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스태프의 ‘망측한’ 혹은 ‘변태 같은’ 훈련을 따라 했더니…

야다 선생을 어깨에 태운 무키 베츠. 일본 매체 ‘스포니치’의 이미지를 포스팅한 다저스 네이션의 SNS

배추 도사의 역전 스리런

이틀 전 토요일(28일) 경기다. LA시간으로는 금요일 밤이다. 다저스의 개막 2차전이다. D백스를 맞아 홈 게임을 치렀다.

초반은 밀렸다. 3회 초까지 0-2로 끌려간다.

이어진 말 공격이다. 알렉스 프리랜드가 신호탄을 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사 1, 2루의 기회가 계속된다.

타석에 배추 도사(무키 베츠, 32세)가 들어선다. 카운트 0-1에서 2구째다. 97마일짜리 패스트볼이 바깥쪽 높은 코스로 통한다. (9등분의) 3번 존이다.

공략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웬걸. 배트가 정확히 따라붙는다. 묵직한 스윙에 타이밍이 제대로 걸렸다. 타구는 우중간으로 뻗는다. 그리고는 곧 담장 밖으로 사라진다.

발사 각도 25도, 출구 속도 99.5마일(160km), 거리 388피트(119.2m)로 측정됐다. 역전 스리런 홈런이다. 최종 스코어 5-4 경기의 결승포로 기록된다.

관중석은 발칵 뒤집혔다. 엄청난 환호에 휩싸인다. 주인공은 포효한다. 순식간에 그라운드를 일주한다.

감격은 쉽게 식지 않는다. 벤치에서도 동료들의 격한 축하가 쏟아진다.

LA 다저스 공식 SNS

의문의 창 던지기 포즈

그런 와중이다. 내야수 맥스 먼시가 다가온다. 그리고 뭔가 야릇한 포즈를 취한다. 마치 창 던지기 비슷한 동작이다.

그러자 홈런 타자가 활짝 웃는다. 똑같은 동작으로 호응한다. 뒤에서 한 동료가 그걸 바라본다. 오타니 쇼헤이다. 힐끗 곁눈질 속에, 미소를 삼킨다.

이 장면을 놓칠 리 없다. SportsNet LA가 준비한 화면을 튼다. 경기 전 준비 장면이다. 외야에서 몸풀기하는 과정이다.

배추 도사의 손에 뭔가 들렸다. 마치 장난감 창 같다. 그걸 힘껏 던지며 ‘놀고(?)’ 있다.

그렇다. 훈련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아무도 그런 식으로 준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장난’ 혹은 ‘놀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기 후 기자들이 몰린다. 오랜만의 일이다. 결승포의 주역에게 마이크와 카메라가 집중된다.

기자들 “소감을 말해달라.”

배추 “기쁘다. 게임에 이겨서 좋고, 강한 타구가 나와서 더 기분이 남다르다.”

추가 질문이 나온다.

기자 “혹시 야다 방식이 영향을 미친 것인가?”

배추 “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반대 방향(우중간)으로 넘긴 것은 꽤 오랜만인 것 같다. 수비만이 아니라, 타격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문답 중에 등장한 낯선 용어가 있다. ‘야다 방식’이라는 말이다. 이게 그 수수께끼와 관련이 깊다. 먼시가 흉내 내고, 오타니가 힐끗거린 동작. 바로 ‘장난감 창 던지기’ 포즈 말이다.

홈런 친 뒤 창 던지기 포즈를 취하는 무키 베츠. SportsNet LA 중계화면

사이비, 사파처럼 보이는 존재

야다 오사무(矢田修)라는 인물이 있다. 올해 67세다. 다저스의 스태프 중 한 명이다.

젊은 시절 유도 선수였다고 알려졌다. 1980년대에 일본 오사카에 접골원을 개업했다. 이후 ‘키네틱(라틴어 Kinetic, 움직임) 포럼’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중장년층의 심신 수련을 위한 단체다.

표방하는 것은 동양의 신비로움이다. 대체 의학의 일종으로 보인다. 홈 페이지가 예사롭지 않다. 007과 비슷한 사진이 걸렸다. 머리말은 이런 게시글이다.

‘세상은 꿈인가, 생시인가, 환상인가 / 꿈에서 깨어난다→넘어간다 / 꿈속으로 빠진다→깊이를 찾다 / 나는 이노우에 요스이의 (대중가요) '꿈속으로'를 무척 좋아한다 / 현실을 받아들이고, 함께 꿈을 쫓아가자.’

말이 좋아 신비로움이다. 자칫 ‘사이비’ 혹은 ‘사파(邪派)’로 보인다. 그런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몇몇 문하생들 덕에 유명세를 탄다. 쓰쓰고 요시토모(피츠버그), 기타야마 고키(니폰햄),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등등의 정상급 야구 선수들이다. 육상, 탁구의 국가대표급도 키워냈다. 격투가 나스카와 텐신도 제자를 자처한다.

물론 가장 특출한 수련생은 따로 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27)다. 작년 월드시리즈의 MVP 말이다. 6차전 승리 투수에 이어, 7차전 마무리까지 책임졌다.

“어제(6차전) 던지고 완전히 탈진했다. 그런데 밤에 스승 님이 봐주시니 괜찮아졌다. 그리고 다음날(7차전) 정신을 차려 보니, 다시 마운드에 서 있더라.” 하는 소감이 소름 끼쳤다.

야다에게 수련 중인 무키 베츠. 일본 매체 ‘스포니치’의 이미지를 포스팅한 다저스 네이션의 SNS

요다로 불리는 신비한 스승

엄밀하게는 비정규직이다. 야마모토의 영입과 함께 LA행이 이뤄졌다.

야다의 직함은 경기력 강화 부문의 자문역(Performance Consultants)이다. 기간이나 급여는 알려진 게 없다. 대략 개인 트레이너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예전에 류현진이 김용일 씨와 함께 한 식이다.)

다저스 선수들이 붙여준 호칭이 따로 있다. ‘센세~(Sensei)’라고 부른다. 일본어 ‘선생님(先生)’이다. 야마모토는 야다를 ‘스승’이라고 칭한다. 거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 팬들은 다른 별명을 붙였다. ‘요다(Yoda)’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다이의 그랜드 마스터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비롭고, 대단한 존재로 추앙된다.

제자(야마모토)조차 이렇게 우러른다.
“평소에는 어디 계신 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불펜에만 들어가면, 어느 틈에 옆에 나타난다.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다. 그리고 동작을 세세하게 살피면서, 가장 적절하고 정확한 조언을 해 주신다.”

지켜보는 주변도 넋을 잃는다. 동료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의 목격담이다.

“진짜로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는 생각이었다. (훈련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그랬다. 그런데 그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야마(모토)가 이뤄낸 일들을 보면,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그도 그럴 법하다. 웨이트 트레이닝 따위는 질색이다. 대신 이상한 짓(?)을 많이 한다. 매트를 깔고 하루 종일 요가나 체조 비슷한 동작만 반복한다. 명상, 물구나무 서기, 물구나무 걷기, 백 스트레칭…. 같은 작업들이다.

공도 만지지 않는다. 대신 장난감 창(槍)을 가지고 논다. 멀리 던지기를 하며 자세와 리듬을 가다듬는다. 서구식, 최첨단 훈련법이 무색할 지경이다.

야다에게 수련 중인 무키 베츠. 일본 매체 ‘스포니치’의 이미지를 포스팅한 다저스 네이션의 SNS

제자를 자청한 배추 도사

이런 사파(邪派)에 매료됐다. 미국인 제자가 하나 생겼다. 바로 무키 베츠다. 다저스에서 가장 야마모토와 체형이 비슷한 선수다.

“야마(모토)가 190cm가 넘는 덩치 큰 선수였다면 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 체격이 비슷하다. 키는 180cm가 안 된다. 몸무게도 80kg 정도다. 그런 몸에서도 대단한 파워를 발휘한다. 그래서 그 훈련법이 흥미로웠다.”

그때부터다. 틈틈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청한다. 얼마 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다. 기묘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무키 베츠의 어깨 위에 야다 선생이 올라탄다. 그리고 게걸음(옆걸음)을 걷는다. 균형을 어렵게 유지한다.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움직인다.

여기에 이런 댓글을 달린다. 미국 현지 팬의 것으로 보인다.

“좋아. 저런 훈련 멋져. 무키가 MVP에만 만족할 수 없겠지. 조만간 사이영상에도 도전한다는 뉴스도 나올 것 같군.”

반면 또 다른 기발함도 눈에 띈다. 일본 팬 것으로 보이는 반응이다.

“맙소사. 헨타이 같아. 남자가 남자를 저렇게 어깨에 태우다니.”

‘헨타이’는 변태(變態)의 일본 발음이다.

다만, 특정 영역에 국한된 단어는 아니다. 비정상적이고, 괴상함을 일컫기도 한다.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아무튼.

배추 도사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 시즌 갑작스러운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생애 최악의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수비 부담도 늘었다. 유격수로 이동했다. 송구 거리의 어려움도 이겨내야 했다. 그래서 창 던지기도 시작됐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이미 은퇴 일정도 공표했다. 그전에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러려면 성공한 제자가 돼야 한다. 그런 절박한 몸부림인 일 것이다.

LA 다저스 공식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