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청년들은 왜 ‘검은 사막’과 ‘배그’에 빠졌을까?

이 영상을 보라. 이슬람교의 성스러운 한 달인 ‘라마단’(رمضان) 기간에 무슬림들이 전통 복장을 갖춰 입고 엄숙하게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다. 이 기간에는 모두가 알라에게 기도하며 경건하게 금식하는 줄 알았는데… 일 년에 한 번 있는 종교 행사 기간에 무슬림 청년들이 한국의 게임을 엄청 한다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이슬람 국가에서 라마단 때마다 한국 게임이 인기라는데 정말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이건 2022년 해외 이용자들이 한국 게임을 얼마나 했는지 조사한 건데 놀랍게도 주말 이용 시간 기준으로 파키스탄이 1위(237분), 아랍에미리트(235분)가 2위, 카타르(229분)가 3위다. 근데 이 나라들 죄다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들인데 어찌된 걸까?

이슬람권 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게임은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다.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서는 검은사막이 압도적 1등을 차지했고, 카타르에서는 배틀그라운드가 제일 인기였다.

특히 일 년에 한 달씩 있는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은 학교 방학 뺨치는 게임 업계의 특수 시즌.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물조차 마실 수 없는 무슬림들은 대신 밤늦게나 새벽에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데 밖에서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종일 집 안에서 게임만 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됐다는 거다.

무함마드 페이잔·파키스탄 유학생
“라마단 기간에 젊은 사람들은 밤에 잠을 잘 안 자고 게임을 해요. 몇 명은 나가서 놀기도 하지만, 몇몇은 컴퓨터로 게임하고 모바일 게임도 하죠"

라마단은 이슬람력에 따라 기간을 정해서 해마다 날짜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올해는 3월 22일부터 시작된다. 이때부터 한달동안 밤마다 한국 게임의 인기가 폭발하는 시기라는 것.

한국형 MMORPG와 슈팅게임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매력에 무슬림 사회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게임 중독이 사회 이슈로까지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부유한 중동의 게이머들은 전 세계에서 한국 게임에 돈도 가장 많이 쓰는데, 역사상 첫 겨울 월드컵을 개최했던 카타르의 게임 이용자들은 한 달에 평균 76.21달러(약 9만5000원), 아랍에미리트는 68.98달러(8만6000원)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꾸준히 성장 중인 이슬람권 게임 시장은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커질 전망이다. 우선 게임 친화적인 1020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35세 미만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고, 파키스탄의 평균 나이는 22살 밖에 안 된다. 주요 국가들의 게임 이용률이 아직도 20~30%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향후 게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관심이 많은데 특히 겜돌이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는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유명한 게임 회사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도 줄을 세운 막강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게임 산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야심가인데 K-게임도 중동 시장에서 한자리 차지하려면 확률형 아이템 같은 눈속임에만 매달리지 말고 분발해야겠다.

김봉채 스트라베이스 선임연구원
“(중동 국가들이) 국가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게임 쪽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첨단 기술 분야를 모두 다 잡을 수 있는 그 분야로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