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현장의 혁신, ‘슈퍼콘크리트’ 개발자 인터뷰
근대적인 콘크리트가 등장한 이후로 건축환경은 그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슈퍼콘크리트로 인해 펼쳐질 예정이다. 슈퍼콘크리트의 개발부터 현재, 미래까지 슈퍼콘크리트 개발자, 고경택 박사에게 들어본다.
우리나라 기술 개발의 요람, 한국기술연구원. 복잡한 기술만큼 다양한 건물을 지나 도착한 고경태 박사의 연구실은 그간의 연구의 지난함을 짐작할 수 있는 각종 자료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그는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첨단을 만들어나가는 필수재료인 슈퍼콘크리트를 탄생시켰다. 슈퍼콘크리트가 만드는 길과 건물은 반듯하고 아름답지만, 그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INTERVIEW
고경택 공학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 남북한인프라특별위원회 위원장

슈퍼콘크리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배경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일반 콘크리트 이야기를 해보자. 콘크리트는 여러 가지 재료를 배합한 건축 자재다.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재료들이 섞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크게 자갈, 모래, 시멘트, 물, 이 네 가지가 섞여 콘크리트라는 자재가 된다. 레미콘이라는 말도 쓰는데, 이는 ‘Ready Mixed Concrete’의 줄임말로,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도록 미리 적절하게 섞어놓은 콘크리트를 의미한다.
콘크리트는 단독으로도 쓰이지만, 보통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철근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콘크리트가 누르는 힘에는 무척 강하지만, 당기는 힘에는 상대적으로 약한데, 이를 철근이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철근은 콘크리트와 수축팽창률이 거의 같아 안정성이 높은데, 이 조합은 그래서 현대 건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한편, 굳은 콘크리트는 표면상으로는 무척 단단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 안에는 공극(孔隙)이라 부르는 ‘틈’이 있다. 이 공극은 콘크리트 안에 생각보다 많은데, 전체 부피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그래서 콘크리트를 다공질 재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많은 공극은 그 자체로 콘크리트의 압축강도를 저하할 뿐 아니라, 방수성능이 떨어지는 부위에 수분이 닿으면, 공극을 통해 수분이 침투해 철근과 콘크리트를 부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구조성능과 건축물 수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공극을 줄이는 것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겠다
맞다. 슈퍼콘크리트 또한 이 공극을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우선 나노 단위의 미세한 재료들을 사용해 공극을 메꾼다. 그러면 시멘트와 모래, 자갈 사이에 계면이 발생하는데, 이 계면을 충전재라는 소재로 메꿔준다. 다만, 이때 레미콘이 아주 뻑뻑해지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때 특수한 혼화제 등을 넣어 작업하기 쉽도록 부드럽게 해 완성한다.
여기까지는 공극을 줄여 압축강도를 높이는 부분이었고, 이 이후에는 인장강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통상적이라면 철근을 넣어 이를 보완하겠지만, 슈퍼콘크리트에서는 흙집에 볏짚을 넣듯, 강(鋼)섬유를 넣는다. 강섬유는 과거에도 종종 활용하려고 했지만, 강섬유의 뭉침 현상이 나타나 대중화되기 어려웠는데, 우리가 슈퍼콘크리트를 개발하면서 이를 해결하기도 했다. 물론, 슈퍼콘크리트도 구조물 형태에 따라서는 철근이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기존에 필요했던 철근의 양을 대략 30~50%는 줄일 수 있다.

슈퍼콘크리트는 기존 레미콘처럼 건축현장으로 연결되는 공급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나
슈퍼콘크리트는 고강도고 특수한 재료를 많이 넣다보니 초창기에는 대중화에 조금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우리 기업이 교량을 만들 때, 처음에는 우리 배합대로 만든 레미콘에 나머지 재료를 레미콘 트럭에 넣어서 섞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잘 안되었지만,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족스런 수준을 얻어낼 수 있었다. 해외의 고강도 콘크리트 제품도 비슷한 기술이 있는데, 우리는 더 간단하고 빠른 시간 내에 해내서 신용을 적잖게 얻기도 했다.
미국 다음에는 미얀마에서도 도전해봤다. 역시 교량을 만드는 현장이었는데, 기반 시설은 미국보다 더 빈약했다. 여기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레미콘 트럭에 모든 재료를 넣고 섞어서 만들었다. 이렇게 점차 경험이 쌓이면서 울릉도 같은 도서지역에서도 문제없이 슈퍼콘크리트를 사용했고, 춘천대교 현장에서는 자체 플랜트를 만들어 대량을 적용하기도 했다.
시공 과정에서는 슈퍼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와 차이가 없나
현장에서의 사용성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슈퍼콘크리트는 셀프레벨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가능한 다짐 작업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했다. 울릉도 힐링스테이의 경우 만약 레미콘 상태가 ‘뻑뻑’했다면 그 곡면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만큼 유동성이 좋다 보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거푸집이 허술하면 자칫하다간 일반 콘크리트보다 거푸집이 터질 가능성이 조금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주 특이한 것까지는 아니고 동바리나 거푸집을 꼼꼼하게 잘 설치해야 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고강도 콘크리트는 화재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이는 공극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콘크리트에 포함되는 공극에는 조금씩 수분이 남아있는데, 화재 때는 이 수분이 끓고 팽창해 콘크리트의 인장강도를 넘기면 폭발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우리는 이를 콘크리트 강도별로 섬유를 넣어서 해결했다. 콘크리트 폭발 온도에 도달하기전 그 섬유가 녹고, 그 녹고 남은 틈으로 수분을 배출시키는 원리다. 우리 데이터로는 1,100℃까지 3시간 이상 버티는 것을 검증했다.

“프랑스 기술팀이 우리나라에서 슈퍼콘크리트를 활용하면서도
기술 보안을 이유로 모든 자재를 비밀에 붙이는 것에서 기술자로서 자존심이 상했다.”
그 외 시공측면에서 알아두어야 할 차이점이 있을까
무척 단단하다. 1층 양생 후에 2층 양생을 위해 구조체에 거푸집을 못질해 설치할 때, 워낙 고밀도여서 못이 잘 들어가지 않아 고생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꽤 많았다. 거푸집뿐만 아니라 구조체에 화스너 등 고정을 해야 하는 공정이 필요하다면 이를 감안해야 하겠다. 그리고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미장이 까다롭다. 일반 콘크리트의 경우는 공극이 많아 미장이 소위 잘 ‘먹는’데, 슈퍼콘크리트의 경우 치밀해서 그렇게 하면 잘 달라붙지 않는다. 꼬박꼬박 프라이머를 다 바르고 초벌, 재벌 미장을 해야 원하는 품질을 얻을 수 있다.
슈퍼콘크리트를 개발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우리 연구원의 사정이었다. 예전에는 자체 사업을 1인당 1백만원씩 줘서 해보고 싶은 과제를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기관평가 제도가 생기면서 ‘내세울 만한 것’이 필요해졌다. 여러 연구원에서 공모가 이뤄졌고, 우리 부서에서는 ‘200년 가는 교량’을 프로젝트로 잡았다. FRP라던가 다른 여러 고강도 자재를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한-프랑스 수교 100주년 기념으로 선유도 보도교를 프랑스 기술진에 의해 만들었는데, 그게 고강도 콘크리트로 지어진 것이었다. 당시 고강도 콘크리트는 세계적으로 드문 기술이었기에 프랑스 기술진들은 우리에게도 많은 자랑을 했다. 그 자랑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모든 재료를 다 프랑스에서 공수해서 작업했고, 남은 자재도 모조리 챙겨 돌아갔다. 기술 정보가 새어나갈 것을 우려한 행동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 뒤로 1년 정도 연구해 똑같은 것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가격이 비쌌다. 프랑스 콘크리트가 ㎥당 450만원쯤 했는데, 우리 슈퍼콘크리트가 300만원 정도 나왔다. 프랑스보다는 저렴하지만, 일반 콘크리트가 3~5만원 하던 시절이었다.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춰 다시 연구했다.

가격을 낮추는 것과 함께 무근 기준 수축률을 줄이는 방향, 그리고 다양한 현장 여건에 맞춰 믹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덕분에 연구원 내에서 대표 과제로 꼽히는 등 많은 영예를 안기도 했다. 울릉도 힐링스테이나 춘천대교는 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서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슈퍼콘크리트건설의 김경원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시공사와 소재 연구자의 만남은 익숙한 일은 아닐 것 같다
2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개발한 슈퍼 콘크리트를 유튜브애서 우연히 접하고 이거에 꽂혔다며 연락이 왔다. 일반 건축에는 흔치 않고 가격이 높은 자재를 주택과 성당에 쓰겠다는 것이 의아했었다. 그러나 금방 그의 진심을 알았고, 이제는 믿고 맡기는, 연구자와 구현자의 관계가 되었다. 현장에서 생기는 의문이나 아이디어를 받아 소재의 개선도 진행하는 등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슈퍼콘크리트 사례를 찾다 보니 주택 사례는 많지 않았다. 왜 그런가
보통 슈퍼콘크리트를 찾는 현장들은 교량이나 도로 등 대규모 토목공사인 경우가 많다. 슈퍼콘크리트는 적은 재료로도 더 높은 강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량의 두께를 줄일 수 있고, 더 얇은 벽체 두께로 동일한 구조 성능을 가질 수 있다. 주택과 같은 소규모 건축현장에서 슈퍼콘크리트를 찾는 경우는 지금까지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없는 것도 아니다. 울릉도에 지어진 한 리조트도 슈퍼콘크리트를 활용해 지어졌다. 다만, 재료량을 줄이더라도 슈퍼콘크리트 자체가 단가가 다소 높은 것이 문턱이 되고는 있다. 게다가 규정상 구조 성능에 기반해 벽체 두께가 정해지는 게 아니라, 벽체 두께 자체가 정해져 있다 보니 슈퍼콘크리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유인이 높지 않았다. 또한 슈퍼콘크리트가 100년, 500년 가는 구조성능을 가진다 해도 그게 건축주에게 당장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콘크리트건설은 왜 슈퍼콘크리트를 활용하려 하나
‘튼튼한 집’을 지어 대중에 보급하려는 것이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전략이라고 알고 있다. 요즘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지어진 지 30~40년 된 1기 신도시 아파트를 대규모 재건축한다는 소식이다. 이 수많은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다면 거기에서 나오는 건축 폐기물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을 것이다. 이미 지어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새로 짓는 건축물을 슈퍼콘크리트를 활용해 짓는다면 기존 건축물보다 더 오래 건축 성능을 유지할 것이고 그만큼 건축 폐기물 발생을 줄일 것이다. 그리고 강력한 내진 성능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에 완전히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경주나 포항에서의 지진은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도 내진 성능의 중요성을 알려준 사례다. 슈퍼콘크리트의 높은 압축강도, 인장강도를 바탕으로 한 건축물의 내진 성능은 안전한 주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건축물 디자인에 있어서 더 높은 자유도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슈퍼콘크리트를 주택에 쓰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철근콘크리트로는 어려운 더 넓은 캔틸레버, 더 넓은 경간, 유려한 곡선 등 건축주의 로망과 건축가의 철학을 슈퍼콘크리트가 도와줄 것이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에는 법적인 규정이 있지 않나. 슈퍼콘크리트는 이를 다 충족할 수 있나
사실 그게 슈퍼콘크리트가 풀어가야 할 가장 큰 난제다. 20여년의 연구 기간과 수년의 개발 과정을 거치며 슈퍼콘크리트도 어느 정도 순항 고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법적 규정이 그에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건축물 설계 기준을 성능 기준이 아닌, 철근 개수나 벽체 두께 등 재료를 얼마나 썼는지를 가지고 측정하기 때문이다. 슈퍼콘크리트는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재료를 덜 써서 확보할 수 있는 경제성이 있는데, 이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아쉬운 상황이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한 접근도 서두르고 있어서 향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빔하우스의 경우에는 아예 기존 규정에 맞춰 슈퍼콘크리트를 쓰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건축하면 비용은 조금 더 높아지겠지만, 그 이상의 건축물 구조성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60년, 100년 가는 건축물이 허황된 바람이 아닌 것이다.


슈퍼콘크리트,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계산을 해보니까 동일한 크기와 재료량으로 단순히 골조만 따졌을 때 약 2.5배 정도다. 그런데 동일 ‘구조 성능’을 기반으로 계산하면 거칠게는 철근콘크리트 단면을 30% 정도, 철근량을 50% 정도 줄이는 게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그런 만큼 전체 비용으로는 생각보다 큰 차이는 아니다. 반면, 동일 크기와 재료량을 산정한다면 비용은 다소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훨씬 우수한 구조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슈퍼콘크리트 특유의 고밀도는 누수에 대한 우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공극이 적은 만큼 미려한 노출콘크리트에도 유리하다. 사후 관리에서도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출콘크리트는 마감재 비용에 있어 유리하니 노출콘크리트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슈퍼콘크리트는 탄소중립이 화두인 시대에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같은 성능의 구조체를 만드는데 더 적은 자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시멘트는 1톤 생산하는데 0.7~1톤, 철근은 1톤당 약 2톤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탄소 배출량 자체도 줄어들고는 있지만, 애초에 자재를 적게 쓰는 것도 탄소 배출량 감소에 도움이 된다. 동일한 양의 자재를 쓴다고 해도 높은 구조체 성능으로 인한 건축물 수명의 증가(건축 폐기물 감소)로 인해 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슈퍼콘크리트의 활약이나 개발 방향은
건축이나 토목,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지금도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많은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게끔 연구를 진척시키고자 한다. 건축에 한정한다면 레미콘은 작업 시간이 한정되어있고 하다 보니 작업에 애를 먹을 때가 있는데, 거푸집을 슈퍼콘크리트로 만들어서 그 안에 다른 콘크리트를 채우는 식으로 일정 부분을 프리캐스트로 만들어서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보고 있다. 그런데 그러려면 연결 부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이런 쪽에서 연구를 이어가려고 한다. 또 모듈러 공법에서도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이동 설치가 간편해야 한다. 슈퍼콘크리트는 기존 콘크리트 대비 두께와 무게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생산과 이동, 조립, 설치에 더욱 유리하다. 이외에도 슈퍼콘크리트가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겠다.
취재협조_ 슈퍼콘크리트건설 070-4001-5412
구성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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