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국 경제에 희망이 있다면 이들이 있기 때문
2024 하이서울기업 페스티벌 르포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2024 하이서울기업 페스티벌’이 열렸다. 하이서울기업은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인증한 우수 중소기업 브랜드다. 2004년 하이서울브랜드 대표자 협의회(현 하이서울기업협회)를 출범한 이후 20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전광판에는 페스티벌의 주제인 ‘함께 한 걸음, 함께 할 걸음’이라는 글자가 밝게 빛났다. 지난 20년간 함께 걸어온 길과 미래에 함께 걸어갈 길을 기념하는 자리임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하이서울기업 인증사업의 성과를 되새기고 주요 기업의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장을 비롯해 하이서울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석 휴럼 대표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2024 하이서울기업 페스티벌의 현장을 다녀왔다.
◇함께 한 걸음, 함께 할 걸음
하이서울기업 협회장인 김진석 휴럼 대표의 개회사로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하이서울기업은 세계인이 선망하는 글로벌 도시 서울특별시가 인정한 유망 중소기업으로서 2004년 11개사로 시작해 현재까지 1130개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4 하이서울기업 페스티벌은 지난 20년의 여정을 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뜻깊은 행사”라고 밝혔다.
우수기업의 성과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수출 부문 쟈베스코리아전자 임동하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임 대표는 “현대자동차, LG전자, SL그룹 등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올해 4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그중 베트남 수출액이 8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부문에서는 K-뷰티 브랜드 5개를 운영하는 일레븐코퍼레이션 백창준 대표가 발표했다. 백 대표는 “전체 직원의 90%가 청년세대”라며 “자율과 책임 속에서 일하는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부문의 발표자로 나선 곰앤컴퍼니 이병기 대표는 “2020년부터 매년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협력해 ‘미디어 리터러시(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교육을 하고 있다”며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한 지속 가능한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행 기업 부문을 대표해 C&COM 김태균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한국중소벤처기업, 지역 지식센터와 협업해 제품 디자인, 영상 제작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주요 협업 사례를 공유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2부는 배우 유태웅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첫 순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축사였다. 오 시장은 “10여 개사에서 시작됐던 ‘하이서울기업 인증’이 20년이 흘러 1100여 개사로 성장하며 서울의 경제를 견인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중소기업 지원 예산 확보, 관련 규제 철폐 및 기간 단축 등에 행정 역량을 총결집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오 시장은 경영 실적,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실현, 중소기업 지원 등의 성과를 낸 우수 기업·기업인에게 포상을 전달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명예 졸업식’이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하이서울기업 회원사에 졸업장을 수여했다. 복정제형 주식회사, 주식회사 베이넥스, 주식회사 디지털존 등 3개 사의 졸업을 기념했다. 김현우 SBA 대표는 “내년에는 더 많은 하이서울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졸업해 또 다른 하이서울기업을 이끌어주길 바란다”며 졸업 기업을 축하했다. 김 대표는 이어 “약자와의 동행, 세계로의 동행을 함께해 온 만큼 앞으로 새로운 동행을 실천하며 서울 경제를 견인하는 대표 중소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종이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
2024 하이서울기업 페스티벌에서 만난 이들에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도전기를 들어 봤다.
포시에스는 전자문서·전자계약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서강대에서 전자계산학(현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미경(54) 대표가 1995년에 설립했다. 박 대표는 “외산 데이터베이스나 시스템 관리 솔루션을 국내에 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MS(마이크로소프트)와 어깨를 견줬던 CA의 솔루션을 주로 다뤘다.
2000년 6월 첫 자사 제품인 전자 문서 솔루션 ‘오즈 리포트’를 출시했다. 박 대표는 “고객사의 요청 사항에 착안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고서 형식의 문서를 만들어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며 개발 계기를 밝혔다. 현재 오즈 리포트는 대학의 성적 증명서, 대법원의 가족관계증명서, 약국의 처방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즈 리포트에 이어 2012년 전자문서 개발 솔루션 ‘오즈이폼’, 2021년 전자 계약 솔루션 ‘이폼사인’을 차례로 내놨다. 박 대표는 “보험설계사가 태블릿만 가지고 다니며 계약할 수 있는 것도 ‘이폼사인’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과거엔 계약 내용이 바뀔 때마다 인쇄해야 해서 차에 프린터를 싣고 다니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자 계약 솔루션의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박 대표는 하이서울기업협회의 수석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 대표는 “늘 소프트웨어나 IT 분야의 사람들만 만나다가, 하이서울기업을 통해 미디어·제조·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하이서울 B2B(기업 간 거래) 지원 사업’을 통해 마케팅 코칭을 받아 처음으로 블로그나 인플루언서를 활용하기도 했다”며 하이서울기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첨단기업과 첨단 인재를 잇는 다리
하이테커는 기업과 인재를 잇는 취업 연계 교육 기업이다. 백성욱(44) 대표는 “첨단기술(high-tech)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er)를 붙여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첫 사명은 ‘한국금융개발원’이었다.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기회로 삼아 선물옵션 강의를 직접 제작해 판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어느덧 16년 차 중소기업이 된 하이테커는 금융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다. 서울시의 ‘메타버스를 활용한 장애인 일자리 통합 플랫폼’ 과제를 수주해 ‘MZP(미스매칭 제로 플랫폼)’를 만들었다. 백 대표는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는 단순 반복 업무에 한정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동 약자인 장애인을 위해 재택근무로도 개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영상 편집, AI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자립준비청년은 조력자 없이 사회에 던져진다. 백 대표는 가장 시급한 문제를 ‘주거’와 ‘일자리’라고 봤다. 이를 위해 하이서울기업에 협업을 제안했다. 백 대표는 “하이서울기업은 재무구조 등 경영 안정성을 인정받은 기업이지만, 중소 도시에 공장을 둔 경우 구직난을 겪곤 한다”며 “이들 중 기숙사가 있는 곳을 대상으로 자립준비청년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 대표는 하이서울기업협회 S밸리지회에서 총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3년 7월엔 하이서울기업 내에서 ‘미국 LA B2C 판촉전’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마침 플러튼시 시장이 한국인이었고 취약계층의 교육과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았다”며 “앞으로도 하이서울기업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영지 에디터
※이 콘텐츠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공동으로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