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텍 A7의 세계가 집안에서 펼쳐지다

Heretic Model A

이번 호 시청기 모델 A는 캐나다의 신생 업체 헤레틱(Heretic)에서 내놓은 동축 스피커 시리즈 중 최상위의 플래그십 기종으로, 본격적인 대형 혼 스타일이다. 필자는 동사의 맨 하위 기종이자 가장 소형기인 AD614를 몇 달 전 리뷰했는데, 근래 미국의 스테레오파일에서 에디터가 선정한 올해의 제품으로 뽑혔다는 뉴스가 나왔다. 시청 후의 사연이지만 반갑다. 그 AD614보다 위 기종인 AD612도 들어 봤다. 보통 스피커들은 시청 후 몇 달이 지나면 기억에서 가물가물해지기 마련인데, 이 제품들은 한 번 보고 나면 잘 잊히지 않는다. 생김새의 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스피커를 제작한 로버트 가보우리는 현대 고급 스피커가 점점 대형화되고 대출력의 파워 앰프를 써야 하면서도 정작 소리 자체는 특별히 좋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스피커는 동축 제품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12인치나 15인치 동축 드라이버의 능력을 바탕으로 소출력으로도 풍부한 음악을 전달할 수 있는 모니터 스피커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 아래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최근에 위와 같은 제품들을 발표한 것이다.

이제 모델 A를 통해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알텍(Altec) A7이 부활한 셈이다. 세상의 스피커는 사실 모두 수십 년 전 알텍의 손바닥 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크기 때문에 가정에서 사용했던 분들은 대부분 실패했고, 그 광대 무비한 소리를 홈 스타일로 축소시키느라 고행을 거듭해 왔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 지난 1980, 90년대에 한국과 일본에서 광풍을 일으킨 알텍 파동의 결말이다. 그래서 이제 알텍은 추억 속의 이름으로 기록에만 남는가 싶었는데, 무수한 전문 추종자 중의 한 사람인 로버트 가보우리가 알텍을 가정용으로 부활시키고야 말겠다고 도전,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했고, 이제 헤레틱 모델 A라는 이름으로 A7이 부활했다.

헤레틱의 스피커들은 우선 알텍의 전설적인 스피커 612, 614와 A7의 모델 번호를 그대로 따와 제품명으로 삼았는데, 물론 단순히 축소·복사해서 만들어 낸 제품은 아니다. 2웨이 이상에서는 크로스오버를 조절하는 네트워크와의 효과적 밸런스가 관건이고, 동축 스피커에서는 동축 트랜스듀서의 품질이 관건인데, 동사는 수년간 각고 끝에 303 헤레틱이라는 12인치 우퍼와 1인치(모델 A는 0.75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결합된 동축 트랜스듀서를 바탕으로 동사만의 기술을 적용해 만든 시리얼 타입 Linkwitz-Riley 크로스오버를 적용해 스피커를 개발하는 데 성공, 마침내 신 알텍 스피커를 소개하게 되었다.

303 헤레틱 동축 드라이버는 원래 녹음 스튜디오용으로 개발된 프로용 모니터 품질의 드라이버인데, 견고한 바스켓을 포함하며 트리플 롤드 에지와 특수 처리된 페이퍼 재질 콘, 여기에 유리 섬유 보이스 코일 포머 및 페라이트 자석이 투입되어 있다. 그리고 개방 직조 방식의 더스트 캡 뒤에는 짧고 두꺼운 알루미늄 혼과 네오디뮴 자석, 폴리에테르 에테르 케톤(PEEK) 플라스틱 돔으로 만든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있다. 또한 이 동축 드라이버를 컨트롤하는 독자적 노하우인 네트워크에는 하이 게이지의 솔렌 공심 코일 인덕터, 문도르프 커패시터, 비유도성 고전력 저항, 밀 스펙 PCB 등 프리미엄 부품을 충분히 사용했다.

모델 A의 모양은 클래식한 A7이 롤 모델. 먼저 인클로저는 재설계되어 원래 A7보다 부피는 작아졌지만 더 나은 확장성과 감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 그리고 원래 A7 인클로저가 사람의 음성을 위해 튜닝되었다면, 모델 A 인클로저는 풀레인지, 고감도, 고음질 사운드를 위해 설계되었으며, 종합적으로 이를 ‘음악의 목소리’라고 호칭하고 있다. 그 외에도 악기의 자연스러운 음색을 보존하기 위해 울트라 프리미엄 품질의 캐나다산 12겹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했으며, 전면에는 두 개의 독점적인 헤레틱 덕트리스 포트가 적용되어 있고, 인클로저 외부 마감은 수성 아크릴 블랙과 알텍 그레이, 또는 반투명 아마인유/밀랍의 클리어 등이 있다.

제작자의 말에 따르면 가장 어려웠던 점이 이 인클로저 튜닝이었다고 한다. 오리지널 알텍의 캐비닛을 역설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캐비닛이 일반적으로 풍량 및 튜닝을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Thiele/Small 매개변수보다 앞서 설계되었기 때문에 기술적인 수치화가 없어 수없이 많은 시간을 들여 귀로 튜닝했고, 또한 요즘 나오는 스피커처럼 보정 필터 회로를 사용하지 않으며 인클로저의 넓은 배플이 낮은 주파수의 발사대 역할을 해 보다 저역을 잘 재생하고 따라서 훨씬 더 자연스러움이 증가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시청해 보면 이 스피커는 대체적으로 놀랍도록 윤기와 편안함이 있고, 동축 스피커의 장기인 보컬은 그야말로 완전함 그 자체다. 또한 진한 현 독주와 활기 넘치고 발랄한 협주곡, 투명한 고역대 등에서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종래의 대형 동축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스피커는 해상도에서 다소 약점이 있었지만, 이런 문제는 시청기와는 상관이 없다. 단 주의 사항이 있다. 보통 대출력 앰프와는 상극이다. 저역이 클리핑되어 버린다. 당연히 제작자의 권유대로 소출력 앰프를 사용할 것, 그 다음에 비로소 알텍의 세계가 이해될 것이다. 글 | 김남

수입원 SP-오디오 (02)2156-7590
가격 3,500만원
구성 2웨이 코액셜
사용유닛 303 헤레틱 코액셜 트랜스듀서(30.4×1.9cm)
재생주파수대역 35Hz-20kHz(-6dB)
출력음압레벨 100dB/2.83V/m
임피던스 8Ω
권장앰프출력 3-300W
크기(WHD) 61×93×53cm
무게 4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