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등 SK하이닉스, 뚝심있게 모험" 1위 우뚝…조직문화 어떻길래
[편집자주] 창립 41년, 2위의 설움은 간데없다. SK하이닉스가 AI시대 HBM이란 날개를 달고 날아올랐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지배력을 과시하던 경쟁기업을 넘어 이제 새로운 1등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경쟁자는 오직 자신뿐. SK하이닉스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일각에서는 메모리 '만년 2등'이었기에 HBM 개발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한 전직 SK하이닉스 직원은 "메모리 1등인 삼성전자로선 2019년 당시 미래가 불투명한 HBM 대신 '돈이 되는' 다른 사업도 많다고 봤을 테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반대로 2등인 SK하이닉스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삼성전자처럼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릴 여유도 없어 모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내부에서 HBM에 대한 계속된 투자에 회의론도 상당히 많았지만 뚝심 있게 사업을 이어갔다"며 "결국 경영진 판단이 옳았다"고 했다.
2등이란 위치가 고객사·협력사와 '끈끈한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고객사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것. SK하이닉스의 HBM 사업 성공을 가능케 한 엔비디아·TSMC와의 강력한 동맹도 이런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또 HBM 생산 이전 시기에 수행한 '다품종 소량 생산' 경험도 기술 경쟁력 제고, 고객사와 신뢰 관계 형성에 큰 힘이 됐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성과급·복지제도 개선도 조직에 긍정적 기운을 불어 넣었다. 복수의 전직 SK하이닉스 직원은 2020~2021년 있었던 이른바 '성과급 논란' 이후 복지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런 영향으로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고 '인재가 모이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초 전년 실적에 대한 성과급 지급 계획을 공지했는데 직원들이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적다"고 반발하며 논란이 확산했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급여를 반납을 약속하고 성과급 제도 등을 개선하며 갈등이 봉합됐다.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관료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교적 좋은 조직 문화를 키워온 것 같다"며 "HBM 사업 성공으로 붙은 '1등'이란 수식어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감을 키워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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