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중국萬窓] ‘3000년 지혜’ 中 점술… ‘세계’와 ‘나’를 이해하려는 인간 노력이 담긴 문화적 산물

강현철 2026. 5.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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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술(占術) 또는 점복(占卜)은 자연이나 인간의 특수한 현상을 관찰해 미래의 일이나 운명을 판단하고 예언하려는 방술(方術)이다.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래의 일을 미리 알려는 염원을 갖게 했으며, 이는 점술을 낳게 됐다. ‘점’(占)은 사주, 관상, 꿈, 자연 현상 등 다양한 징조나 인위적인 도구를 통해 미래를 추측하는 것이며, ‘복’(卜)은 거북의 등껍질(귀갑)이나 짐승의 뼈(수골)를 불로 지져 나타나는 갈라진 모양을 보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중국 점술에는 ▲우주의 모든 존재가 서로 반대되면서도 보완적인 두 가지 힘으로 이뤄져 있다는 음양(陰陽)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다섯 가지 원소로 세상을 설명하는 오행(五行) ▲ 여덟 가지 기본 상징으로 자연과 우주의 변화를 표현하는 팔괘(八卦) ▲ 12개의 동물로 표현되는 12년 주기의 시간 개념인 십이지지(十二地支)라는 철학적 개념이 포함돼 있다.

점술의 기원은 고대 상(商)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뒤 약 3000년동안 단순한 미신을 넘어 ‘오술’(五術)이라 불리는 형이상학과 철학의 핵심 체계 중 하나로 발전해왔다. 오술(五術)은 음양오행 원리를 바탕으로 인간의 삶과 운명을 다루는 다섯 가지 구체적인 실천 학문(술수)을 말한다. 흉한 것을 피하고 길한 곳으로 나아간다는 ‘피흉추길’(避凶趨吉)이 목적이다.

다섯 가지 분야는 ▲사주명리(四柱命利)와 자미두수(紫微斗數)처럼 사람이 태어난 생 연월일시를 분석해 타고난 운명과 길흉을 판단하는 명(命, 명술) ▲주역, 육효, 기문둔갑 등 특정 시점이나 상황에 대해 도구를 사용해 점을 치고 미래를 예측하는 복(卜, 복술) ▲관상, 수상, 풍수(지상)처럼 사람의 얼굴, 손금, 땅의 모양 등 겉으로 드러난 형태나 색상을 보고 운명을 판단하는 상(相, 상술) ▲침술과 약초 치료 등 음양오행의 조화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한의학적 분야인 의(醫, 의술) ▲명상, 기공, 호흡법, 식이요법 등 속세를 떠나 산에서 심신을 수련해 건강과 깨달음을 얻는 산(山, 산술) 등이다.

오술은 인간의 운명(명, 복, 상)뿐만 아니라 신체와 정신의 건강(의, 산)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점술 종류는 여러가지다. 고대 상(商)이나 주(周)나라에선 거북의 등껍질이나 동물 뼈를 불에 달궈 생기는 균열을 보고 신의 뜻을 물었다. 이게 갑골점이다. 이후 역(易)으로 점을 치는 역점(易占)이 생겨났다.

중국 고대의 갑골문. [사진 = 중국 인민망 한국어판 홈페이지]


유교 핵심 경전인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주역’(周易)은 철학책이자 점술책이다. 주역의 해석은 철학적 측면의 의리학(義理學), 점술 측면의 상수학(象數學) 두 줄기로 나뉜다. 주역의 팔괘(八卦)는 중국 점술의 근간으로, 64개의 괘를 통해 우주와 인간사의 변화를 해석한다. 고대 복희씨(伏羲氏)가 지었다는 팔괘(八卦)는 우주 만물의 구성 요소와 변화하는 모습을 여덟 가지 기호로 나타낸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여덟 가지 기본패턴’으로 정리한 우주의 코드라고 보면 된다.

하늘, 밝음, 강함, 남성을 상징하는 양효(陽爻)와 땅, 어둠, 부드러움, 여성을 상징하는 음효(陰爻)를 세 개씩 조합하면 총 8가지 모양이 나오는데 이게 팔괘(八卦)다. 건(乾, ☰)괘는 하늘로 강건하고 창조적인 힘, 곤(坤, ☷)괘는 땅으로 부드럽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힘, 감(坎, ☵)괘는 물로 험난함·고난, 리(離, ☲)괘는 불로 밝음을 뜻한다. 진(震, ☳)괘는 우레(천둥)으로 움직임과 활력을, 손(巽, ☴)괘는 바람으로 스며듦과 공손함, 간(艮, ☶)괘는 산으로 머무름과 정지, 태(兌, ☱)괘는 연못으로 기쁨, 즐거움을 상징한다. 이 팔괘를 위아래로 조합하면 64괘가 만들어진다. 주역 점은 각괘를 얻어 그 괘를 풀이하는 방식으로 미래의 길흉을 점친다.

괘를 얻는 방법은 과거에는 50개의 시초(蓍草)라는 식물줄기를 썼는데, 요즘은 동전 세 개를 던지는 방식이 흔하다.

주역은 현재의 처한 상황을 ‘길흉회린’ 네가지로 판단한다. 길(吉)은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바른 길을 따라 나아가기에 좋은 때다. 흉(凶)은 일이 막히고 손해를 보는 상태로, 말과 행동에 주의하고 멈춰 성찰해야 하는 위험한 상태다. 회(悔)는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는 단계로, 흉에서 길로 나아가는 동기가 된다. 린(吝)은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못하거나 아쉬워하는 단계다. 길에서 흉으로 향하는 징조다.

주역은 특히 ‘신’(愼·신중함)과 ‘정’(貞·올바름)을 강조한다. 몹시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전전긍긍’(戰戰兢兢) 하는 마음으로 바름을 추구해야 길(吉)하다는 것이다. 공자가 말한 유학(儒學)의 가르침이 배어져 있다.

사주명리(四柱命利)는 생년, 생월, 생일, 생시의 네가지 기둥(사주)의 천간지지 8글자(팔자)를 통해 타고난 운명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2025년 음력 12월 초하루 오전 9시 반에 태어났다면 을사(乙巳)년이고, 음력 12월의 갑자는 정축(丁丑)이며, 초하루의 갑자는 을축(乙丑)이고, 오전 9~11시는 신사(辛巳)이다. 을사·정축·을축·신사(乙巳·丁丑·乙丑·辛巳) 이 4개의 갑자, 8개의 글자가 바로 사람의 ‘팔자’이다. 8 글자를 둘러싼 음양오행의 상생상극으로 점을 치는 것이다

송나라의 서자평(徐子平)에 의해 체계화돼 지금도 영향력 있는 점술이다. ‘추팔자’(推八字)는 ‘사주팔자를 미루어 살핀다’는 뜻으로 사주추명(四柱推命) 과정을 일컫는 표현이다.

상(相)은 모양을 보고 미래의 길흉화복을 판단하는 것으로, 얼굴의 생김새를 보는 관상(觀相)과 손금을 보는 수상(手相)이 있다. 예를 들어 이마는 20대까지의 운세, 지혜를 상징하며, 눈썹은 30대의 운세, 재복을 나타낸다. 40대의 운세는 눈에서 찾을 수 있으며, 코는 50대의 운세로 재물운과 관련 있다. 입은 60대 이후의 운세로 대인관계를 상징하며, 턱은 말년의 운세, 의지력을 나타낸다는 식이다.

풍수(風水)는 지형과 방위를 분석, 거주지나 묘지의 명당을 찾는 술법이다. 모든 것을 흐르게 하는 생명력인 기(氣), 상호 보완적인 두 가지 힘인 음양(陰陽), 목, 화, 토, 금, 수의 다섯 가지 원소인 오행(五行), 동, 서, 남, 북, 중앙의 다섯 방향인 방위를 바탕으로 최적의 위치와 배치를 찾아낸다.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강이 있는 터는 좋은 자리로 판단하는 식이다.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점술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고 심리적으로 위안을 삼기 위해서 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점술을 절대적인 진리가 아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조언으로 여기는 것이다. 사람의 팔자나 운명은 고정된 것이나 정해진 게 아니다. 만약 운명이 정해졌다면 인간의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공자께선 “역을 잘 아는 사람은 점을 치지 않는다”(善爲易者 不占·선위역자 불점)이라고 했다. ‘주역’의 원리, 세상사의 이치를 깊이 깨달은 사람은 변화의 흐름을 잘 알고 있어, 굳이 도구를 써서 점괘를 뽑아보지 않아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주역 항괘(恒卦)의 효사를 인용, 점을 쳐서 앞날을 아는 것보다 자신의 덕을 일관되게 닦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점괘가 좋게 나와도 행동이 바르지 않으면 소용없고, 점괘가 나빠도 스스로 덕을 쌓으면 화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점술은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다. 우리 삶을 돌아보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담긴 문화적 산물이다.

강호 동양학자인 조용헌 선생은 팔자와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여섯 가지를 든다. 첫째 남에게 선행을 행하는 적선(積善)이다. 둘째는 인생의 고비마다 올바른 길을 제시해 줄 눈 밝은 스승인 명사(明師)를 만나는 것이다. 셋째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도와 명상이다. 넷째는 성현의 지혜를 배우는 독서(讀書)이며, 다섯째는 좋은 기운이 흐르는 곳에 명당(明堂)에 머무는 것이다. 마지막으론 자신의 팔자를 아는 지명(知命)이다. 자신의 타고난 그릇과 천성(天性)을 알면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분(分)을 아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고, 이는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준다.

강현철 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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