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하청 1892명, ‘교섭 거부’ 원청 고소

탁지영 기자 2025. 8.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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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인정 판결에도
자회사 설립해 ‘꼼수’ 고용
노조법 2·3조 개정 통과로
원청, 교섭 응할 의무 생겨
노조 “법·판결 모두 무시”
“현대제철,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 멈춰라” 민주노총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불법파견·교섭거부 현대제철 비정규직 집단 고소 기자회견’을 연 뒤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892명이 현대제철을 고소했다. 고용노동부와 법원이 불법파견을 잇따라 인정하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명령을 했는데도 현대제철이 따르지 않고 노조의 교섭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하는 내용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현대제철이 교섭을 회피할 명분도 사라졌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7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안동일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파견법 위반으로,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파견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에 속해 있다.

노조는 2021년부터 노동부와 법원이 현대제철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는데도 현대제철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2021년 2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협력사 5곳 11개 공정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해 하청업체 비정규직 749명에 대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현대제철에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했다. 2022년 12월 인천지법은 당진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925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노동부와 법원은 2022년 현대제철이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대해 비정규직지회와 교섭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지회의 교섭 요청을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했다. 노동청은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로 시정 지시했으나, 현대제철은 사내하청을 통폐합해 자회사를 만들어 채용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지회는 이에 반발해 2021년 8월23일부터 52일간 당진공장 통제센터 점거 농성을 벌였다. 그러자 현대제철은 지회와 노동자들에게 246억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461명에게 낸 46억1000만원 청구 소송을 취하했지만 180명을 상대로 200억원을 청구한 소송은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인천지법은 노동자들이 현대제철에 5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노조는 현대제철에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부 판정도, 노동위원회 권고도, 법원 판결도 모두 무시하는 현대제철을 상대로 하청 노동자들이 교섭을 하자는 것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법에 따라 즉각 하청 노동자들과 교섭에 나서고 직접고용을 하라”고 했다.

노조는 검찰이 현대제철을 봐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규 지회장은 “노동청이 불법파견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넘겨도 검찰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교섭 거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했으나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업을 압박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박래군 ‘손잡고’ 대표는 “노조법 2·3조 개정 전의 노조법으로도 현대제철의 불법행위가 확인됐고, 지회도 이를 근거로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는데 회사가 이를 외면했던 것”이라며 “현대제철이 노동자들에게 고소당하는 게 싫으면 교섭에 나오면 된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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