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C 2022] 계좌‧카드도 없는데..WFP가 난민 지원에 스테이블코인 택한 이유

박현영 기자 2022. 9. 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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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지 페르난데스 WFP 혁신 재정 총괄
금융 취약계층에 스테이블코인 지원..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흐름 추적
조지 페르난데스 WFP 혁신 재정 총괄이 23일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부산=뉴스1) 박현영 기자 =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가 매년 개최하는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UDC)'는 이름처럼 개발자들의 축제에 가깝다.

개발자들만의 축제처럼 보이지만 국제연합(UN) 기구, 유엔세계식량계획(WFP)가 한 자리를 꿰찼다. 심지어 WFP가 UDC에서 발표에 나선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만큼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진심'이라는 의미다.

WFP는 전 세계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기부금 활용 내역을 추적하고 현금 지원에 스테이블코인을 쓰는 등 블록체인 기술을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WFP가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지 페르난데스 WFP 혁신 재정 총괄은 2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WFP는 2016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왔고, UDC에는 2019년부터 참석해 발표를 맡아왔다"며 "현재 방글라데시,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각국에서의 구호활동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총괄이 WFP에 합류한 건 1년 반 전이다. 식품 산업에서 주로 혁신 기술을 연구해왔던 그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결심을 바탕으로 WFP에 합류했다. WFP에서는 개발자 팀과 함께 WFP의 구호활동 방식을 기술적으로 혁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 때 혁신의 중심이 되는 기술에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뿐 아니라 블록체인이 포함된다.

WFP는 현재 지원 대상이 되는 취약계층에게 현금을 지급할 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을 활용해 지급 흐름을 추적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취지다.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플랫폼은 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예를 들어 WFP의 대표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빌딩 블록스’는 패리티 이더리움(Parity Ethereum) 기반의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참여하는 기관이 WFP뿐이므로 아직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는 없다. 추후 노드가 생길 순 있으나, 현재까지는 WFP 자체의 기부 투명성을 증진하고자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고 페르난데스 총괄은 설명했다.

지급 시에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다. 특히 계좌나 신용카드 등 금융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취약계층에게 스테이블코인은 대안이 될 수 있다. WFP는 케냐 금융 취약계층에게 스테이블코인을 지급하고, 이를 케냐 법정화폐로 환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활용 사례를 구축했다.

단, WFP의 지원 대상이 되는 금융 취약계층 중엔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도 많다. 스마트폰이 없는 계층도 지원할 수 있어야 확장성 있는 구호활동이 가능하다. 이에 WFP도 이 같은 확장성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총괄은 "작은 단계부터 시작해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파일럿 단계로, 스테이블코인 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확장성을 위해선 2G폰 사용자 등 지원 계층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에는 2G폰만 소유해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층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현금 지원 사업은 잠재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는 단계부터 시작해 2G폰, 나아가 휴대폰이 없어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페루로 향하는 베네수엘라 난민들을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페르난데스 총괄은 “본인인증 서류가 없어 금융 인프라를 이용할 수 없는 난민들에게도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을 통해 지원하려 한다”며 “올해 말 파일럿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두나무 같은 블록체인 기술기업과의 협력도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는 두나무가 지난 3월 WFP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10억원을 기부한 것 외에 특별한 활동은 없으나, 앞으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페르난데스 총괄은 "두나무와도 UDC 등을 통해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더 협력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찾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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