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정류장서 1시간"…입석금지가 부른 출퇴근 '고생길'
지난주부터 일부 광역버스에선 서서 타는 게 안됩니다. 안전에 대한 우려로 '입석 승객'을 없앤 건데요, 좌석이 꽉 차면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는 버스들이 많아지면서 지각하는 시민들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고생길'이 된 출퇴근길을 따라가봤습니다.
[기자]
정류장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버스는 도착도 안 했는데 탈 수 있는 자리가 없단 표시가 나옵니다.
지금 제 옆으로 7770번 버스가 그냥 지나갔습니다.
입석이 금지된 상태인데 남은 좌석이 없기 때문인데요.
지금 다른 7770번 버스들도 잔여 좌석이 0석으로 나와서 승객이 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최창유/경기 수원시 조원동 : 그 전엔 그래도 6시 50분에 나오면 서서라도 갈 수는 있었거든요. 지금은 못 타면 7시 반은 그냥 넘어갈 때도 있어서.]
[민현/경기 수원시 조원동 : 여기가 끝이에요. 걸어왔거든요. 저 운동장 쪽으로 가도 좌석이 없어요.]
오늘 힘들게 겨우 버스를 탔는데 내일은 조금 더 쉽게 탈 수 없을까요.
모바일 앱을 활용하면 버스 좌석을 사전에 예약할 수 있습니다.
23일에는 잔여 좌석이 없는 걸로 나오고요. 24일도, 25일도 없습니다.
심지어 다음 주 월요일까지 잔여 좌석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버스를 미리 나가서 한참 전에 기다려서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퇴근길도 험난합니다.
[이윤서/경기 군포시 산본동 : 제가 사는 데는 지하철로 여기 오갈 수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해서 이직을 해야 하나, 퇴사를 해야 하나. 어제 잠깐 고민할 정도로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만석 버스 7대를 그대로 보내고, 1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차에 올랐습니다.
지금 시각, 저녁 8시 47분입니다.
밤 9시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한창 퇴근을 많이 하는 시간은 지났는데요.
지금도 이렇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변창수/경기 화성시 새솔동 : 어머니 집으로 평일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들하고 보낼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요.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광역버스에 입석 승객을 태우는 건 이미 도로교통법으로 금지돼 있었습니다.
그동안 잘 지켜지지 않다가 이태원 참사 이후 제대로 시행하게 됐습니다.
[김용진/광역버스 기사 : 브레이크를 잡으면 사람들이 휴대전화만 보고 있으니까 앞으로 그냥 다 쏠려버려요.]
시민들은 "안전한 출퇴근길을 만들겠단 취지는 좋지만,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한 것 아니나"고 지적합니다.
[김광섭/경기 안양시 부림동 : 앞으로 문화를 개선해나가야겠단 건 이해를 하는데, 증차가 되고 나서 그다음에 진행이 됐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정부와 지자체는 내년 초까지 버스를 빨리 늘려보겠다고 했지만, 버스와 버스 기사 모두 부족해 문제가 언제 해결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1시간, 1시간 30분. 이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위험한 출퇴근길을 원하는 시민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불편함을 견뎌야만 한다면, 제도의 취지마저 바랠 수 있지 않을까요.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박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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