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도 '입틀막'? 언론통제 논란에 소방노조 "군사정권이냐"

박서연 기자 2024. 9. 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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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승래 "소방관 입단속 한다고 의료대란 감춰지나?"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들이 구급차 뺑뺑이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소방대원들이 '응급실 뺑뺑이' 관련 언론 인터뷰를 하자, 소방청이 소방대원들에게 언론 접촉 시 소방관서장 보고 및 소방 활동복 착용 금지 등을 당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냈다. 그러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소방청은 지금이 군사정권도 아닌데 연일 통제를 넘어선 탄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와 함께 <“응급실 뺑뺑이” 응급의료 비상사태 긴급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권영각 소방본부 본부장은 “소방관들이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겪는 건 최근에 더 가중됐다. 수년 전부터 코로나를 거치면서 응급실 뺑뺑이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앞으로 새롭게 세워야 할 대책에서는 최초의 재난기관에 근접하는 소방의 목소리가 반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과 각 광역시장, 도지사 등이 포함된 소방청의사집단행동비상대책본부는 지난 12일 <구급현장 활동 관련 언론대응 유의사항 알림> 제목의 공문에서 “최근 개별 방송·인터뷰 등에서 개인적 의견이 조직 전체의 공식적 입장으로 오해·왜곡되는 경향이 있어 언론소통 관련 유의사항을 아래와 같이 알려드리니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12일 소방대원들에게 언론대응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현장 영상 및 음성물 무단 유출 금지 △업무처리 중 알게된 사실에 대한 비밀 누설 금지 △소방활동 외 제복 착용금지 △방송출연 및 인터뷰 시 왜곡 우려 있는 개인적 의견 발언 지양 △언론 접촉 시 소방관서장 보고 등을 당부했다.

정부는 “언론 대응과 관련해 북정정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는 경위 및 내용 등 사실관계를 조사해 관련 절차에 따라 적의조치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13일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 전국 지휘관 회의'를 열고, 당부사항을 일선에 전달했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엄중한 시기에 일부 대원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개인의 의견을 소방의 공식적인 의견인 것처럼 제복을 착용하고 표명함으로써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우리가 오히려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첫째, 최근 각종 언론매체로부터 시도 소방본부는 물론, 각 소방관서 그리고 대원 개인에게도 현 응급의료 상황에 대한 인터뷰, 밀착 취재 요청 및 소방활동 영상과 음성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비상응급 대응 기간임을 고려해 언론 인터뷰 등 영상 촬영으로 응급환자의 이송 및 응급처치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한 뒤 “둘째, 소방활동 중 취득한 영상 음성 등 내부 정보 및 자료의 무단 유출 또는 개인 보관은 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셋째, 소방활동과 관련해 개인적 언론 접촉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소방관서장에 보고 절차를 이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시고 언론 인터뷰에 응할 때에는 소방공무원 복무규정을 준수하기 바란다”고 한 뒤 “넷째, 언론 인터뷰에 출연할 때에는 복장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은 빠른시일 안에 언론 대응 및 제복 착용 기준에 관한 규정을 마련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14일 <소방관 입틀막이 비상응급 대책인가!> 성명서에서 “국민은 궁금했고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우리 소방관들은 사실을 말해야 했다. 코로나 호흡기 질환 발생 전후를 기점으로 병원의 수용거부는 현저히 늘어났고 그 이후로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소방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전공의 사태가 발생하고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119 구급대원들은 힘겨운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고 곪을 대로 곪아 터진 것이 지금의 실상”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서영서.

그러면서 소방청이 군사정권도 아닌데 연일 통제를 넘어선 탄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방청이 당부한 영상유출 금지에 대해 소방본부는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을 위한 것이지 사익을 위한 어떠한 행위도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언론접촉 시 관서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을 두고 소방본부는 “실정법 위반이다. 업무 외 시간의 활동을 보고할 의무가 어느 법에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맞받았다. 소방활동 외 소방 활동복을 입지 말라는 것을 두고 소방본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선명하게 충족해 주는 것이야말로 공무원의 의무이며 정당한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소방본부는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 전국 지휘관 회의에 국민의 생명을 지킬 대책은 없고 소방관의 입을 틀어막아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는 소방청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힘들고 지친 구급대원들을 힘으로 통제하고 탄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어루만져주는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5일 “윤석열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 대책을 촉구하는 소방대원들의 입을 틀어막겠다고 나섰다. 의료대란을 일으켜놓고 해결하지는 못할망정, 현실을 덮고 숨기기에 급급한 한심한 정부다. 소방관들 입단속한다고 의료대란이 감춰집니까?”라고 물은 뒤 “소방청이 추석 연휴를 시작하며 소방대원들의 언론 접촉 등을 통제하는 지침을 하달했다고 한다. 의료대란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소방대원들이 응급실 뺑뺑이의 실상을 알릴까봐 입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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