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 라디오? 휴대폰?…북한에 정보 전달할 최적의 수단은 [인터뷰]

김경진 2024. 9. 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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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영국 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가 오늘 '2024 북한 인권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탈북민 강제 송환이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국제사회도 '인근 국가'란 모호한 표현 대신 중국을 특정해 압박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11월로 예정된 북한에 대한 제4주기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때 한국인 억류자와 강제 북송 탈북민의 실명을 들어 질문하라고 유엔과 회원국들에게 요청했습니다. 보고서 발표를 위해 방한한 스콧 바우어 CSW 총재와 보고서 작성을 책임진 데이비드 심슨 활동가를 직접 만나 북한 인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왼쪽) 데이비드 심슨 CSW 활동가 (오른쪽) 스콧 바우어 CSW 총재


Q. 보고서에서는 북한에서의 한국 및 미국 미디어의 영향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가 북한에서 얼마나 확산되었다고 생각하시며, 그것이 북한 사회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시나요?

A. (데이비드 심슨) 질문 감사합니다. 최근 뉴스에서 한국 드라마를 본 혐의로 두 명의 북한 소년이 강제 노동에 처해졌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이는 외부 세계의 자료에 대한 접근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중국과 접경한 북부 지역에서는 중국의 휴대전화 신호를 받을 수 있어 미디어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미디어 접근이 확대됨에 따라 북한에도 점점 더 많은 미디어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터뷰한 사람들에 따르면, 많은 가정에서 DVD 플레이어를 몰래 보관하고 있고, 실제로 그들이 외부 콘텐츠를 많이 시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내에서도 미디어에 대한 수요가 많으며, 두 소년처럼 외부 콘텐츠에 접근하기 위해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Q. 젊은 세대를 언급하셨는데, 중국과 한국 문화를 접한 북한의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와 인권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나요?

A. (스콧 바우어) 확실히 그렇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인권에 대한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어제 25세의 탈북자 청년 준과 시간을 보냈는데, 그는 21세에 북한을 떠났습니다. 그는 매우 혁신적이고 전략적 사고를 하며, 창의적이고 야망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제 동료가 말한 것처럼, 점점 더 많은 외국 미디어가 유입되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도 확실히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의 모든 젊은이가 제 친구 준과 같다면, 우리는 정말로 그 세대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희망과 결단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북한 주민 인권 고려한 정보 전달 방법은 고민해야"

Q. 최근 한국 정부가 '8·15 통일 독트린'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민간 단체 지원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위성이나 라디오 주파수가 고려되고 있는데,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데이비드 심슨) 한국이나 중국에서 오는 정보를 받으면 사람들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풍선으로 USB나 DVD 같은 것을 떨어뜨릴 때, 우리가 그 정보가 누구에게 전달될지 통제할 수 없으며, 우연히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처벌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고려할 때, 정보 전달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정보를 찾으려는 의사가 있을 때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조율해서 정보를 듣거나, 국경 지역에서 휴대전화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위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은 사람들을 원치 않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람들이 정보 접근을 원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만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A. (스콧 바우어) 이것이 바로 방송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시지를 방송하면 누구든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일대일로 전달하는 방식과는 다르며, 후자의 경우 동의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하는 방식은 약간 다른 영역에 속하지만, 제 동료 중에는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기술 상황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보안 관련 일을 하는 친구들과 최근 대화를 나눴는데, 숨겨진 메시지를 디지털 방송으로 보내는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결국 종이와 펜을 사용하는 것처럼, 라디오 방송도 가능한 한 간단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보고서에서 주요 우려 중 하나는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 문제입니다. 중국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입니다.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스콧 바우어) 인권 옹호 단체로서 우리의 역할은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침묵할 수 없습니다. 보고서가 있고,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소리 내어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영국에 기반을 둔 국제 단체로 수천 명의 지지자를 가지고 있고,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국회의원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하지만 맞습니다, 중국은 큰 소리에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제 동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부드러운 메시지를 사용하며, 영국 외무장관의 자문 그룹과 협력해 왔고, 중국과 관련된 전략에 대해 논의합니다. 경제를 이야기할 때 인권 문제를 제외할 수 없다는 점은 중국이나 북한 모두에 적용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소리 내어 알리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 (데이비드 심슨) 덧붙이자면, 중국은 그들의 행동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거대한 경제 덕분에 국제법을 무시하고 나아갈 수 있지만, 그 위치가 지속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중국은 신장위구르족, 홍콩, 타이완, 티베트 문제 등 여러 인권 문제에서 전방위로 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 중에서 북한 문제는 중국 정부가 다뤄야 할 인원이 가장 적은 사안입니다.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인권 문제에서 평판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북한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들에게 큰 호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보고서는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와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에 제소해 책임을 물리는 법적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데이비드 심슨) 좋은 질문입니다. ICC는 국제 사회, 주로 유엔과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해 기소를 진행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합니다. 불행히도 현재 러시아, 중국,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습니다. 2014년 보고서에서도 북한을 ICC에 회부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러한 국가들의 반대가 문제입니다. ICJ의 경우에는 약간 더 명확한 경로가 있습니다. ICJ는 집단학살의 증거가 필요하지만, 아직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습니다. 탈북자와 인권 단체와의 대화에서 우리는 그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믿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입증할 명확한 보고서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를 ICJ에 제소할 국가가 필요합니다. 최근 몇 년간 감비아가 미얀마 정부를 로힝야 학살로 ICJ에 제소한 사례가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팔레스타인 분쟁 관련하여 이스라엘을 제소한 적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북한에 대한 제소가 가능할 것입니다.


■ "우크라 전쟁 종범으로 김정은 ICC에 회부해야"

Q. 최근 북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되어 민간인 사망을 초래했다는 보고 이후, 김정은을 종범으로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데이비드 심슨) 푸틴과 김씨 정권 모두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으며, 서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재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고, 그 결과로 서로 돕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고, 많은 러시아 시민들이 전쟁에 투입되면서 공장, 벌목, 어업 등에서 일손이 부족해졌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여 그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반대로 러시아는 무기를 북한에서 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무기를 살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이 관계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나라가 점점 더 고립되면서, 더 위험한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 사회가 이 관계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푸틴과 김정은 모두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저질렀으며, 반드시 그들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CSW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기념 세미나 (오늘, 연세대)


■ "북한 제재도 신중해야…'마그니츠키 제재' 도입 필요"
Q. 보고서는 북한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북한 관료들에 대해 유엔이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마그니츠키 제재에 대해 매우 흥미롭게 생각했는데, 제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스콧 바우어) 제재는 중요한 도구이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유엔이 부과하는 제재는 필요하지만, 제재가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제재는 김씨 일가를 겨냥하지 않고, 북한의 일반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A. (데이비드 심슨) 마그니츠키 제재는 특정 개인을 겨냥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북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서도 정부, 군, 경찰 내에서 인권 침해를 조직한 고위 인사들을 겨냥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재정과 여행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로, 이 제재를 통해 그들의 금융 자산과 해외 여행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마그니츠키 제재는 일반 국민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진정으로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방법입니다.

Q. CSW가 북한 인권 옹호에서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까운 시일 내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시나요?

A. (스콧 바우어) 저는 오랫동안 인권 단체의 대표로 일해왔습니다. 만약 희망이 없었다면, 내일도 이 일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제 친구 준, 북한에서 온 탈북자가 제게 희망을 줍니다. 그는 지금 서울에서 기업가로 활동하며 북한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희망을 봅니다. 북한은 아마도 변화의 지렛대를 찾기 가장 어려운 국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A. (데이비드 심슨) 저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북한에서의 변화가 우리의 주요 목표이긴 하지만, 이는 영국, 미국, 유럽 등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영역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을 단순히 김정은의 독재 국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그들의 고통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수감된 선교사들, 그리고 2023년 10월에 강제 송환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별 사례에서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전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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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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