 양산지역은 불볕더위에 축사 내 온도를 낮추려는 시도로 분주하다. 24시간 대형선풍기를 틀고 지붕 위에는 스프링클러를 가동하고 있다. 또 종합영양과 면역 강화 선분이 들어간 약품을 닭에게 투입한다. 하지만 농가마다 많게는 하루 200여 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전기료 등 유지비 부담과 농가 노동자 피로 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양계농가 관계자는 "닭들이 지쳐 평소보다 알 크기도 작아 생산품질을 유지하기도 벅차다"며 "태풍이 지나가고 나서도 당분간 더위가 이어진다는 소식에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거창군 가축피해는 20일 현재 7건으로 확인됐다. 오리 1000여 마리를 비롯해 닭 200여 마리, 돼지 10여 마리가 폐사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농가에서는 매일 악전고투가 벌어진다. 거창한우협회는 무더위에 축사 벽과 지붕까지 걷어낸 곳이 많다고 했다. 대형 선풍기는 물론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 축사 온도를 낮추고 있다. 거창양돈협회는 집단 폐사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더위를 못 이긴 개체가 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계 농가는 환풍기를 가동과 스프링클러 장치로 무더위에 대응하고 있다.

거창군 관계자는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환기와 통풍, 충분한 급수 등을 지도하고 있다"며 "가축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지역 축산 피해 신고는 20일 현재 53건(피해액 3억 2800만 원)으로 확인됐다. 폭염 피해 53건은 돼지 2500여 마리, 닭 2500여 마리 등 가축 총 5000여 마리가 폐사한 상태를 집계한 것이다.

김해시는 가축 피해가 발생할 때 보상받을 수 있는 가축재해보험 가입을 돕고자 올해 예산 1억 9100만 원을 편성했다.

/이현희·김태섭·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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