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폭탄에 결국 항복한 현대차가 반세기 넘게 이어온 대미 수출 전략을 대전환한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만든 차를 미국으로 실어 나르며 27.1%의 대미 수출 비중을 자랑했던 현대차가 이제 “미국에서 팔 차는 미국에서 만들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뉴욕에서 열린 CEO 투자 계획 발표회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내놨다. 현재 40%인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한국 생산 차량의 대미 수출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관세에 무릎 꿇은 K-자동차
트럼프 대통령이 3월부터 시행한 25% 자동차 관세가 현대차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실제로 올해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15.2% 급감했고, 현대차와 기아는 월 7000억원의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
무뇨스 대표는 “미국에서 파는 차는 미국에서 만들 필요가 있어서 미국에서 더 많이 만들고, 다른 시장은 한국 생산을 활용할 것”이라며 수출 대상 지역 전환을 시사했다. 이는 한국 생산 차량을 유럽, 동남아시아 등 관세 부담이 적은 지역으로 돌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7 등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하며 미국 내수용 차량의 현지 생산 비중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 전 세계 생산을 30% 확대한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해 한국 생산 감축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한국 공장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민 단속 파장까지 고려한 ‘올 아메리카’ 전략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함께 인력 충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는 미국인 대상 공개 채용을 발표하며 “누구나 응모할 수 있고, 특히 군 관계자와 재향군인 출신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 정책에 따른 선제적 대응으로 분석된다.
올해 처음으로 뉴욕에서 CEO 투자 계획 발표 행사를 연 것도 경영 무게중심을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무뇨스 대표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차량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며 매출 확대와 원가 절감을 통한 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재고 확보로 올해는 방어할 수 있었지만 내년엔 경영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효자 역할을 해온 대미 수출이 관세 장벽에 막혀 급격한 전환점을 맞으면서, 향후 국내 자동차 생산기지의 역할과 수출 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