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해 분신까지 생각했다면서 진술 바꿔?” ‘유동규 증언 흔들기’ 나선 김용

김혜리 기자 2023. 3. 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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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자금 혐의’ 김용 3차 공판
“10년간 이재명 위해 살았다면서
변호사가 감시자 역할만 해 배신감?
재구속 피하려고 번복한 것 아니냐”
유동규 진술 바꾼 경위에 의문 제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증인은 검찰 주신문에선 정확히 이야기했는데 반대신문에선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합니까?”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이 14일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한 말이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3차 공판기일에서 유 전 본부장이 한 증언을 탄핵하는 데 집중했다.

김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변심한 계기 중 하나였던 ‘감시용 변호사’와 관련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변호사들이 본인을 위해 일하지 않고 감시자 역할만 해 이 대표에게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었다. 이에 김 부원장 측은 이날 변호인 선임신고서를 제시하면서 “지난 기일에는 (감시용 변호사라고 지목했던)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유 전 본부장은 변호인이 선임계를 먼저 써달라고 해서 써준 것이며, 수임료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 선임은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진술을 바꾼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이재명이 잘못되면 분신할 생각이 있었고, 10년간 이재명을 위해 살았다는 분이 ‘변호사가 나를 위한 게 아닌가’ 류의 생각으로 진술을 바꾸기로 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하나만 보고 그렇게 판단한 게 아니”라며 맞섰다. “당시 이재명 후보가 저나 김문기씨에 대해 한 발언들, 그리고 김문기씨의 사망에 대해 생각했다. 저를 위하지 않는다는 게 심증적으로 계속 쌓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전모 전 경기도 비서실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여러 행동들로 (신뢰가) 허물어졌는데 전씨도 저와 같은 입장이었을 것”이라며 “계속 거짓을 얘기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재구속을 면하려고 진술을 바꾼 게 아니냐고 따졌다. 당시 검찰이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본격화한 점, 남욱 변호사가 진술 태도를 바꾼 직후 유 전 본부장이 태도를 바꾼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제가 검사라면 남욱이 얘기하는데 당신도 얘기하는 게 어떻냐고 물었을 것 같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런 말은 들은 적 없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 측 공세에 진술을 일부 바꾸거나 두루뭉술하게 답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김 전 부원장 측이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에게 대장동 사업을 주기로 내정한 건 선거에 기여한 대가였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대가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김만배 측 배당금을 증인이 설립한 회사에 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김용, 정진상에게 사전 허락을 받았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맞다”고 했다. 그러나 “김용, 정진상이 증인이 설립할 회사 주식을 고가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걸 허락했냐”는 질문엔 “아니”라고 했다. 김 부원장 측은 “좀 전에 한 진술과도 바로 엇갈리지 않냐”고 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배당금을) 소위 저수지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윗분의 허락을 다 받고 공유했다”며 “세부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옮길 것인지를 검토 후에 (위에) 이야기하려고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판에선 ‘김만배씨의 대장동 지분 절반은 이 대표 몫’이라는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을 두고 설전도 벌어졌다. 김 전 부원장 측은 녹취록을 제시하며 “김씨가 ‘동규한테 동규 지분이니까 700억을 줘’라고 했다. 700억은 유동규 지분이라는 뜻이 아니냐”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해당 금액은 이 대표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었으며 김용, 정진상과 함께 각자 3분의 1씩 보유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김씨는 ‘형이 잘 되면 내가 한 것의 절반을 이재명을 위해서 쓰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이 “이재명을 위해 절반을 쓰겠다는 것과 절반을 당신에게 주겠다는 건 전혀 다른 것 아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그 자리에 없는) 이재명 이름이 거론되는 게 좋지 않아서 저를 지칭한 것”이라며 김씨가 실제로 한 말의 뉘앙스는 ‘이 대표 선거자금으로 쓰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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