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한 남편이 언제부턴가 매일 저녁 베란다에 나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와 통화하느냐고 물어도 남편은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만 했습니다.괜한 의심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던 어느 날, 통화 상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매일 저녁 베란다로 나가는 남편
남편은 저녁을 먹고 나면 휴대전화를 들고 조용히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통화는 길지 않았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이어졌습니다. 문틈으로 들리는 남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부드러웠습니다.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을 피하니 서운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았지만 처음으로 남편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통화 상대
어느 날 남편이 깜빡 잊고 휴대전화를 식탁에 두고 나갔습니다. 마침 전화가 울려 화면을 보니 큰누나라는 이름이 떠 있었습니다. 전화를 받아 보니 시골에서 홀로 지내시는 시누이였습니다. 남편은 혼자 지내는 누나가 적적할까 봐 매일 저녁 전화를 드려 왔던 것이었습니다. 혹시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남편에게 건넨 한마디
그날 저녁 남편에게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남편은 당신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의심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다음 날부터는 남편 옆에 앉아 함께 시누이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짧은 통화였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웃음소리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부부 사이에도 서로를 배려하느라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섣부른 오해보다 차분하게 마음을 묻는 대화가 필요합니다.오늘은 배우자에게 요즘 마음 쓰이는 일이 없는지 먼저 물어보시면 어떨까요. 그 물음 하나가 서로의 짐을 나누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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