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에서 마음껏 사던 시절 끝나나"…일본 면세제도 폐지 검토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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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즉시 10% 할인 혜택 사라질 위기, 드럭스토어 쇼핑 문화 변곡점
[우먼센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소비세 면세제도 폐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어 일본 사회와 한국을 포함한 관광 대상국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면세제도 폐지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부담은 줄이고, 외국인에게는 세부담을 늘리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은 5000엔(약 4만 7000원) 이상 구매 시 구매 현장에서 10% 소비세를 면제받고 있으나, 이 제도가 대폭 축소되거나 아예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돈키호테, 마츠모토키요시 같은 드럭스토어에서 구매 즉시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던 편리한 면세 제도가 사라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면세제도가 유독 악용되기 쉬운 이유는 다른 국가와 달리 '즉시 현장 면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구매 시 세금을 포함해 결제한 후 출국할 때 공항에서 물품을 확인받고 세금을 환급받는 '사후 환급'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일본은 백화점이나 드럭스토어 등 개별 매장에서 구매와 동시에 소비세 10%를 즉시 제외하고 결제하는 방식으로, 2014년부터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했다.
일본 내에서 재판매 악용 사례 많아
일본, 외국인에 '즉시 현장 면세' 없애나
문제는 현장에서 세금을 미리 돌려받은 후 출국 시 구매 물품의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악용해 면세로 구매한 제품을 일본 내에서 전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면세 쇼핑에 1억 엔(약 9억 5600만 원) 이상 지출한 690명 관광객 중 90%가 제품을 국외로 반출하지 않았지만 세관 검사를 받지 않았다.
특히 2022년도 세관조사에서는 1억 엔 이상 면세품을 구입한 374명 중 세관이 검사한 경우는 57명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56명은 물품 반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55명은 그냥 출국해버려 체납액만 18억 5000만 엔(약 170억 원)에 달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부정행위로 인해 약 2400억 엔(약 2조 3000억 원)의 세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정행위의 심각성은 2022년 일본 국세청의 애플 일본법인 세무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도쿄 국세국은 애플 재팬이 면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중국 관광객 등에게 아이폰을 대량 판매했다며 140억 엔(약 1334억 원)을 추징했는데, 이는 면세 관련 추징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전매업자들이 관광객에게 보수를 주고 면세 구매를 시킨 뒤 해외에서 되파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전 등 일반 물품은 면세 상한이 없어 대량 구매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언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여당은 세제 개편안 논의 시 외국인 관광객이 현재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게 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올해 5월 자민당 최고 고문인 아소 다로 전 총리는 당내 연구회를 열어 외국인 소비세 면세 폐지를 골자로 한 제언안을 공개했다. 제언안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가전제품이나 의약품을 대량 구매해 일본인에게 되파는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가 지향하는 관광객 모습과 다르다"고 강력히 지적했다.

나카니시 겐지 자민당 중의원 의원과 다나카 카즈노리 의원은 자민당 세금위원회에 관광객들의 면세 쇼핑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나카니시 의원은 기자단에 "면세점 제도가 없어도 충분히 관광객은 올 것이다"고 단언했으며, 다나카 의원 역시 "면세 제도의 광범위한 부정 사용이 소비세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면세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일본에 장기 거주하는 해외 유학생들에 대한 면세품 구매 혜택도 중단할 방침이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면세품 구매액 1000만 원 이상의 대량 구매자 1837명을 분석한 결과, 80% 이상이 중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유학생들이 비싼 면세 화장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한 후 일본에서 재판매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 A 씨는 "일본 내 거주 중국인들이 면세 제품을 구매한 뒤 이를 일본에서 재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사 결과 상당수가 일본 내 재판매를 목적으로 한 구매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면세제도 폐지 추진 배경에는 선거를 의식한 자민당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월 22일 도쿄도의회 선거, 7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부담은 줄이면서 세수는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면세제도 폐지와 함께 관광세 인상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국제관광여객세는 1인당 1000엔으로 미국(약 2만 9100원), 이집트(약 3만 2800원), 호주(약 6만 1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관광세 인상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최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관광세 인상을 요구하는 자민당 의원의 질의에 "적절한 대가를 내는 것은 납세자의 의무"라며 검토 의사를 밝혔다. 닛케이는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가계 부담 경감책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유권자의 세금 부담 인상은 피하려 하지만, 반발이 적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세수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민당 세금 정책 담당 간부는 닛케이에 "다른 나라 관광세와 비교하면 인상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해 일본 정부·여당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전 세계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99% 수준인 약 14억 명까지 회복하면서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다 올해는 전년 대비 3~5%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주요 관광지의 포화 상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은 오버투어리즘 대책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세부담 증가를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2024년 당일 관광객 대상 입도세를 5유로에서 10유로(약 1만 5000원)로 두 배 인상했고, 인도네시아 발리섬은 같은 해부터 외국인에게 15만 루피아(약 1만 3000원) 관광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 하와이주는 2026년부터 숙박 세율을 10.25%에서 11%로 인상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아예 신규 호텔 건설을 중단하고 연간 호텔 숙박 횟수를 2000만 건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작년 방일 외국인이 3687만 명으로 47.1% 급증하자 숙박세를 부과하는 지자체가 2023년 9곳에서 올해 14곳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번 면세 제도 변경은 이런 오버투어리즘 대책 중 하나로도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관광업계 등에서는 강력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자민당 한 간부는 "갑자기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 당황스러울 것"이라며 "면세 제도를 한 번 바꾼 뒤 또 손볼 순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본 면세점 협회 부회장인 마사히로 오모토는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쇼핑하지 않고 한국에서 쇼핑할 것"이라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 면세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밝혔다.
업계의 우려는 실제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영국이 EU 이탈 후인 2020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부가가치세 면세 조치를 폐지했을 때 고급 브랜드점 등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면세 폐지 이후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이 급감했고, 일부 브랜드들은 아예 다른 유럽 국가로 쇼핑 관광객들을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2030년까지 연간 방일 외국인 수를 60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에서도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 일본을 찾은 외국인 3680만 명에서 70% 이상이 더 방문해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면세제도 폐지나 관광세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나면 일본을 방문지로 선택할 동기가 약해질 수 있어 이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면세제도 폐지 검토 소식에 일본 관련 주식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사후면세점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인 JTC는 최근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면세제도 변경이 일본 관광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관련 업계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면세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대신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출국 시 환급하는 '리펀드형'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구매 시점에서 즉시 면세 혜택을 받지만, 새 제도에서는 소비세가 포함된 가격을 지불한 후 출국 공항에서 구매 물품의 국외 반출을 확인한 후 소비세를 환불받는 방식이다. 이 방안은 부정행위 방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지만, 자민당 내에서는 "부정이 교묘화할 뿐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면세제도 재검토는 제도 악용 방지와 세수 확보, 그리고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일본 여행의 큰 매력 중 하나였던 쇼핑 경험에 변화가 예상된다. 돈키호테나 마츠모토키요시 같은 드럭스토어에서 구매 즉시 10% 할인 혜택을 받으며 마음껏 쇼핑하던 패턴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면세제도 변경 여부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 관광객들의 일본 여행 선호도와 소비 패턴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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