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뜨면 손해’ 딱지에도 마구잡이 요구…조단위 SOC, 강행땐 나라살림 거덜
22대 국회 들어 총 24건 발의
기재부 등 관련 부처 반발에도
표심 노린 의원 입법으로 우회
남부철도·세종~청주 고속道
예타면제 강행한 수조원 사업
착공 못하고 사업비만 불어
14일 매일경제가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24건의 초대형 SOC 사업 예타 면제 법안을 전수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제성 부족으로 예타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은 지역 SOC 사업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예타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예타 면제 조항을 넣은 특별법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의 반대에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 표심만 바라보는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여·야 막론하고 일치하기 때문이다.
예타 면제를 추진 중인 중부권동서횡단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총 사업비가 6조 3604억 원으로 추정되는 대형 철도망 사업이다. 서산~울산을 잇는 총 연장 322.4km 구간을 연결해 서해안과 동해안 인적·물적 교류를 늘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는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철도 사업은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에 따라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해 추진하는게 정상적인 절차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비가 500억 원 이상 투입되면 예타도 받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내년에 제5차 국가철도망계획(2026~2035년)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공의료기관을 짓는 것도 예타를 면제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발의했다. 비용추계서가 첨부돼 있긴 하지만 예타 면제로 얼마나 많은 정부 재정이 투입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국회가 이런 식으로 예타 면제 법안을 발의하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 들어 방만한 재정 운용을 최대한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예타 면제를 잘 안 받아주다 보니 국회가 법으로 예타 면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예타 면제 사업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3건, 1조4003억 원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47건, 35조 9750억 원까지 폭증했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2년째인 지난해 24건, 11조 9999억 원으로 다시 줄었다.
정부가 초대형 SOC 사업에 재정 투입을 신중히 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작년, 재작년에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다. 재정사업을 대규모로 펼치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015년 38조 원에서 2020년 112조 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87조 원까지 줄었다. 지난 8월말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4조 원까지 줄긴 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정부, 국회에서 지역발전을 내세워 예타 면제를 했지만 아직 첫 삽도 못 뜬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9년 1월 경북 김천에서 거제를 잇는 총 사업비 4조 9000억 원의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 받았다. 하지만 공사비 인상 등으로 아직 첫 삽도 못 떴다. 그 사이 사업비는 6조 6460억 원으로 불어났다. 경제성이 낮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예타 면제를 강행했던 사업이다.
2019년 1월 예타 면제가 확정된 세종-청주고속도로는 당시 기준으로 총사업비가 8000억 원인데 아직 공사를 시작도 못한 상태라 사업비가 불어날 수 있다. 같은 시기 예타를 면제받은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업도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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