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익 공유론에 담긴 위험한 논리 [여기는 논설실]

이심기 2026. 5. 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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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익의 사회적 공유, 상생과는 다른 문제
삼성반도체 2023년 15조 손실은 누가 부담했나
초과이익 공유, 손실은 기업 부담…형평성에 위배
영업이익 중 비용을 제외한 '잔여' 처분권은 주주 몫
사회적 공유 한다면, 그 역시 주주의 결정 돼야
백가쟁명식 삼성 이익 나누기 해법 분출
경제의 '파이' 키우기 논의는 뒷전이 본질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과이익을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 올해만 300조원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증권사 컨센서스 기준)은 정부와 지역사회, 협력업체가 지원한 결과라는 게 근거다. 삼성의 이익이 삼성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되며, 사회와 상생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논리다.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하면 일부를 협력업체와 나누는 초과이익 공유제를 반도체 업종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에서부터 삼성의 이익에서 사회적 연대기금을 떼내 지역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자는 급진적인 방안도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은 무엇보다 기업 이익의 처분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해 기존에 합의된 '선'을 넘는다. 국가적 지원을 받았으니 이익을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논리부터 따져보자. 반도체 특별법, 세액공제, 도로와 전력, 용수 등 공공 인프라와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삼성이 성장했으니 과실을 나눠야 한다는 게 핵심 논거다. 협력업체와 이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 경제의 근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상이다. 반도체산업이 공공 인프라와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과 기업의 초과이익을 사회 몫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반도체산업 지원은 특정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정부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이익의 일부를 내놓아야 한다면 그 반대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23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원의 적자를 냈다. 당시 정부나 금융기관, 협력업체가 손실을 분담했는가. 기업이 낸 초과이익은 공유하고, 손실 분담은 기업에만 고스란히 지우는 구조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농업 보조금을 받은 농가도, 정책 금융을 받은 중소기업도 초과 이익을 내면 사회에 내놓아야 하는가.

기업은 이미 세금과 일자리 창출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300조원의 영업이익을 낸다면 법인세로 내는 돈만 약 75조원(법인세율 25% 기준)에 달한다. 이 중 10%는 지방법인세로 평택 화성 용인 사업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뿌려진다. 임직원의 성과급의 상당 부분은 근로소득세로 나라살림을 살찌운다. 공공 지원의 정당성은 세금을 통해 이미 환수되고 있다. 그것도 각종 세액 공제 등 정부의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 비용보다 훨씬 큰 액수다.

협력업체 역시 삼성과의 거래 및 계약에 따른 성과를 받는다. 삼성의 호황이 협력업체가 일방적으로 희생한 결과라면 계약 구조를 점검해 납품단가 조정과 장기계약 보장 등을 통해 보완하면 된다. 올해 삼성의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자금만 110조원이 넘는다. 굳이 '낙수 효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돈이 첨단 공장 건설과 장비 구입, 물류 등을 통해 아래로 흐른다.

무엇보다 기업이 낸 초과이익의 처분권은 주주에게 있다. 세금과 대출금, 협력업체 거래대금, 인건비 등을 모두 지급하고 남는 ‘잔여’는 주주의 몫이다. 그동안 반도체 적자를 견뎌내고, 손실 부담을 고스란히 진 주주의 권리이기도 하다. ‘사회적 공유’를 해야 한다면, 그 결정 역시 주주의 몫이다. 공정성을 명분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위험을 감수한 자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다.

사진=최혁 기자


 삼성 노조도 자신들의 요구가 얼마나 정당한지 자문해야 한다. 삼성의 이익의 ‘사회적 공유’ 목소리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서 비롯됐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명문화하고, 상한선을 없애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가 사회적 이슈로 커지자 사회연대론까지 이슈가 확장된 것이다. 급기야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한 사회적 중재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지금의 초과이익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오래 축적된 기술경쟁의 결과다. 삼성 노조가 파업이라는 힘으로 집단 이익을 관철시킬 때가 아니다. 반도체는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장치산업이다. 초과이익은 성과급 잔치나 사회적 배분이 아니라 초격차 투자로 환원돼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공익’이다.

반도체 초과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 사회적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정작 중요한 ‘제 2의 삼성’을 어떻게 키우고, 경제의 파이를 키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것이 삼성 이익의 사회적 공유론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이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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