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생이 혹은 너드(?)…오타니의 출근길 패션
공항 패션? MLB는 출근길 패션
일단 양해를 구한다. 거기서 출발한다.
오늘은 패션 얘기다. <…구라다>가 감히? 갸웃거림이 많을 것이다. 비웃음이 날지도 모른다. 물론 논할 자격 없다. 큰 관심도 없고, 당연히 아는 것도 없다. 한마디로 문외한이다.
그럼에도 굳이 그 얘기를 하려 한다.
각설하고.
MLB는 정글이다. 잡아먹고, 먹히는 살벌한 전쟁터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무시무시한 소리만 들린다. 시속 100마일의 빠르기에 숨이 턱 막힌다. 허벅지로, 옆구리로, 심지어 머리로 날아든다.
뿐만 아니다. 무지막지한 태클에 오금이 저린다. 잘못 걸리면 발목이, 무릎이 멀쩡하기 어렵다.
조금만 뛰면 땀범벅이다. 뒹굴다 보면 흙투성이다. 매무새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게다가 다 똑같다. 모자에서 양말까지. 개성이 끼어들 틈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멋이란 그런 거다. 공항 패션? 그들에게는 ‘출근길 패션’이 있다. 챙겨보는 팬들도 많다. 또 다른 매력이 한껏 발산되기 때문이다.
튀어야 산다
작년 여름이다. MLB.com이 특별한 콘테스트를 벌였다. 이름하여 ‘Best MLB Fit 2023’이다. 옷 잘 입는(?) 스타들의 출근 모습을 담았다.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볼티모어의 포수 애들리 러치맨(26)이다. 평소 보호대에 가려진 한이 깊은가 보다. 과감한 노출이 인상적이다.
작업용 (청) 반바지에 멜빵으로 포인트를 줬다. 에어 조던, 루이비통이 강약의 절묘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과거 우리에게는 라이방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했다. 레이밴으로 짐작되는 선글라스가 잘 생김의 포인트를 살린다.
또 다른 장면도 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그를 중심으로 오리올스 4인조가 뭉쳤다. 콜튼 카우저(24), 라이언 마운트캐슬(27), 거너 헨더슨(23). 이들의 벨벳 트레이닝복이 캠든 야드의 실내 통로를 압도한다.
브라이스 하퍼(32, 필라델피아) 역시 멜빵을 사랑한다. 치열한 타석에서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요즘 대세라는 1마일 패션이다. 집 근처 동네 산책 나온 차림이다.
라틴의 흥겨움은 넘사벽이다. 화려한 핑크까지 너끈히 소화한다. 프란시스코 린도어(30, 뉴욕 메츠)는 유일하게 두 컷이나 노미네이트 됐다. 주목할 것은 과감한 스트라이프다.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로 라이벌 양키스를 도발한다.
명품 브랜드의 경연장
가을이 깊다. 정글이 더욱 살벌해지는 계절이다. 공 하나에 희비가 갈린다. 탄식과 비명, 환호와 갈채가 뒤범벅된다.
챔피언을 고르는 작업이 계속된다. 하필이면 가장 먼 길을 오가야 한다. LA에서 뉴욕으로, 다시 뉴욕에서 LA로. 비행시간만 편도로 5시간 반이 걸린다. 두 도시 간에는 시차도 있다. 3시간이다. 작은 것 같지만, 꽤 애매한 차이다.
그 길을 다저스가 다녀왔다. NLCS 3~5차전을 치르고 왔다(2승 1패). 비장한 여정이다.
그 와중에도 멈출 수 없다. 구단 SNS(인스타그램)이 긴장된 모습을 전한다. 출장 중에 드러난 출근길 패션이 눈길을 끈다.
빛나는 스타들이다. 연봉이 수십~수백억 원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짝이는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샤넬, 루이뷔통, 구찌, 에르메스, 디올, 생로랑, 발렌티노, 발렌시아가…. <…구라다>는 처음 듣는 이름도 많다. 명품 브랜드들에 눈이 어지럽다.
삐딱할 필요는 없다. 재능과 땀으로 얻은 것들이다. 그라운드만큼 냉정하고, 공정한 곳이 또 어디 있겠나. 부러울 뿐이다.
도서관 가는 석사과정 느낌
최고의 스포츠맨들이다. 역시 몸매부터 남다르다. 훤칠하고, 탄탄하다. 그러니 명품이 더 잘 받는다. 폼 나고, 멋지다. 웬만한 디자인도 거뜬히 소화한다. 튀면 좀 어떤가. 긱+시크(Geek+Chic)가 대세다. 패피가 되려면, 용기가 필수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뭔가 특이한 한 명이 있다. 뭐랄까. 결이 영 다르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벌써 계란 한 판이 꽉 찬 나이(30세)가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소년 같다. 우리로 치면 교회 오빠 스타일이다. 혹은 도서관 가는 석사 과정의 느낌이다. 그냥 무난하고, 깔끔하다. 반듯하고, 단정하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하다. 소박해도 너무 소박하다.
다른 화려한 패션과 비교는 곤란하다. 자칫 그 세계에서는 범생이, 너드(nerd)로 격하될지 모른다. 그러나 워낙 출중하다. 동서양을 초월한 피지컬이다. 게다가 너무나 선한 인상이다. 많은 걸 가려주는 핵심 포인트다.
다행인 점이 또 있다. 계약한 브랜드가 여럿이다. 홍보 대사 역할에만 충실해도 된다. 보스(옷), 뉴발란스(운동화), 비츠(헤드셋)…. 출근길에 드러나는 제품이다. 그 덕에 세련됨이 더해진다.
요란하고, 화려하다. 개성이 넘치고 톡톡 튄다. MLB의 출근길 패션이 그렇다.
그런데 가장 많은 ‘엄지 척’의 대상은 따로 있다. 무릎 나온 추리닝(트레이닝복)으로, 자다가 깬 것 같은,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동네에 흔한, 친숙한 청년 같은 그 모습이 계속 인상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