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제트엔진을 단 무인기를 대거 투입하자 우크라이나가 새로 개발한 고속 무인기를 요격용으로 실전 배치했다. 드론을 드론으로 잡는 대결이 본격화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보안국(SSU) 산하 부대가 제트엔진으로 추진되는 러시아 무인기에 맞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요격용 무인기가 실전에 성공적으로 배치됐다"고 덧붙였다. 함께 공개된 영상에는 신형 무인기가 들판에서 출격해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간 뒤 공중에서 러시아 무인기를 들이받는 장면이 담겼다.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갖지 못했던 '검'을 손에 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달 만에 6배로 늘어난 물량"
러시아의 제트추진 무인기 투입은 올여름 들어 급격히 늘었다. 6월 무렵 수백 대 수준이던 월간 투입량이 8월에는 약 2850대로 6배가량 급증했다. 러시아는 제트엔진을 장착해 시속 약 500㎞를 내는 샤헤드 변종 무인기를 주로 띄운다. 지난 17일에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한 쇼핑몰이 무인기 공격을 받아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방어 수단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1억원짜리를 20억원으로 잡을 수는 없다"
한 대당 1억원 수준인 지상 공격용 무인기를 잡으려고 한 발에 약 20억원씩 하는 대공 미사일을 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무인기는 요격용 무인기로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속도였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요격용 무인기 속도는 대부분 시속 20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시속 약 500㎞의 제트엔진 무인기를 추격해 충돌하기에는 너무 느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영상 속 신형 무인기는 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매복 전술의 한계를 넘는다"
고속 무인기 없이 러시아 제트 무인기를 막으려면 까다로운 전술을 써야 했다. 예상 비행경로에서 숨죽여 기다리다 측면이나 정면에서 갑자기 덮치거나, 방향을 바꿀 때 속도가 줄어드는 틈을 노려야 했다. 이런 작전은 러시아 무인기가 날아들 길목을 정확히 파악해야 가능한데 하늘은 넓다. 매복만으로는 성공률을 담보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는 새 무인기의 제원과 공격 능력, 심지어 어떤 엔진을 썼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속도와 항속거리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제트 무인기를 쫓아가 격추했다는 사실 자체가 성능을 말해준다. 관건은 대량 생산 여부다. 이 무인기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전선에 깔리느냐에 따라 러시아의 무인기 물량공세 효과도 달라질 전망이다. (사진 출처=젤렌스키 대통령 SNS·로이터연합뉴스, 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