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PB 검색순위 조작으로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 부과
지난 2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7800만원
2021년도 납품업체 '갑질'로 33억원의 과징금
쿠팡이 잊을 만하면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을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과거 쿠팡이 공정위의 제재에 반발해 상급법원에서 승소하자 자존심을 손상당했다고 판단한 공정위가 쿠팡을 엄격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눈알을 부라리고 쿠팡의 잘못을 감시할 것 같다는 예측이 나온다.
13일 공정위는 쿠팡 및 CPLB(PB상품 전담 납품 자회사)의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이들 회사를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는 쿠팡이 '랭킹순' 검색 순위를 조작해 소비자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구매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쿠팡은 공정위의 과징금처분이 "부당하다"며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특히 쿠팡이 이번 공정위 처분에 반발, 항소 방침을 밝힘에 따라 향후 쿠팡에 대한 공정위의 감시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공정위 "쿠팡 '자기 상품' 구매 유도 알고리즘으로 검색 순위 상단 고정"
13일 공정위는 "쿠팡이 PB상품 및 직매입 상품(이하 자기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고, 그 결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저해했으며,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특정 상품에만 순위 점수를 가중 부여하거나, 실제 검색 결과를 무시하고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자기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렸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이런 방법으로 2019년 2월부터 현재까지 중개 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적으로 노출했다고 파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알고리즘 조작으로 상위에 고정 노출된 쿠팡의 자기 상품은 노출 수와 총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프로모션 대상 상품의 총매출액은 76.07%, 고객당 노출 수는 43.28% 증가했고 검색순위 100위 내 노출되는 PB상품의 비율도 56.1%→88.4%로 높아졌다.
쿠팡에서 중개 상품을 판매하는 21만개 입점업체는 알고리즘 조작 이후 자신의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애플리케이션 내 쿠팡 랭킹순 설명에 판매실적, 사용자 선호도, 상품 정보 충실도 및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순위라는 설명만 있을 뿐, 자기 상품을 인위적으로 상위에 노출했다는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쿠팡이 이처럼 알고리즘을 구성·운영하면서 소비자에게는 '쿠팡 랭킹'이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검색순위인 것처럼 안내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임직원 동원해 '셀프 리뷰' 작성"…순위 상승·소비자 구매 유도
공정위는 조사 결과 임직원을 동원한 '셀프 리뷰' 작성도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현재까지 2297명의 임직원을 동원해 PB상품에 긍정적 구매 후기를 달고 높은 별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최소 7342개의 PB상품에 7만2614개의 구매 후기를 작성했다.
"인지도가 낮거나 판매량이 적은 자기 상품의 검색 순위를 상승시키고,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리뷰를 작성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쿠팡은 공정위의 1차 현장 조사가 이뤄졌던 2021년 6월 이전까지 이 같은 '셀프 리뷰' 작성 사실을 소비자에게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
공정위 현장 조사 이후 리뷰에 임직원 작성 사실을 기재하기는 했지만, 별도 클릭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구매 후기 하단에 기재돼 소비자가 이를 쉽게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공정위는 "이같은 임직원 동원 리뷰 작성으로 입점업체와의 공정한 경쟁이 저해됐으며,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이 방해됐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가 입점업체의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자기 상품만 검색순위 상위에 올려 부당하게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를 제재 사안"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쿠팡, 반발
쿠팡은 공정위 발표 이후 제재가 부당하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는 공정위 결정은 디지털 시대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고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또 "전세계 유례 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한 제재" vs "쿠팡 길들이기" 해석 분분
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쿠팡 제재에 대해 공정한 제재라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공정위가 과거 제재에 거세게 반발한 쿠팡에 칼을 뽑아든 것이고, 향후 이같은 제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공정위와 쿠팡의 날선 공방의 시발점이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2021년 공정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납품업체에게 '갑질'을 해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법을 위반했다며, 약 3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이 납품 업체들을 시켜 경쟁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올렸고 마진 손실을 보전 받기 위해 광고도 강매했다는 것이다.
당시 쿠팡이 "순손익이 나지 않는 회사 구조를 과징금 산정에 고려해달라"고 요청하자 공정위가 과징금을 절반으로 낮췄고 고발 조치도 하지 않는 등 '선처'를 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이 결정에 대해 불복 소송을 냈고 이달 초 고등법원은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가 쿠팡을 선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소송을 제기해 공정위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쿠팡 '과징금 처분'의 역사
공정위는 이후에도 쿠팡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실제 지난 2월에는 공정위가 쿠팡과 쿠팡의 PB사업 계열사 CPLB(씨피엘비)에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7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쿠팡이 2019년 3월부터 2022년 1월까지 218개 하청업체에게 PB상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실제와 다른 허위 하도급 단가를 기재한 발주서를 발급해 이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게 제조 위탁을 하면서 허위 사실을 기재한 서류를 발급한 경우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쿠팡과 CPLB가 이 기간 실제 계약보다 높거나 낮은 허위 단가를 기재해 발주한 건수는 3만1405건, 발주금액은 113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팡과 CPLB는 견적서에 실매입가를 기재해 그에 따른 대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공정위는 견적서가 하청업체의 의사 표시에 불과하고, 실제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가 발주서라는 점을 고려해 쿠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