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리포트] 눈에 확 띄는 개구리, 어떻게 혈통 지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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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성 양서류는 화려한 색깔에 사로잡혀 자칫 손으로 만지기라도 했다가는 바로 죽을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독을 갖고 있는 이 맹독성 양서류의 비밀을 한국인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풀어냈다.
연구팀은 맹독성 양서류가 포식자와 천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에 띠고 있는 화려한 색깔이 어떻게 지금껏 유지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맹독성 양서류의 화려한 몸 색깔은 '경고색'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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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개구리 ‘경고색’ 진화과정 첫 규명
전 세계 양서류 1106종 유전자 가계도 그려
맹독성 양서류는 화려한 색깔에 사로잡혀 자칫 손으로 만지기라도 했다가는 바로 죽을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독을 갖고 있는 이 맹독성 양서류의 비밀을 한국인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풀어냈다.
강창구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 연구팀은 16일(현지 시각) ‘위장색에서 경고색으로의 진화적 전환: 숨겨진 신호가 중추적 역할을 하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미국 칼턴대 생물학과 칼 로플러 헨리 교수, 토마스 셰랏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맹독성 양서류가 포식자와 천적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에 띠고 있는 화려한 색깔이 어떻게 지금껏 유지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맹독성 양서류의 화려한 몸 색깔은 ‘경고색’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경고색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포식자가 경고색을 지닌 맹독성 양서류를 직접 공격했다가 역으로 독에 당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고색을 지닌 양서류가 독을 갖고 있다는 걸 포식자가 학습해 다음부터 공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화 과정에서 돌연변이로 인해 최초로 경고색을 갖게 된 극소수의 양서류들이다. 이들이 생태계에 나타나기 이전에는 화려한 색을 지닌 양서류가 독을 품고 있다는 것을 어떤 포식자도 학습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경고색을 갖고 있으면 오히려 포식자들 눈에 더 잘 들어와 잡아먹히기 쉬워진다.
이 부분이 지금껏 진화생물학 분야의 난제였다. 눈에 띄는 색을 몸에 두르고 생태계에 처음 등장한 양서류들은 포식자들에게 전부 잡아먹혔을 가능성이 큰데 어떻게 지금까지 혈통을 유지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 해답을 ‘긴급 탈출 모드’를 지닌 맹독성 양서류들에게서 찾았다. 돌연변이로 등에는 위장색, 배에는 경고색을 지니게 된 양서류들이 진화 과정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경고색 혈통을 지금껏 유지시켰다는 설명이다.
위장색과 경고색을 모두 가진 양서류들은 평상시에는 바닥에 배를 붙이고 위장색 등만 드러내며 포식자 눈을 피해 다닌다. 그러다 포식자에게 들키면 살아남기 위해 경고색으로 물든 배를 보여주며 ‘긴급 탈출 모드’에 들어간다. 이러면 위장색이나 경고색 중 하나만 가진 양서류보다 생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번식을 통해 자손을 남길 가능성도 커진다.
연구팀은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전 세계 1106종류의 양서류들의 유전자 가계도를 만들었다. 1106종류 양서류들은 각각 무폐도롱뇽류, 영원과, 풀개구리과, 아르트롤렙티스과, 맹꽁이과, 개구리과, 산청개구리과, 만텔라과, 거북개구리과, 독개구리과, 청개구리과, 두꺼비과, 긴발가락개구리과, 유리개구리과 등이다.
연구팀은 이들을 전신 위장색군(Cry), 전신 경고색군(Con), 복부 일부 경고색군(Pv), 복부 전체 경고색군(Fv)등 4종류로 나눈 뒤 각 양서류가 어떤 조상을 두고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경고색만 갖고 있는 양서류의 조상 중에는 반드시 복부 일부 경고색군이나 복부 전체 경고색군이 있었다. 위장색만 띄는 종과 경고색만 띄는 종이 곧바로 연결돼있는 경우는 없었다. 위장색을 지닌 조상의 자손이 곧바로 경고색을 갖게 되는 게 아니라, 위장색·경고색을 전부 갖고 있는 양서류를 거쳐야만 온몸에 경고색을 띄게 됐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동물의 몸 색깔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전부터 많은 생물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해온 분야”라며 “이번 양서류를 시작으로 다른 동물들은 어떤 진화를 거쳐 지금의 몸 색깔을 갖게 됐는지 연구를 통해 계속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Science,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e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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