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아버지가 차 열쇠를 잠깐 달라고 하셨습니다. 주차장에서 한참을 계시다 돌아오셔서는 조심히 가라는 말씀만 하셨습니다.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트렁크를 열었다가 그대로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그 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습니다.

차 열쇠를 달라고 하신 아버지
아버지는 평소 자식 차에 손을 대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래서 열쇠를 달라고 하실 때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하시느냐고 물어도 그냥 좀 볼 게 있다고만 하셨습니다. 한참 뒤 돌아오신 아버지의 손에는 작은 기름때가 묻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차를 한번 둘러보셨나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휴게소에서 열어 본 트렁크
휴게소에서 물을 꺼내려고 트렁크를 열자 낯선 상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상자 안에는 아버지가 직접 농사지은 쌀과 참기름 한 병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새로 산 듯한 비상용 공구 세트와 담요도 있었습니다. 상자 위에는 삐뚤게 쓴 글씨로 밤길 조심하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주차장에서 그토록 오래 계셨던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전화로 전한 고맙다는 말
휴게소 의자에 앉아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꺼내자 아버지는 별것 아니라며 쑥스럽게 웃으셨습니다. 지난번에 타이어가 펑크 났다는 말을 흘려들으신 줄 알았는데 기억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무뚝뚝한 말투 뒤에 늘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먼저 아버지 차를 살펴 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버지들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심코 지나친 작은 배려 속에 깊은 걱정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이번 주에는 아버지께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여쭤보시면 어떨까요. 짧은 통화 한 번이 아버지께는 오래 남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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