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을 죽인 살인자와 마주한 교도관에게 벌어진 일

▲ 영화 <아들들> ⓒ 해피송

[영화 알려줌] <아들들> (Sons, 2024)

긴급신고센터에서 근무하는 경관의 하룻밤을 담은 <더 길티>(2018년)로 인상적인 데뷔를 펼친 구스타브 몰러 감독이 신작 <아들들>로 돌아왔다.

지난 2월에 열린 74회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아들들>은 교도관 '에바'(시드 바벳 크누센)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 '미켈'(세바스티안 불)을 감옥에서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모든 수감자를 자신의 아들처럼 대하던 '에바'는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마주하면서 극단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미켈'의 어머니와 마주하는 장면은 아들을 잃은 슬픔과 살인자의 어머니라는 죄책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선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영화는 형사 사법 제도가 '용서와 교화'와 '복수와 처벌'이라는 모순된 두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모성과 직업 윤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공의 감정을 세심하게 따라간 작품, <아들들>을 연출한 구스타브 몰러 감독은 3년간의 치밀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

실제 교도관, 재소자, 교도소 사제, 정신과 의사, 법률 전문가 등 다양한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감옥이라는 공간이 지닌 극단적 캐릭터, 명확한 규칙, 강력한 권력 역학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영화 자문으로 참여한 현직 교도관 마르틴 쇠렌센은 작은 배역까지 맡으며 교도관들의 직업병, 수감자들과의 관계 설정, 은어 사용까지 세세한 디테일을 작품에 반영했다.

감독은 이를 "역전된 감옥 영화"로 풀어냈다. '미켈'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에바'는 가족의 편지를 전달하지 않거나, 기습 점검 전날 '미켈'의 소지품에 약물과 흉기를 숨기는 등 사소한 것부터 불법적인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과잉 진압 사건 이후 권력관계가 역전되면서, '미켈'은 중앙동 재소자로서는 불가능한 부탁들을 하며 '에바'를 몰아간다.

이 과정에서 '에바'는 자신의 양육 방식을 돌아보며 깊은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덴마크의 국민배우 시드 바벳 크누센은 '에바' 역을 위해 3개월간 실제 교도관들의 일상을 관찰했다.

특히 여성 교도관들이 남성 수감자들을 대하는 태도,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방식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이러한 준비 과정을 바탕으로 시드 바벳 크누센은 성실한 교도관에서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했다.

'미켈' 역의 세바스티안 불은 폭력적이면서도 소년 같은 에너지를 동시에 지닌 독특한 존재감으로 캐릭터와 완벽히 부합했다.

그는 역할을 위해 과거 수감 경험이 있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2주간 감옥에서 생활하는 듯한 일과를 보내며 캐릭터의 신체적 리듬을 체득했다.

감독은 그와의 장면들에서 리허설을 최소화하고 날것의 연기를 담아내며 더욱 생생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아들들>의 촬영은 2018년에 폐쇄된 코펜하겐 외곽의 브리슬뢰셀리레 교도소에서 진행됐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교도소의 불안정한 전기 시설과 난방 시설은 촬영의 어려움으로 작용했지만, 미술팀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습기 찬 벽면과 깜빡이는 형광등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크리스티나 코바크스 미술감독은 지하 병원 터널, 콘크리트 예배당, 버려진 공장 등 각기 다른 장소를 하나의 통일된 공간으로 재구성하면서도 미로 같은 느낌을 더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아들들>은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1.37:1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비는 감옥의 좁은 복도를 효과적으로 강조하며,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와 결합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음악감독 존 엑스트랜드는 교도소 특유의 음향을 재현하기 위해 실제 현장에서 사운드를 채집했다.

쇠창살 소리, 발자국 소리, 수감자들의 웅성거림까지, 모든 사운드는 실제 교도소에서 녹음되었으며, 특히 '에바'의 심리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 소음의 강도는 긴장감을 더한다.

한편, 베를린영화제 상영 당시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호평을 받았다.

교정 행정 전문가들이 영화의 사실성과 윤리적 딜레마 묘사를 극찬한 것.

이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현대 교정 시스템의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했다는 평가로 이어졌으며, 프랑스와 독일의 교도소 행정가들은 이 영화를 교도관 훈련 프로그램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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