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품 번역 佛번역가 "그의 글은 언제나 나를 감동시켰다"

송진원 2024. 10. 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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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판 번역한 피에르 비지우
"한강, 사색적인 사람…노벨상 압박서 자신 보호할 수 있을까 염려"
한강 작품 출판·번역한 비지우씨 [피에르 비지우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작가 한강의 작품을 프랑스어 판으로 번역해 출간한 피에르 비지우 씨는 11일(현지시간) "한강의 글은 항상 나를 감동시켰다"며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비지우 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노벨위원회가 그에게 상을 준 건 그가 뛰어난 작가이기 때문"이라며 "그의 뛰어난 재능이 (수상) 이유의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출판업에 종사해 온 비지우씨는 자신이 공동 설립한 르세르팡아플륌 출판사에서 한강의 책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등 4권을 프랑스어로 출간했다.

지난해엔 한국인 번역가 최경란 씨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직접 프랑스어로 번역하는데도 참여했다.

비지우 씨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며 "정말 감동적이고 기뻤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내가 경험해 온 모든 일의 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2016년 채식주의자를 출간했을 때 "곧바로 (책에) 사로잡혔다"며 "언젠가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될 거라고 확신했지만 아주 젊은 나이에 상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지우 씨는 한강의 작품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쏟아냈다.

그는 "자아를 탐구하고, 고통과 슬픔을 탐구하는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것들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는 많은 감정으로 그것들과 대면하고 있다. 내가 그의 책에서 얻는 건 바로 이런 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때때로 몽환적이고 신비로 가득 찬 그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는 데 이 역시 내가 그의 책에서 정말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비지우 씨가 번역에 참여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고 지난해 프랑스 일간 르몽드 역시 "꿈의 시퀀스를 통해 여주인공의 정신적 풍경과 내면을 드러내는 매우 현실적인 글"이라며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고, 어쩌면 소설 자체가 알 수 없는 긴 악몽일지라도 과감한 선택"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비지우 씨는 한강 작품의 번역을 위해선 "많이 읽고, 사유하고, 텍스트에 빠져들어야 한다"며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내가 이미 4권의 책을 출판하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잘 알고 있었고 그를 2∼3번 만나면서 개인적으로도 알게 됐는데 그런 부분이 번역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불어판 [출판사 그라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강의 작품에 대한 프랑스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일단 르세르팡아플륌에서 출간한 책들은 당시 프랑스 독자에게 알리는 일이 매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만 해도 아직 한국 문학에 대해 프랑스 대중이 열려있지 않았다. 너무 이른 시기였다"며 "한국을 사랑하고 관심 갖는 대중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아직 한국 애호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후 한국 영화나 TV 시리즈, K푸드, K뷰티 등이 확산하면서 지금은 한강이 정말 독자층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며 "노벨상 수상으로 숫자는 10배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한강의 책은 아주 문학적인, 어려운 책"이라며 "대중이 실망하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비지우 씨는 이번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의 모든 작품을 프랑스에서 출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흰' 같은 경우 현재 프랑스에서 절판됐다며 독자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한강 작품들을 포켓용으로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비지우 씨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기뻐하면서도 걱정도 털어놨다.

"한강은 매우 신중하고, 사려 깊고 사색적인 사람이에요. 노벨상을 받았다는 건 프랑스와 전 세계, 당연히 한국에서도 그에게 엄청난 압박이 될 텐데 그가 그 모든 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걱정과 염려가 생겼습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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