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이정엽 현대로템 부사장은 지난 2002년 입사해 24년째 재직해왔다. 2016년 방산연구실장(이사대우)을 맡았고 방산기술연구소장(2019년), 방산영업실장(2020년) 등을 거쳐 방산사업본부장에 올랐다.
그의 이력은 방산부문에 집중돼 있다. 입사 이후 14년여간 연구개발(R&D) 실무를 담당했고 나머지 10년은 K2전차 양산 및 수출, 미래형 복합무기체계 개발에 집중했다. 엔지니어 출신의 C레벨인 만큼 미래 먹거리 개발 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폴란드 K2 수출, 현업서 조율
현대로템의 행보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K2전차 폴란드 수출'이다. 당시 이 부사장은 폴란드 현지 기업들과의 방산 협력, 생산방식 협상, 수출모델 선정 등의 업무를 조율했다. 그가 방산영업실장(상무)이었던 시점에 현지맞춤형 전차가 제안됐고 디펜스솔루션사업부장(전무)으로 승진한 2022년에 계약이 체결됐다.
당시 체결된 폴란드 1차 계약은 현대로템의 단일 수출 사상 최대 규모였다. K2전차 1000대 수출을 약속받았고, 1차 납품분은 180대였다. 금액으로는 4조5000억원에 달한다.
폴란드 수출로 현대로템의 기업가치와 재무건전성은 크게 제고됐다. 폴란드 계약 전인 2021년과 지난해 말 매출 및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80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161.8% 급증했고 매출은 2조8725억원에서 3조5874억원으로 24.9% 늘었다. 또 30%를 웃돌던 차입금의존도는 2022년 24%, 2023년 11%, 지난해 3분기 7%로 떨어졌다. 방산부문의 높은 수익률로 철도부문의 부진을 메웠다.
폴란드 2차 계약 '협상중'…차기 과제 '미래형 무기' 개발
이 부사장의 다음 과제는 K2전차의 폴란드 2차 수출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또 차기 전차 개발, 미래 전장 구성 및 무기체계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
방산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폴란드 육군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K2PL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외형은 기존 K2전차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능동방어시스템(APS) △360도 전장상황인식장치 △레이저경보장치(LWS)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의 방어 시스템을 장착해 생존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다만 각종 요구체계가 더해지면서 납품가격이 상승했다. 이는 현지 협력사들과의 가격협상에서 쟁점이 됐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말 체결될 것으로 예상됐던 폴란드 2차 계약은 해를 넘겼다.
차기 전차 개발, 미래 전장 구성 및 무기체계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 긍정적인 점은 이 부사장이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것이다. 미래 전장 및 기술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높은 만큼 적극적인 R&D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대로템이 미래형 전장에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그가 방산연구실장이었던 시기와 겹친다. 그는 당시 여러 세미나에 참가해 "미래 국방 기술은 핵심 기술을 융합하는 것이다. 로봇, 생물학, 사물인터넷(IoT) 등 여러 기술을 융합해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 △AI 무기체계 △웨어러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센서 개발, 국산화, 품질 안정성, 가성비 확보 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것이 그의 과제다.
김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