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고 연봉 맞춰줄게"…삼성·SK엔지니어 눈독 들이는 마이크론, 왜?

한지연 기자 2024. 11.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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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_반도체-인재전쟁-삽화/그래픽=임종철

#SK하이닉스의 한 엔지니어는 최근 마이크론테크놀로지로부터 대만 팹 이직 제안을 받았다. 전문 헤드헌터는 패키징 직무를 제안했고,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다고 답하자 잡 포지션만 20개를 갖고 있으니 뭐든 맞춰줄 수 있단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글로벌 3위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이 최근 국내 메모리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지니어들에게 전방위적인 이직 제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 개인 메일과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인 '링크드인' 메시지 등으로 은밀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주로 찾는 인력은 고대역폭메모리(HBM)설계와 공정 R&D(연구개발), 극자외선(EUV)노광장비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들이다. 근무처는 대만의 린커우와 타이중 팹이다.

이직 제안 연락을 받은 엔지니어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기존 연봉에 성과급을 포함한 원천징수 기준 10~20% 가량 금액을 인상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대만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주겠다는 의미다. 이는 최저 기준치일 뿐, 한국 엔지니어들이 원하는 처우와 복지 사항을 비롯해 주거지 제공까지 최대한 맞춰주겠다고 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3위 기업으로 매출과 생산능력, 이에 따른 글로벌 점유율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를 제치고 SK하이닉스에 이어 두번째로 엔비디아에 HBM3E 8단을 공급하며 HBM 시장 공략 속도를 올리고 있다. 마이크론의 팹은 대만과 싱가포르 등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고, 근무 인력 역시 전체의 약 80%가 몰려있다. 특히 대만은 최대 D램 생산기지로, HBM도 여기서 생산된다. 마이크론이 HBM 시장에 주력하며 대만 팹 투자 확대와 인력 확충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메모리 선두 국가인 한국의 엔지니어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영입전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달리 EUV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2022년 말에서야 대만 팹에만 최초로 EUV를 도입했다. EUV는 과거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주로 쓰였지만, 요즘엔 메모리 분야에서도 초미세 공정 경쟁이 심화하며 첨단 반도체에 EUV를 쓰고 있다. EUV 장비를 활용하면 HBM 공정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 HBM에 더해 EUV 경험이 풍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지니어들을 노리는 배경이다.

마이크론은 앞서 지난 8월엔 대만의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AUO의 공장 2곳을 인수해 HBM을 만들 클린룸을 확보했다. 또 향후 1년 간 2000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해 기존 대만 팹 인력을 크게 늘리겠단 계획도 지난달 밝혔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마이크론만이 아니고 전세계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지니어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을 것"이라며 "전세계가 숙련된 엔지니어가 부족한 상황이니 (인재 전쟁 심화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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