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쓰러진 벼 보고 있자니…농가 억장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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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벼를 보고 있자니 속이 문드러집니다. 일으켜 세우자니 일손이 없고 그대로 두자니 수발아가 될 테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19∼22일 이어진 폭우로 피해를 입은 벼농가들이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가들은 8월말 발생한 벼멸구가 피해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농식품부는 24일 벼멸구 피해를 입은 벼에 대해 농가가 희망하는 전량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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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멸구 피해 확산…수발아 걱정
추가 방제작업 농민 부담 가중
수확 아예 포기하는 곳도 속출
지자체 “농업재해로 인정해야”
“쓰러진 벼를 보고 있자니 속이 문드러집니다. 일으켜 세우자니 일손이 없고 그대로 두자니 수발아가 될 테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19∼22일 이어진 폭우로 피해를 입은 벼농가들이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시간당 최대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쏟아진 뒤라 논이 쉬이 마르지 않아 수확작업을 하지 못하는 와중인데 낮 기온이 30℃에 육박하면서 수발아 우려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수발아를 막으려면 벼를 일으켜 세워야 하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농촌 사정을 감안하면 언감생심이다.
신봉우 전남 고흥 흥양농협 팀장은 “지금 육안으론 괜찮아 보이지만 이 날씨라면 며칠 사이에 수발아가 확산될 것 같다”며 “워낙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수발아 우려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의 논 1만4082㏊(24일 기준)에서 침수와 벼 쓰러짐(도복) 피해가 발생했다.
농가들은 8월말 발생한 벼멸구가 피해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비가 워낙 많이 오기도 했지만 벼멸구로 약해진 벼가 더 쉽게 많이 쓰러졌다는 것이다.
전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당수의 논에서 두 피해가 동시에 발생했다”며 “벼멸구 피해가 벼 쓰러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도복 피해 논의 수확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농가들이 속출한다.
26만4462㎡(8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박장근씨(63·보성군 미력면)는 “논이 마를 때까진 수확할 수도 없고 수확해도 건질 게 별로 없을 것 같아 피해 입은 곳은 손을 놓아야 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
김순용 전북 순창 구림농협 조합장도 “벼멸구가 먹어치운 벼는 호우와 함께 완전히 쓰러져 수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콤바인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 내년 농사를 위해 벼를 태워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농가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선선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벼멸구 확산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추가 방제작업까지 하는 등 농가 부담이 이중·삼중으로 커졌다.
6만6115㎡(2만평)로 벼농사를 짓는 양인수씨(59·미력면)는 “아직 벼멸구가 발생하지 않은 논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로 방제에 나서고 있다”면서 “보통 한해 벼멸구 약을 2∼3회 정도 치는데 올해는 피해가 심해 6번이나 살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제비와 방제비가 두배 이상 들어간 상황에서 일부 논에 쓰러짐 피해까지 발생해 막막하다”고 한숨 쉬었다.
현장에서는 이번 피해로 쌀 품질이 저하돼 농가소득이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1만3223㎡(4000평) 벼농사를 짓는 안인숙씨(82·미력면)는 “벼멸구가 발생한 벼는 옮을까봐 사료용 볏짚으로도 사가지 않는다”며 “수확해도 남는 게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문균 보성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벼멸구와 쓰러짐이 동시에 발생한 곳은 수확하더라도 미질과 수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 방제와 수확에도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정부가 산지 폐기해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전남도와 순창군 등 지자체들은 벼멸구 피해가 폭염 등 이상기후로 생긴 것인 만큼 농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4일 벼멸구 피해를 입은 벼에 대해 농가가 희망하는 전량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성·고흥=장재혁, 순창=박철현 기자 jae hyu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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