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집 5개 깜짝, 매일 울었어요"…교사·교육행정직 부부, 다섯쌍둥이 출산 이유

김광태 2024. 9. 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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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은 20일 낮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의 '오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아이들의 부모가 촬영한 만삭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은 20일 낮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의 '오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오둥이의 초음파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쌍둥이 아빠 김준영(31)씨는 "처음에 다섯쌍둥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기집(임신 때 수정란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태낭)을 보고 첫 2주간 아내와 둘이서 맨날 울었다"며 다섯쌍둥이를 확인한 날을 회상했다. 국내 다섯쌍둥이 출산 소식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김 씨는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교직에 있으니 아이들을 좋아하고, 자녀 계획을 세우는 데 영향이 있긴 했다"면서도 "자녀 한두명을 생각했었는데 다섯을 가질 줄은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 동두천 지역 고등학교 교사인 김씨와 경기 양주의 한 학교에서 교육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사공혜란(30)씨 사이에서는 지난 20일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이 순서대로 태어났다.

김씨와 사공씨 아기들처럼 자연임신으로 생겨 건강하게 태어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최초다. 사공씨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진단받고 치료와 임신 준비를 위해 배란유도제를 맞았는데, 첫 치료 이후 바로 다섯쌍둥이가 생겼다.

김씨와 사공씨는 다른 대학 소속으로 연합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만났다. 2016년부터 7년간 교제해 지난해 10월 웨딩마치를 울렸다. 임신 준비에 오래 걸린 편은 아니어서 다행스러웠지만, 한 번에 다섯명의 아기가 생길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임신을 확인한 것은 뱃속 아기들이 5∼6주 차쯤 됐을 무렵인 4월쯤이었다. 김씨는 아기집 5개를 확인했을 당시 심정을 묻는 말에 당황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는 "교직에 있으니 아이들을 좋아하고, 자녀 계획을 세우는 데 영향이 있긴 했다"면서도 "자녀 한두명을 생각했었는데 다섯을 가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기집을 보고) 첫 2주간 둘이서 맨날 울었다"며 "다섯쌍둥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공의 파업 때문에 병원 진료가 힘들다는 병원이 많아서 다섯쌍둥이를 돌볼 수 있는 병원을 빨리 찾아야 했다"며 "(다태아 분만 권위자인) 전종관 교수님이 서울대병원에서 이대 목동 병원으로 옮기셨다길래 바로 그쪽으로 병원을 옮겨 진료를 봤다"고 했다.

김씨는 "전 교수님이 일단 선택적 유산이라는 선택지를 주지 않으셨다"며 "건강하지 않은 아기가 자연적으로 유산되는 것이 약을 쓰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하셨고, 아기들을 생각해서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산모의 안전을 위해 한 명을 유산한다고 하더라도 아기 네 명을 키우는 것인데, 네 명이나 다섯 명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전 교수님 진료를 받고 나서부터는 다섯쌍둥이를 받아들이고 무사히 아이들이 세상에 나오면 감사하다고 태도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내 사공씨의 체구는 작은 편이었다. 그런데 배가 불러오는 속도는 너무도 빨라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았다. 20주부터는 사실상 집에만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아내가 아기들을 품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들어 보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아기들은 27주를 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의 빛을 봤다. 보통 세 명 이상 다태아 평균 임신 기간은 28주여서 그렇게 임신 기간이 짧은 편은 아니지만, 아기들은 12월까지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한다.

김씨는 "다니고 있던 이대목동병원에 신생아 중환자실이 없어 서울성모병원으로 (분만 병원을) 옮겼다"며 "의료상의 이유로 분만 일자를 미루긴 어려워서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말했다. 아기들의 태명은 '팡팡레인저'. 멤버가 다섯명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에서 따왔다. 뱃속 태아 순서대로 그린, 블루, 옐로, 핑크, 레드로 이름을 붙여줬다.

이제 세상의 빛을 본 아기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줘야 하지만, 김씨는 "이름은 더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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